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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꽃은 먹을 수 있나요?

등록일 2023-03-08 18:23 게재일 2023-03-0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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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선택 포항 행복한의원장
나선택 포항 행복한의원장

‘이 꽃은 뭐예요? 이건 먹을 수 있어요? 이건 어디에 좋아요?’

산과 들에 허드러지게 꽃이 피어나는 계절이다. 함께 산행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질문을 자주 받는다. 나는 한의사이지 식물학자가 아닌데도 말이다. 건조되어 있는 한약재를 구분하고 각 약재의 효능은 잘 알지만, 산에 피는 작은 꽃의 이름까지는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봄에 피는 꽃들 중에서 누구나 이름을 아는 몇몇은 오래전부터 훌륭한 약재로 쓰이고 있다는 사실은 안다.

양지바른 곳에서 자라는 개나리는 진달래와 함께 봄을 알리는 꽃이다. 잎보다 꽃이 먼저 핀다. 나리 꽃과 비슷하지만 나리 꽃은 ‘아니다’는 의미로 ‘개’를 붙여 개나리라고 불렀다고 한다. 개나리는 암술이 긴 꽃과 짧은 꽃 두 가지가 있는데, 이 둘 사이에 수분이 이루어져야 열매를 맺는다. 도시에서는 꽃이 크고 이쁜 암술이 긴 꽃만 주로 심기 때문에 개나리 열매를 잘 볼 수가 없다. 개나리 열매는 ‘연교’라고 하며, 한의학에서는 여드름을 포함한 피부 염증 치료의 핵심적인 약재로 쓰인다.

매화를 모르는 한국인은 거의 없을 것이다. 매실 액기스나 매실주를 안 먹어 본 사람도 드물 것이다. 매화의 열매인 매실은 한약재로는 ‘오매’라고 부르며 신맛이 아주 강하다. 중국 삼국지에서 조조가 길을 잃어 해매다가 갈증으로 탈진하는 군사들을 보고 저 산을 넘으면 매실나무가 많다고 하였다. 군사들이 그 말을 듣고 매실의 신맛을 떠올리자 입에서 침이 돌아 갈증을 이겨내고 산을 넘었다는 ‘매림지갈-매화 숲이 갈증을 멈춘다’의 고사가 있다. 실제로는 장내유산균을 안정화 시켜 설사를 멈추고 술로 인한 주독을 제거하는데 도움이 많이 된다.

봄이 되면 이천, 구례, 의성 일대에서는 산수유 축제가 열린다. 산수유는 우리나라 자생종 식물이라고 한다. 신라 경문왕의 귀가 당나귀 귀 같았는데, 이 비밀을 안 모자장인이 대나무 숲에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쳤다. 이후 바람이 불 때마다 숲에서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소리가 났다. 왕은 그 소리가 듣기 싫어 대나무를 모두 배어내고 그 자리에 산수유를 심었다고 한다. 산수유는 씨앗을 제거한 과육을 한약재로 쓴다. 산수유는 성기능 향상에 도움이 되고, 허리와 무릎을 튼튼하게 해주고, 염증은 없는데 소변을 자주 보는 증상의 치료에 도움이 된다.

목련은 나무에 피는 연꽃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목련이 활짝 피면 눈이 부시게 아름답다. 그러나 목련 꽃이 떨어지면 왠만한 쓰레기는 저리가라 할 정도로 지저분하다.

꽃이 피기 전 꽃봉우리는 ‘신이’라는 약재로 쓰인다. 코 점막의 혈관을 수축시키고 항알러지 작용을 해서 봄철에 알레르기 비염 등으로 콧물과 재채기가 많은 증상에 아주 효과가 좋다.

산이 많은 우리나라는 꽃도 많고 약초도 많다. 다만, 병증에 맞게 적절한 양을 옳은 방법으로 먹어야 약이 된다. 모든 약은 약효와 부작용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인터넷의 어설픈 상식이나 소문으로 먹다가는 건강을 망치는 일이 생기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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