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성왕릉·김유신 장군묘 등<br/>십이지신상 속 토끼 찾는 재미<br/>시내 돌다보면 역사공부는 ‘덤’
첫 번째로 찾아간 곳은 외동읍 괘릉리에 위치한 원성왕릉. 시내에서 불국사 방면으로 대략 20분 남짓 차를 달리면 도착할 수 있다. 울창한 소나무 사이로 능이 보인다. 넓은 주차장을 비롯 주변 환경이 확 트여있어 평소 가족 나들이객이 많은 곳이다. 자축인묘…. 속으로 순서를 외워가며 능을 지키고 있는 십이지신상 속에서 토끼를 찾았다. 긴 세월에도 형태가 잘 보존돼 있어 첫 번째 토끼 잡기는 쉽게 성공했다.
다음 목적지는 괘릉과 경주 시내 중간 지점에 위치한 성덕왕릉. 성덕왕은 토지개혁을 통한 정전제 실시, 구휼 정책 등으로 정치를 안정시켜 신라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신라 천년의 역사 속 태평성대의 시기로 남아 있는 것. 네비게이션에 등록돼 있지만 큰 길에서 벗어난 다음은 길이 좁은 편이라 긴장이 되었다. 성덕왕릉은 동네 뒤편 산 쪽에 위치해 있다. 이곳에서 첫 난관에 봉착했다. 원숭이와 닭을 제외한 나머지 십이지신상은 머리 부분이 남아 있지 않다. 순간적으로 닥친 난감함을 뒤로 하고 검색을 통해 일치하는 몸통을 찾았다. 특이한 점은 지대석 사이에 석상 형태로 세워져 있다. 그렇게 두 번째 토끼를 찾아내고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세 번째로 찾아간 곳은 동천동 80번지에 위치한 헌덕왕릉. 헌덕왕의 비극적 스토리 탓일까. 관리가 잘 되어 있음에도 쓸쓸한 기운이 맴돌았다. 십이지신상 중 물에 쓸려가고 남은 건 다섯 점. 그 중 하나가 토끼상이다. 큰 귀 덕분에 쉽게 찾아냈다.
네 번째로 찾은 곳은 신라 35대 경덕왕의 능. 이상하게 네비게이션에 나오지 않았다. 차선책으로 부지 2리 마을회관을 검색했다. 내남초교를 지나 목적지에 도착했다는 알림이 뜰 때쯤 오른쪽에 경덕왕릉 표지판이 보였다. 우측으로 차를 돌려 잠시 올라가니 공터가 나왔다. 차를 세우고 시계 한 시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니 우거진 나무 사이로 경덕왕릉이 보였다. 불국사, 석굴암, 월정교 등 지금 경주를 상징하는 꽤 많은 문화재들이 경덕왕 재위 기간에 만들어졌다. 그리고 지금 한자어로 된 많은 지명들 또한 경덕왕 때 변경돼 고려와 조선을 거쳐 완성됐다. 능을 돌며 토끼상을 찾는데 익숙한 형태가 나오지 않는다. 두 바퀴를 돌고서야 찾은 토끼상은 다른 부조 형태의 토끼상들과 다르게 얼굴이 정면을 향하고 있었다. 찾을 곳이 하나 더 남아 있어 다른 조각상들은 살펴보지 못하고 서둘러 내려 와야 했다.
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터미널과 가까운 곳에 위치한 김유신 장군묘. 십이지신상을 떠올렸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난 곳이다. 등산로가 이어져 있다보니 평일에도 찾는 사람이 많았다. 여느 왕릉들보다 더 화려하고 관리가 잘 돼 있다. 특히 벚꽃 피는 계절에 경주를 방문한다면 추천하고 싶은 장소다. 시계 방향으로 십이지신상들이 순서대로 새겨져 있다.
다섯 마리의 토끼들을 찾는데는 대략 4~5시간 정도가 걸렸다. 이외에도 진덕여왕릉, 흥덕왕릉, 낭산 일원 등에서도 토끼를 찾을 수 있다. 새해를 맞이해 아이들과 경주의 토끼를 찾아나서 보는 건 어떨까? 토끼를 찾다 보면 역사 공부는 자연스레 덤으로 주어질 것이다.
/박선유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