36년 몸담은 포스텍 떠나는 김무환 총장, 퇴임기념 기자간담회
“포스텍에 연구 중심 의대와 대학병원을 설립해야 포항이 다시 일어날 것입니다.”
김무환 포스텍 총장(65·사진)이 12일 포스텍 총장 공관에서 퇴임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고 36년 동안 포스텍에서 근무한 소회를 밝혔다.
김 총장은 “지난 4년 간 힌남노 태풍과 코로나 팬데믹으로 기자간담회를 마련하지 못해 아쉬웠으나 오늘 퇴임을 앞두고 만나게 됐다”라며 “이 공관은 포스코를 지은 외국인 직원이 머물렀던 장소를 개조한 곳이라 50년이 넘었다”며 이야기의 실마리를 풀어 나갔다.
이어 김 총장은 벽에 붙어 있는, 제자들이 만들어 선물한 천 재질의 나무 그림을 가리키며 자랑했다. 이 그림의 하단에는 김 총장의 얼굴 사진이 선명하게 찍혀 있고, 상단의 나무 열매 각각에는 제자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이들은 그가 포스텍에 재직하는 동안 키워낸 석·박사 67명의 명단이었다.
김 총장은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 과학자의 요람으로 자리매김한 포스텍에서 교수생활을 한 것이 자부심이자 기쁨”이라며 “미국에서 원자력공학 박사학위를 받은 후 국내 연구실로 취업하려다 우연히 친구 따라 포스텍 기계공학과에 왔다가 인생의 절반 이상을 포항에서 살게 됐다”고 회상했다.
향후 포스텍의 발전 방안에 대해서는 무엇보다 연구중심 의과대학 설립을 역설했다.
김 총장은 “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이 교육보국의 기치로 포스텍을 설립한 것은 선구자적인 혜안이었다”며 “그의 혜안을 계승해 포스텍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킬 방안은, 의사과학자를 양성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포스텍에 우수한 교수들이 모이면 자연스레 우수한 인재들이 따라오듯 대학병원이 설립되면 지역에도 많은 이점이 생길 것”이라며 “포항에 대학병원이 들어설 경우를 대비해 이미 유능한 의사·교수 영입이 상당 부분 진행된 상태”라고 밝혔다.
김 총장의 8월말 퇴임 후, 포스텍의 연구중심 의과대학 설립 추진에 대한 진행 여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경기고 동기인 후임 김성근 총장이 미국에서 귀국하면 한번 만나 관련 사업을 인수 인계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근 국내에서 논란을 빚고 있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해, 원자력 전문가로서 입장도 이날 밝혔다.
김 총장은 “수년 전 아내에게 신장 이식을 받은 후 방사능이 우려(?)되는 엑스레이와 CT를 수도 없이 찍었다”라면서 “친구인 주치의가 ‘수술 결과가 걱정스럽다’며 다른 환자에 비해 4배 가까이 엑스레이 등을 찍었으나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사능은 흉부엑스레이 촬영 1회에서 나오는 0.01~0.1밀리시버트의 1천 분의 1 수준”이라며 “후쿠시마 오염수는 전혀 위험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은퇴 후의 계획에 대해 김 총장은 “미국 단풍 여행을 즐기는 등 일단 좀 쉬고 싶다”면서 “앞으로 노는 것이 참 즐거울 것 같다”고 환하게 웃었다.
이어 “노는 것이 좀 지겨워질 때인 내년 쯤에는, 경북도가 설립을 추진 중인 안동의 은퇴과학자 연구시설에서 하루종일 연구만 할 것 같다”고 기대했다.
‘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 ‘한번 포스테키안은 영원한 포스테키안’이라는 짧고 굵은 멘트로 김 총장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마무리 지었다.
/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