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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개는 한류 세계화의 문화 전도사이다”

등록일 2023-01-02 17:09 게재일 2023-01-03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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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우가 만났다<br/>하지홍 한국삽살개재단 이사장
하지홍 한국삽살개재단 이사장

개는 일찍부터 가축화 되어 인간의 역사와 함께 해왔다. 지역마다 각기 다른 민족과 함께 살던 개들은 지역을 대표하는 토종견이 됐다. 우리나라의 천연기념물이 된 진돗개나 경산 삽살개와 경주 동경이가 그런 개들이다.

하지홍 한국삽살개재단 이사장은 우리 토종개 경산 삽살개를 21세기 반려견 시대의 문화 사절이자 문화첨병이라 추켜세운다. “삽살개의 사회성이나 친화력은 반려견으로 더없이 훌륭하다”며 “애완견에서 반려견으로 신분 이동한 현대에는 개를 통한 문화 한류에도 적극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금 시대의 수많은 인터넷 중독증을 치료하는 치료견으로서 삽살개가 적격이란 것이다.

애견문화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를 굳히고 있는 지금 토종개에 대한 관심을 더욱 높이는 것이 한류 문화를 확산하는 한 방안이라고 주장한다.

 

영국 불독·중국 시추처럼 우리나라엔 삽살개·동경이 등 지역 대표하는 토종개 있어

새끼 태어나면 엄격한 특성 관찰해 보호·관리하고, 절차 거쳐 일반인들에게 분양도

애견문화 21세기 각광받는 하나의 장르 이뤄… 토종견 복원 힘써 세계로 나아갈 것

-삽살개 육종학자로 삽살개에만 관심이 있는 줄 알았더니 토종개에 관심이 많다.

△나라마다 지역마다 그 지역의 인종이 있고 그처럼 지역을 대표하는 토종개가 있다. 독일에는 세퍼드나 도베르만핀셔가 있고 영국에는 불독이 있으며 프랑스에는 푸들이 있다. 동양에도 일본에는 아키다나 도사견이 있고 중국에 차우차우나 시추 같은 토종개들이 있다. 우리나라에도 일찍 천연기념물이 된 진돗개가 있고 경산 삽살개와 경주 동경이도 있다. 그 개들은 인종들처럼 각기 지역을 대표하고 있다. 그리고 한류가 세계를 휩쓰는 문화의 시대, 토종견이 훌륭한 문화 사절의 역할을 하고 있기도 하다.

-경산삽살개가 천연기념물이 된 지 30년이 됐다.

△1992년 멸종위기의 종 30마리를 고유종으로 복원해 천연기념물 368호로 지정받았다. 문화재가 된 것이다. 지금은 개체수가 늘어나 경산 육종센터에서 삽살개 400여 마리를 천연기념물로 등록해 보전 관리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분양 관리되고 있는 삽살개만도 4천 마리 이상 될 것이다. 연예인이나 유명인사에게 분양되거나 문화재를 지키는 삽살개도 있고 1998년부터는 독도에도 2마리가 파견돼 있다.

-삽살개는 모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것이 아닌가. 어떤 놈이 천연기념물인가. 천연기념물이 어떻게 일반 가정이나 보호구역 밖으로 반출될 수 있나.

△새끼가 태어나면 엄격한 특성 관찰과 성장 상태를 보고 표준서에 가장 근접한 개체를 골라 연구소에서 보호 관리하고 나머지 개들 중에서 원하는 일반인들에게 분양하고 있다. 개를 좋아하고 키울 여건이 되면 일정 절차를 거쳐서 분양하고 있다. 삽살개는 덩치가 커서 아파트에서는 키우기가 적당하지 않고 가정에서도 묶어놓고 키우는 것은 권장하지 않는다. 울타리를 만들어 주고 사육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경산삽살개육종센터에서 보호받고 있는 삽살개는 새벽 늘봄 행복 순호 이쁜이 등 사람처럼 모두 이름이 붙어 있다. 어떻게 관리하나.

△모두 이름을 붙여주고 생년월일, 암수 구분과 부견, 모견, 체고, 체장, 체중, 골격과 모질, 외관 등 외형 같은 상세한 구분을 하고 관리한다. 같은 삽살개라도 저마다 특성이 다르니 선정 기준을 정해 보존 육성하는 것이다. 모든 자료들을 데이터베이스화해서 생각 이상으로 세밀하게 여러 분야에 대해 관찰 연구하여 육종하고 있다. 그렇게 해마다 1년생 이상의 새로운 개체를 40마리 정도 등록하면서 그만큼 나이 든 개들은 빼내는 것이다. 삽살개 육종연구소에서는 그런 식으로 400마리 정도를 천연기념물로 관리하고 있다.

-미생물학을 전공했는데 왜 삽살개 육종에 빠져들었나.

