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기환송심서 사체은닉미수만 유죄… 징역 2년 집유 3년<br/>“바꿔치기 된 아이 행방 확인 안 되고 특별한 동기 없어”
대구지법 제1형사부(부장판사 이상균)는 2일 미성년자약취, 사체은닉 미수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석 씨에 대한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8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1, 2심 때와 같이 징역 13년을 구형했다.
이번 파기환송심은 아이 바꿔치기 의혹(미성년자약취)에 대해 무죄로 판단하고 죽은 3세 여아를 발견하고 사체를 숨기려 한 혐의(사체은닉미수)에 대해서만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미성년자약취 혐의에 대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바꿔치기하는 방식으로 아이를 약취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어 “이 부분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사체은닉미수의 혐의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석 씨는 2018년 3월 말부터 4월 초 사이 구미 한 산부인과 의원에서 친딸인 김모(24) 씨가 낳은 여아를 자신이 출산한 여아와 몰래 바꿔치기해 어딘가에 빼돌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2021년 2월 9일 김 씨가 살던 빌라에서 3세 여아가 숨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하기에 앞서 아이 시신을 매장하기 위해 박스에 담아 옮기려고 한 혐의도 받았다.
재판에서 석 씨는 당시 아이를 낳지 않았고 바꿔치기하지도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했으나, 1, 2심 재판부는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8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아이 바꿔치기 범행이 입증되지 않아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며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돌려보냈다.
파기환송심을 맡은 대구지법은 석 씨와 A양의 친자 관계를 한번 더 확인했고 석씨의 실제 출산 여부 규명에 집중했으나, 결국 석 씨의 출산과 아이 바꿔치기를 뒷받침할 만한 새로운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재판부는 유전자 검사 결과를 근거로 A양이 석 씨의 친딸로 보이지만, 수사기관이 석 씨가 A양을 언제, 어디에서 출산했는지 밝히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또 “A양이 피고인의 친딸이라고 해서 석 씨가 손녀(김씨의 딸이자 사라진 것으로 추정되는 아이)를 약취했다는 사실 관계까지 모두 인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검찰은 석 씨가 회사를 결근한 날짜, 석 씨가 임신 관련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하고 동영상을 본 점 등을 임신의 근거로 제시했는데 재판부는 이것만으로 석 씨가 그 시기 실제 출산을 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바꿔치기 된 아이의 행방이 확인되지 않는 점, 석 씨가 아이를 바꿔치기할 만한 특별한 동기가 없는 점 등을 무죄의 근거로 들었다.
검찰은 석 씨가 외도로 남편이 아닌 다른 남성과의 사이에서 A양을 낳았고 그 남성과의 관계 지속을 위해 바꿔치기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석 씨는 이 공소 사실에 대해 무죄지만, 다른 형태로도 여죄가 있을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며 “피고인이 말하는 것이 진실인지 아닌지, 다른 진실을 피고인만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의심을 거두진 않았다.
이어 “어느 것이 진실인지 알 수 없지만, 만약 A양이 김 씨의 딸이 아닌 석 씨의 딸이라면 수사기관이나 국가가 실제 김 씨의 딸을 찾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영태기자 piuskk@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