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국무회의서 직접설명<br/>국제정세 엄중 협력 필요성 커져<br/>노동시장 유연화 국민 의견 청취<br/>‘제3자 변제’ 국민 이해 구하기도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직접 한일관계 개선과 근로시간 유연화 정책에 대해 설명했다. 정부의 강제징용 해법 마련 이후 한일 정상회담을 갖는 등 한일관계 개선 드라이브를 걸었지만 거세지는 야권 공세에 국민 여론도 호의적이지 않자 대국민 설득전을 통해 국면 돌파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근로시간 유연화와 관련 ‘주 최대 69시간’ 표현으로 촉발된 초기 혼선을 정리하겠다는 의지도 담겼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한일관계는)한쪽이 더 얻으면 다른 쪽이 그만큼 더 잃는 제로섬 관계가 아니다”며 “한일관계는 함께 노력해 함께 더 많이 얻는 윈윈 관계가 될 수 있으며, 또 반드시 그렇게 돼야 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작년 5월 대통령 취임 이후, 존재마저 불투명해져버린 한일관계 정상화 방안을 고민해 왔다”며 “마치 출구가 없는 미로 속에 갇힌 기분이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그렇지만 손을 놓고 마냥 지켜볼 수만은 없었다”며 “날로 치열해지는 미·중 전략경쟁, 글로벌 공급망의 위기, 북핵 위협의 고도화 등 우리를 둘러싼 복합위기 속에서 한일협력의 필요성은 더욱 커졌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또 문재인 정부를 겨냥해 “전임 정부는 수렁에 빠진 한일관계를 그대로 방치했다”며 “그 여파로 양국 국민과 재일 동포들이 피해를 입고, 양국의 경제와 안보는 깊은 반목에 빠지고 말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 역시 눈앞의 정치적 이익을 위한 편한 길을 선택해 역대 최악의 한일관계를 방치하는 대통령이 될 수도 있었다”면서도 “작금의 엄중한 국제정세를 뒤로 하고, 저마저 적대적 민족주의와 반일 감정을 자극해 국내 정치에 활용하려 한다면, 대통령으로서 책무를 저버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 사회에는 배타적 민족주의와 반일을 외치면서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는 세력이 엄연히 존재한다”고 꼬집었다. 한일 정상회담 결과를 두고 야권 등이 강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는 것을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아울러 1965년 국교 정상화 당시 박정희 전 대통령의 발언이나 1998년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 등을 거론하며 “양국 간 불행한 과거의 아픔을 딛고, 일본과 새로운 지향점을 도출하고자 한 노력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이 한일 국교 정상화를 추진했다”며 “당시 굴욕적이고 매국적인 외교라는 극렬한 반대 여론이 들끓었지만, 박 대통령은 피해의식과 열등감에 사로잡혀 일본이라면 무조건 겁부터 집어먹는 것이 바로 굴욕적인 자세라고 지적했다”고 했다.
그는 이어 “(박 전 대통령이) ‘한일 국교 정상화가 어떤 결과로 귀결될지는 우리의 자세와 각오에 달려있다’면서 끝내 한일 국교 정상화라는 과업을 완수했다”며 “박 전 대통령의 결단 덕분에 삼성, 현대, LG, 포스코와 같은 기업들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고, 이는 한국경제의 눈부신 발전을 가능케 하는 원동력이 됐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강제징용 배상 해법으로 제시한 ‘제3자 변제’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구하기도 했다. 그는 “1965년 국교 정상화 당시의 합의와 2018년 대법원 판결을 동시에 충족하는 절충안”이라며 “피해자분들과 유족들의 아픔이 치유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모두발언 막바지에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에 대한 입장도 내놨다. 그는 “주당 60시간 이상 근무는 건강보호 차원에서 무리라고 하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며 “근로시간 유연화 정책의 후퇴라는 의견도 있지만 주당 근로시간의 상한을 정해 놓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노동 약자들의 건강권을 지키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우선 근로시간에 관한 노사 합의 구간을 주 단위에서 월, 분기, 반기, 연 단위로 자유롭게 설정하는 것만으로도 노사 양측의 선택권이 넓어지고 노동 수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며 “노동시장 유연화 제도의 설계에 있어 국민의 의견을 충분히 청취하고 수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나아가 “MZ 근로자, 노조미가입 근로자, 중소기업 근로자 등 노동 약자와도 폭넓게 소통하겠다”면서 “국민들께서 좋은 의견을 많이 제시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박형남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