△유전공학을 전공했다. 종자의 중요성을 알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그런 것에 신경 쓸 겨를이 없던 때였다. 우수한 우리나라 대두 종자가 모두 미국으로 건너갔지만 몰랐고 지금은 결국 장미나 딸기 같은 식물에서부터 많은 종자들을 로열티를 주고 들여오는 시대가 되지 않았나. 유전자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어야 했다.

-천연기념물 등록을 추진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

△애견문화는 하나의 문화현상이다. 우리 문화를 세계에 알리고 국위를 선양하는 일이기도 하다. 우리의 고대 문헌이나 민화에는 많은 토종개가 존재한다. 이들을 찾아내 보존하는 일은 우리 문화를 지켜나가는 일이기도 하다. 일제는 진돗개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해놓고 그 외의 조선 개들, 특히 삽살개같은 중대형견들은 무차별 도살해서 씨를 말렸다. 이는 역사가 증명한다. 거제견 같은 것도 한때는 보호견으로 육성하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국가로부터 보호견으로 지정받고 사육 조건을 지원받지 못하면 그 종을 제대로 보호 보존하는 것은 어렵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삽살개와의 인연은 오래된 것 같다.

△1984년 미국에서 돌아오니 아버지(하성진 전 경북대 수의과 교수)가 운영하시던 범어동 대구목장에 삽살개 8마리가 있었다. 당시 아버지의 제자이자 수의과 교수였던 탁연빈·김화식 교수가 연구 목적으로 전국에서 수집해 온 토종개의 일부였다. 탁 교수는 1972년에는 토종개를 연구해서 처음으로 삽살개에 대한 연구보고서를 과학기술처에 보고한 것이다. 그들 덕분에 사라져가던 삽살개가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보면 된다. 방치되다시피 집 지키는 노릇을 하던 그 개들을 체계적으로 사육 관리했다. 1989년에는 30여 마리로 늘어났다. 그러자 삽살개를 더욱 합리적으로 관리하고 정당한 대우를 받기 위해서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받아야 하겠다고 생각했다.

-천연기념물로 등록되어서 좋은 것은 어떤 것이 달라졌나.

△무엇보다 경제적으로 안정되니 삽살개 보전 육성에 전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사실 천연기념물로 등록되고도 상당기간 사료 정도만 보전돼 힘들었지만 최근 사육사 인건비까지 지원해주니 다른 연구에도 힘을 쓸 수 있게 됐다. 사료 값을 대느라 선친의 농장부지 중 내 몫을 거의 처분했고 직원 인건비를 못 줘서 친구들에게 빌리러 다니기도 했다. 처음 보존사업은 범어사거리 가까이 위치했던 부친의 대구목장에서 시작했는데 이후 경산시 하양읍 하천부지로 이전해서 보전사업을 지속하면서 마이너스 통장으로 인건비를 충당해야 했다. 이를 돌려 막느라 친구와 의를 상하기도 했고 부잣집 아들이 돈 빌리러 다닌다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가족들과 주변 사람들이 고통을 분담했는데 제정신이면 못 할 짓이라고들 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될 때까지 곡절도 많았을 것 같다.

△이젠 옛날이야기가 됐지만 지정되기까지 힘든 시기가 있었다. 한 때는 개에 대한 동물학이나 유전학적 전문지식도 없는 일부 인사가 근거도 없이 ‘삽살개는 가짜다’라며 삽살개의 특성을 왜곡하고 일부 언론이 받아쓰기 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과학적으로 모든 것이 규명되고 공개돼 10년 이상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스반테 페보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장은 현대인이 갖고 있는 DNA 중 특정 유전자가 4만년 전 네안데르탈인에게도 존재했다는 사실을 밝혀내 2022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진돗개는 3천년 전 남방에서 유래했고 삽살개는 이보다 훨씬 이전인 5천년 전 바이칼 부근 북방에서 한반도로 이주해 와 지역 풍토에 적응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지금 같으면 형사 고소감인 삽살개에 대한 악의적 비난은 과학적 연구 결과와 함께 사라졌다.

-어떤 개가 좋은 개인가.

△개에게도 품성이 있다. 그 품성이 좋은 개는 정서적으로 안정감이 있다. 작은 소리에도 놀라거나 돌발 상황에서 특별한 행동을 보이는 개는 좋은 개가 아니다. 그리고 반려견이라면 무엇보다 사회성이 좋아야 한다. 사람과의 관계는 물론 다른 개들과의 관계도 좋아야 한다. 그런 개의 품성은 어릴 때부터 보이고 유전과 주변 환경에도 영향을 받는다. 좋은 개는 그 어미견을 보면 70% 정도 알 수 있다. 나머지 20~30%는 환경의 지배를 받는다. 삽살개는 엄격한 혈통관리를 통해 그 부모견을 알 수 있고 최고 품성의 개들을 육종해내고 있다. 그리고 분양 당시 이미 상당수준 교육을 시킨다.

-반려견이 대세다. 개를 키울 때 어떤 점을 주의해야 하나.

