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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 평해읍 오면 가을 분위기 ‘물씬’

김순희 시민기자
등록일 2023-06-20 19:45 게재일 2023-06-21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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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밀 익어가고 코스모스 만발<br/>월송정 너머 동해 풍경도 일품
울진군 평해 둔치에 코스모스가 만발했다.

울진군 평해읍 월송리 8-2라고 내비게이션에 입력하고 달려가자. 월송사거리에서 너른 들로 길을 잡으면 보리와 밀이 누렇게 익어가고, 방금 모내기한 논에 푸른 하늘이 전세를 들어 푸릇푸릇하다. 길 끝에 강이 보이고 둔치에 서면 끝이 안 보일 정도로 펼쳐진 꽃밭이 우리를 맞이한다. 가을의 전령사 코스모스가 초여름에 가득 폈다. 눈이 환해진다.

이른 아침에 찾아갔는데, 우리보다 먼저 온 새들이 노래하느라 색색깔의 코스모스만큼 아름다운 화음이 울려 퍼진다. 가을 코스모스가 키가 큰 것에 비해 6월 코스모스는 키가 낮다. 한들한들 흔들리는 꽃밭에 서서 하늘하늘한 하늘을 배경 삼아 사진을 찍으면 인생샷을 건질 수 있다. 주차장이 넓어서 좋고, 아직 알려지지 않은 장소라 붐비지 않아 우리들만의 공간이라 캠핑 의자 꺼내 차 한 잔 마시며 꽃멍을 때려도 좋다.


바로 근처에 관동팔경 중 하나인 월송정이 있다. 모래 언덕 위에 있는 월송정은 우거진 곰솔 숲을 지나면 보인다. 숲 너머로 하얀 모래의 바닷가와 대비를 이룬다. 그래서 어떤 이는 ‘월송’이라는 말을 ‘소나무 너머’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정자에서 바라보는 동해 풍경이 일품이다.


이 솔숲은 평해 황씨 종중 숲인데 키가 20m도 더 되는 늘씬한 소나무가 천 그루가 넘는다. 적당한 거리를 두고 서서 풍류를 즐기는 듯한 선비의 모습이다. 하늘로 솟아오른 줄기 형태를 가만히 보면 춤을 추는 듯하다. 나무들을 하나하나 보며 숲속으로 걸어가면서 솔향을 들이마시면 1년은 폐가 신선해진다.


숲에서 나와 월송정에 오른다. 관동팔경 중 제일 남쪽에 있는 월송정은 신라 시대 영랑·술랑·남속·안양이라고 하는 네 명의 화랑이 울창한 솔숲에서 심신을 단련하고 달을 즐겼다고 해서 월송정(月松亭)이라고도 하고, 중국의 월국(越國)에서 묘목을 가져다 심었다 해서 월송정(越松亭)이라고도 한다. 고려 충숙왕 13년(1326년)에 창건되었다가 몇 차례 고쳤으며 현재의 것은 1980년에 만든 것으로 현판은 최규하 전 대통령의 친필이다.


나무 계단을 따라 정자에 오르면, 멀지 않은 바다가 푸르게 더 가까이 다가온다. 파도 소리마저 푸르르 소리를 내며 달려오는 말의 모습이다. 소나무와 누각과 바다의 삼중주는 한참 들어도 좋다. 기둥과 기둥 사일로 풍경이 걸렸다. 자연이 그려 놓은 명작을 감상하다가 우리도 그림의 한 장면으로 스며들어도 좋다.


그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평해사구습지 생태공원이 조성됐다. 빼어난 해안선과 배후습지를 활용하여 만든 생태공원으로 축구장 12개를 합쳐 놓은 규모다. 사구열이 잘 보전되어 사구와 배후습지를 관찰하는 장소로 적합하다.


공원 어디든 천혜의 아름다운 자연과 호흡할 수 있는 이곳에는 해안전망대, 기수역 관찰대, 생태 관찰대, 조류관찰대, 사구전망대, 광장, 쉼터 등의 시설들이 마련되어 있고 이 시설들은 탐방객이 사구습지 생태공원 곳곳을 다니며 안전하게 생태탐방을 할 수 있도록 조성된 탐방 데크와 탐방로로 이어져 있다. 이곳은 76종류의 식물들과 289종의 야생생물들이 살고 있다. 다만 야생동물이 대부분이다 보니 사람만 보면 숨기 때문에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걷다 보면 소나무 숲길이 나타나고, 그 숲을 따라가면 바다를 보는 전망대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바다에는 작은 섬이 드문드문 앉았고, 갈매기들이 자신들의 터전인 듯 모여 한 방향을 바라본다. 이 모든 풍경이 물 흐르듯 이어진다.


세 곳 모두 주차가 편하고 아직은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아 자연 그대로 모습이다. 조용히 힐링하고 싶은 이들이라면 안성맞춤 한 장소로 추천한다.


/김순희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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