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헨리의 ‘마지막 잎새’ 속 소녀를 살린 건 ‘마음’이었다. 살리고자 했던 화가의 마음, 그리고 살고자 결심한 소녀의 마음. 마음을 치유하는 한의사. 평범하지 않은 이상우 한의사를 만나보았다.
그가 경주에 정착한 건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주는 그를 매료시키기 충분했다. 특히 분황사 앞 뻥 뚫린 풍경. 어릴 적부터 자연 속에서 어울리기 좋아했기에 논밭이 어우러진 그곳이 좋았다.
소년기엔 충남 홍성에 위치한 외가에서 방학을 보냈다. 개구리, 사슴벌레 등 곤충들과 함께였던 시간은 한의대 진학에 앞서 서울대학교 응용생물화학과를 택하게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전공과목은 생각했던 것과 달랐고 졸업을 1년 앞두고 한의대로 진로를 바꾸게 된다. 한의학을 택한 이유는 원하는 책을 맘껏 읽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인연은 꼬리를 물고 물어 현재 자리 잡고 있는 황오동으로 이주하게 된다. 바쁘게 달리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는 경주에서의 삶이 시작되었다. 삶의 모토인 건강과 마음의 평화를 지키는 행보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사랑방 한의원’. 이름처럼 이곳은 동네 사랑방이 됐다. 진료를 시작하기 전부터 환자들의 이야기로 가득 채워진다. 이야기 속 등장한 농작물이 한의원 한편을 채웠다 순식간에 빠져나간다. 오는 이들의 지역이 다양하다보니 품목도 하늘, 바다, 땅을 가리지 않는다. 주거니 받거니 장터가 되기도 하는 재밌는 곳이다.
이곳이 특별한 것은 이 때문만은 아니다. 그는 한약과 함께 ‘책’을 처방해준다. 몸은 약이 치료한다지만 마음은? 그가 선택한 것은 책이었다. 진료 시간 안에 모든 걸 이야기하기에는 시간적 제한이 있다. 환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그에게 필요한 책을 소개한다. 그를 지금의 길로 이끌게 만들었던 것이 책이었고 흥미를 갖게 한 것도 스승의 책이었다. 책은 그 글을 쓴 사람과 같았다. 즉 책을 소개한다는 것은 책을 쓴 ‘사람’을 안내하는 것이다.
그리고 마음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한국의 경우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서양과 달리 관계주의 성격을 띤다. 관계 유지를 위해 서로의 눈치를 보고 참아내야 하는 부분이 상대적으로 크다. 그러다 보니 마음의 병도 생겨난다. 이를테면 ‘화병’이다. 한, 중, 일 동아시아 지역에서 특히 많이 발견된다는 ‘화병’. 분노와 억울함이 쌓여 만들어낸 병이다.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 그것은 마음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몸은 마음과 연결되어 있다. 마음의 건강 정도에 따라 몸의 치유력도 달라지는 걸 우리는 익히 알고 있다. 그렇기에 몸을 치료 할 때 ‘마음의 치유’ 또한 우리에게 꼭 필요하다.
한의대에 가서 만난 스승은 흔히 전문직에서 사용되는 ‘사’라는 글자에 대해 설명했다. 판사, 검사는 일 사(事), 그리고 박사는 선비 사(士)를 쓴다. 반면 의사는 스승 사(師)를 사용한다. 모범을 보이라는 뜻이다.
그렇기에 늘 노력 중이라고 했다. 그를 처음 만난 건 ‘7080 연령층’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였다. 강연 중간중간 쏟아지는 질문들 속에서도 질문자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이 보였다. 그가 말한 마음이 통한다는 것이 이런 것일까? 그래서인지 짧은 시간 내 대답이 가능할까 싶은 질문에도 곤란한 표정 한번 없이 명쾌한 답이 나왔다. 당연히 질문자들의 만족도도 높았다. 마음을 통하게 한다는 건 더운 날 바람길을 만드는 것과 같다. 그렇기에 그는 분황사 청보리밭을 닮아있었다.
/박선유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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