△자녀를 키우는 것과 같다. 반려견을 키운다는 것은 좋은 친구와 사는 것과 같다. 그러니 반려견을 키우려면 스스로 동물의 입장을 이해하는 교육이 돼 있어야 한다. 개는 개다. 특히 개는 서열을 중시한다. 그 원형은 늑대다. 늑대는 알파늑대(대장늑재)에게 절대 복종한다. 그러나 알파늑대가 늙고 힘이 없으면 사정없이 몰아친다. 이걸 무시하면 안 된다. 자녀를 귀하게 키우면 버릇이 없어지는 것처럼 개를 너무 귀하게 대하면 주인을 만만하게 보게 되고 개에게 무시당하는 수가 있다. 개는 남자와 여자, 어른과 아이를 구별하고 그 서열을 철저히 지킨다. 할머니나 여자 어린아이들이 개에게 피해를 입는 수가 많은 것도 그 때문이다.

-삽살개는 사회성이 좋다고 했다. 삽살개가 일반개와 다른 특별한 점은 어떤 것이 있나.

△삽살개는 오랫동안 우리나라의 환경에 적응하며 우리 민족들과 함께 생활해 온 토종개로 거친 음식도 잘 소화해 내며 질병에도 내성이 강하다. 털이 길어 시야에 방해를 받는 대신 청각과 후각이 뛰어나다. 특히 사람에게 친화력이 강하고 주인에게 온순하며 방어적이지만 일단 싸움이 벌어지면 물러서지 않는다. 사람의 표정과 감정을 살피는 능력이 탁월해서 간식이나 먹이로 유인하기보다는 애정표현을 통해 친교로 교감하는 반려견이다.

-하 이사장에게 개는 어떤 존재인가.

△21세기를 문화의 세기라 하는데 그러면 개는 문화 첨병이다. 우리가 한류를 이야기하는데 음악이나 미술은 특정 재능이 있는 소수가 주도하는 문화다. 여기에 비하면 개는 아이에서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좋아한다. 개가 21세기 각광받는 중요한 문화의 한 장르를 이루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애견문화가 하나의 장르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애견 문화 수준은 어느 정도라고 보나.

△세계적인 토종개들은 모두 훌륭한 문화 첨병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세계 정상들이 외교 현장에서 자기 나라 토종개를 선물하고 그 개가 상대 나라에 가서 하는 역할을 보면 짐작할 수 있다. 일본이나 중국 개들은 서구 사회에 상당한 마니아 층이 있고 실제로 많은 수가 길러지고 있으나 우리 개들은 그렇지 못하다. 그런 면에서 우리의 애견문화 수준은 일본이나 중국은 물론 티베트보다도 못한 것이 아닌가 싶다.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어떤 것인가.

△삽살개의 사회성과 친화력을 인터넷 중독 치료에 활용할 수 있도록 치유센터를 건립하는 일이다. 현재 삽살개는 대동병원과 함께 동물매개 치료활동을 하고 있다. 경산 삽살개 육종센터에도 직장이나 그룹 또는 가족단위로 와서 삽살개와 시간을 보내고 있다. 특히 학교폭력의 가해자나 피해자들도 삽살개를 통해 치유받고 있다. 정서적으로 불안하거나 자폐증, 우울증에도 삽살개는 훌륭한 치유견으로서 능력을 발휘한다. 사람을 위로해주고 편안하게 해주는 치료견으로서 특이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또 다른 토종개를 복원하는 일이다. 현재 민화에 등장하는 고려견을 토종견으로 복원하는 사업은 마친 상태다. 앞으로 민화에 등장하는 바둑이의 얼룩무늬를 복원하는 문제다. 더 많은 토종견을 복원시켜 우리 애견문화를 한 단계 올려놓는 것이다.

/이경우 편집위원

□ 하지홍(河智鴻·69)

대구 출생. 경북대사대부고·경북대 농대 농화학과·고려대 대학원 농화학과 졸업, 미국 일리노이주립대 미생물유전학 박사.

경북대 자연과학대 유전공학과 교수. 한국분자세포생물학회 정회원. 한국동물자원과학회 정회원. 산업자원부지정 지역혁신시스템(RIS) 애견사업단장.

사라질 위기의 토종 삽살개를 유전학적 육종 번식을 통해 천연기념물 368호 경산삽살개로 지정받았다.

한국삽살개재단 설립, 이사장. 경산삽살개육종연구소 이사장.

수많은 연구자들이 연구하고 있는 미생물학 분야보다 삽살개를 유전학적으로 연구해서 종을 보전하는 것이 학자로서 보람이고 학문적으로도 불루오션이라고 판단했다.

아버지의 대를 이은 삽살개 연구 유전학자로 “삽살개 보존을 통해 얻은 노하우를 우리나라 토종개의 전반적인 발전에 적용하여 한국개의 세계화에 도움을 주고 싶다”고 욕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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