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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와 환자 소통으로 적절한 치료법 선택을

등록일 2023-05-11 19:44 게재일 2023-05-12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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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가 알려주는 건강 TIP<br/>환자, 시술·수술 문제 꼼꼼히 따져<br/>심사숙고해 결정하는 지혜 필요<br/>의사, 환자의 상태·생각 중심으로<br/>치료 정해가는 조력자 역할해야
포항성모병원 김영래 신경외과장

통증을 느끼는 정도는 병원에 방문하는 환자 개인마다 다르게 표현될 수 있기 때문에 통증의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해 병원에서는 ‘VAS(Visual Analogue Scale)’ 또는 ‘NRS(Numeric Rating Scale)’ 등으로 통증의 강도를 숫자로 표현한다.

1에서 10까지 환자가 느끼는 통증의 정도를 숫자로 정해 의료진과 소통을 하게 되는데, 의료진은 이를 보고 환자의 불편감을 객관적으로 인지해 그에 따른 치료 계획을 세우고 있다.

처음에는 근육이 늘어나거나 담이 온 경우에 느껴졌던 통증이 시간이 지나면서 완화가 되지 않으면 그 강도는 늘어나게 되고 객관적인 통증의 악화뿐 아니라 더 심하게는 이로 인한 사회적인 삶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또 심리적 불안이나 마음의 불편감이 더해지며 이차적으로 우울감 등의 정신적 문제까지도 야기 시키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치료가 잘 됐으리라 생각되었음에도 환자가 표현하는 통증의 숫자가 줄지 않으면 이때부터 의료진은 무엇이 문제인지 고민하게 되지만 때는 늦어 의료진에 대한 환자의 신뢰는 줄어들게 돼 총체적인 고난은 오롯이 환자에게 더해지게 되고 통증을 넘어서서 더 심한 고통으로 바뀌어 힘들어하는 환자들을 외래 현장에서 경험하게 된다.

객관적인 통계에도 나와 있듯이 많은 분이 일생에 한 번 이상 허리 통증으로 병원에 방문하게 되는데, 척추 치료를 하는 전문의 입장에서 보면 대부분 증상에 대해 진단 기술이나 치료 기술은 많이 발달해 어렵지 않게 통증의 원인과 해결 방법을 찾을 수는 있다.

하지만 진단된 질병의 상태에 대해 무슨 치료로 어떻게 해결하는 것이 적절한 것인가는 의사들 사이에서 의견차가 존재할 수 있으며 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에서 의사의 판단뿐 아니라 질병에 대한 환자의 이해와 판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의사와 환자 양쪽의 두 개의 선택이 최대한 맞아떨어져야 치료 결과에 대한 만족도가 좋은 것을 자주 경험한다.

의료진의 판단을 믿는 것은 결과적으로 중요하지만 믿게 되는 과정이 질병에 대한 환자의 관심과 태도, 질병에 대한 환자의 이해도가 어느 정도 의료진과 동등해 질 정도까지 환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면서 이뤄진 후에야 비로소 치료 과정이 올바르다 할 수 있다고 여겨진다.

정보가 넘쳐나는 현실에서 환자마다 병원에 오기 전 병에 대한 어느 정도의 기본 지식을 갖고 오는 것은 필요하지만, 환자 자신의 상태에 대한 특정한 진료는 비로소 진료실에서 이뤄지게 된다.

환자의 상태, 사회적 환경, 경제적 여건 및 환자의 원하는 정도 등 다양한 변수가 진료실 안에는 존재하게 된다.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짧은 진료시간에 이러한 것이 완전히 이뤄지기는 쉽지 않지만, 최대한 환자와 의사 간의 대화를 통해 올바른 관계(계약 관계이기도 함)가 이뤄지기 위한 시간은 필요하다.

이같은 진료 과정 이후에 결정하게 되는 치료가 시술이나 수술이라면 더더욱 치료와 관련된 정보나 전후 상태의 가능성, 좋은점, 문제점 등 다양한 질문을 위한 환자의 관심이 필요하며 이를 통해 의료진 역시 올바른 관계 형성을 위해 그에 합당한 답을 요구받게 된다.

과거 의사와 환자와의 관계가 의사의 일방적 결정으로 환자를 이끌어주거나 지시해 따르게 하는 관계였다면, 현재는 의사와 환자와의 관계는 기본적인 계약 관계인 동시에 정확한 정보 전달을 통해 최대한의 정보의 동등성을 전제로 환자의 상태와 생각을 중심으로 치료를 정해가는 조력자의 역할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사실 한동안 대한민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인구대비 많은 척추 수술이 있었던 시기가 있었다.

수술이 모든 다 해결해 줄 거라는 기대감, 빨리 통증을 해결하고 싶은 환자의 마음과 이를 이용해 수술을 권하는 의료진의 욕구가 맞아떨어진 결과라 할 수 있겠다.

여전히 현재 의료 현장에서는 적절한 수술에 대한 기준을 정해 그에 맞는 경우에만 수술하라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일선 의료진과의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많은 시술, 수술이 이루어지고 있다. 또 실비 보험이라는 재정적 뒷받침으로 인해 환자가 치료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이 넓어진 것이 어떻게 보면 좋은 점일 수 있지만, 많은 요통을 일으키는 질환 대부분이 흔히 이야기하는 보존적 치료 즉 약물치료와 물리 치료, 운동 치료만으로도 좋아질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바쁘고 쉬기 어려운 환자의 사회적 여건과 맞물려서 빨리 좋아지려는 목적으로 과한 치료를 조기에 시행함으로써 오히려 뜻하지 않은 문제점을 경험할 수 있다는 우려 또한 알고 있어야 할 것이다.

시술이나 수술이 가져올 수 있는 문제점을 꼼꼼히 따져보고 의료진에게 묻고 심사숙고해 결정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리고 적정한 수술 시기를 놓쳐 합병증을 경험하는 일 또한 생기지 않도록 의료진과의 상의 또한 필요하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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