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길을 맨발로 걸었다. 불면증으로 고생하는 H와 신체검사에서 혈압과 고지혈증이 걱정할 단계라는 K가 지인의 추천으로 송도 솔밭에 조성된 흙길을 걷는다고 해 동행했다. 한 사람은 처음이라 발바닥에 온 신경이 쏠린다고 했다. 지난해부터 기회가 될 때마다 조금씩 걸은 사람은 처음보다 고통이 훨씬 줄었다고 했다.
솔숲에는 맨발로 걷는 이들이 많았다. 방풍림으로 오래전부터 마을을 지켜온 소나무가 그늘을 드리워서 뜨거운 햇살을, 겨울엔 바람도 막아줘서 숲속을 걸으면 안온해진다. 걷는 사람들에게 다양한 재미와 운동 효과를 위해 황토 볼을 채워 놓은 코너도 있다. 황토는 사람에게 좋은 기운을 주는 물질인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조약돌도 크기에 따라 박힌 길을 지나면 지압 효과가 더 있다. 송도 솔숲은 계절 따라 장미, 맥문동, 꽃무릇이 피어서 걷는 이의 발뿐만 아니라 눈도 즐겁게 만드는 곳이다.
포항시는 ‘포항 그린웨이 프로젝트’의 하나로 ‘맨발로(路)’ 30선을 조성 중이다. 소식을 들은 전국의 맨발 걷기 동호인들이 꾸준히 포항을 찾고 있다. 지난달 31일은 장수군청 공무원들이 송도 솔밭 도시숲을 방문했다. 올해 안산시청과 인천시시설관리공단, 경산·경주 맨발 걷기 동호회, 대구 카네기 모임 등 여러 기관·단체에서 송도 솔밭, 해도 도시 숲 등 ‘맨발로’를 다녀갔다. ‘맨발로(路)’는 우리가 사는 곳과 가까운 도시숲, 수변공간 등 자연에 조성된 맨발 걷기가 가능한 산책로를 말한다. 마사토, 황토와 같은 자연소재 포장을 최대한 도입하고, 맨발로 안내판과 걷고 난 뒤 발을 씻을 수 있는 세족 시설과 먼지 털어주는 기계, 신발장 등 편의·안내시설을 늘려가며 걷기를 즐기려는 시민 모두에게 좋은 쉼터가 되어 준다.
맨발로(路)로 선정된 30곳 중에 먼저 맨발로 걷기 좋은 생활권 도시숲으로는 포항시를 관통하는 철길을 숲으로 만든 곳이다. 중간중간, 사이사이에 흙길을 만들어 맨발로 걷도록 했다. 그중에 효자교회에서 유강까지 가는 코스가 인기다. 은목서가 양쪽으로 늘어서서 향기로울 뿐만 아니라 댕그랑 풍경소리까지 더해 절로 기분이 좋아지는 흙길이다. 또한 아름드리 소나무 숲인 기계서숲, 북천수 길을 자주 걸었고, 인덕산 자연마당 등이 조성되었다고 하니 곧 들러서 걸어보기로 했다. 수변공간 중에는 오어지 둘레길은 몇 번을 걸어도 좋은 곳이었다. 조박지, 천마지 둘레길과 송도해수욕장, 영일대해수욕장 등 물이 함께 있어 경치 보는 재미가 더해진다. 그 외에도 장량동 장미거리와 나무은행, 양학생활체육공원, 등 도심 주변의 접근성이 좋은 곳곳에도 맨발로를 만들어 맨발 걷기에 관심 있는 시민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호미곶을 따라 만들어진 해파랑길도 유명하다. 아름다운 해안선 215㎞를 따라 절경이 펼쳐지는 둘레길과 여러 드라마를 통해 전국적인 핫플로 떠오르고 있는 주변 관광지를 둘러보며 걷기를 동시에 할 수 있어서 좋다. 다만, 북천수 앞에 길을 만든다고 수십 년 자란 나무를 마구 자르고 공사를 하는 모습은 아쉬운 풍경이다. 자연도 사람도 다 귀한 존재이다.
맨발로 걸으면 몸의 염증이 사라지고, 밤에 잠이 잘 온다. 지구에 가까이 닿는다는 의미로 접지라고 하는데 자연적으로 발 마사지를 하는 것이다. 이렇게 꾸준히 맨발로 흙을 접하면 생리통이 완화된다고 한다. 걸으며 나무에 사는 새소리와 바람 소리, 특히 포항은 파도 소리까지 덤으로 들려주니 스트레스가 사라져 머리가 맑아진다. 면역력을 높여주어 항암효과도 있다. 2023년은 맨발로 30선을 하나씩 찾아다니며 스탬프 찍듯 맨발로 걷기에 도전해보기로 하자. /김순희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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