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주축 정의·기본소득당<br/>의원 181명 이름 올려 국회에<br/>정식 채택하기까진 2주 남아<br/>국힘 “수사 지장 주고 정쟁만”<br/>여 일각 “참석이 유리할 수도”
더불어민주당을 주축으로 정의당, 기본소득당 등 야당이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야당이 국회 다수의석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경찰 특수본의 수사와는 별개로 입법부 차원의 정치적 책임에 대한 추궁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정의당 장혜영 원내수석부대표와 기본소득당 용혜인 대표는 9일 오후 용산구, 서울시, 소방청, 경찰청, 행정안전부, 국무총리실, 대통령실 등을 조사 대상으로 규정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국정조사 요구서에는 국민의힘과 조정훈 시대전환 대표 등을 제외한 181명의 국회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야 3당은 국정조사 범위로 △참사 원인과 대규모 인명피해 발생의 직·간접적 원인 및 책임소재 규명 △참사 발생 전후 서울시·용산구 등 지방자치단체 및 소방청·경찰청·행정안전부·보건복지부·국무총리실·대통령실 등 정부의 상황 대응 등 재난안전관리체계의 작동 실태 조사 △참사에 대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사실관계 은폐·축소·왜곡 의혹 규명 △희생자와 피해자 및 그 가족, 현장 수습 공무원, 언론인, 시민, 피해지역에 대한 정부 지원대책의 적절성 및 후속대책 점검 등을 제시했다.
특히 조사 과정에서 제기된 기타 의혹 등도 조사할 수 있도록 했다. 국정조사 방식으로는 교섭·비교섭단체 의석 비율로 선임하는 위원 18명 규모의 특별위원회 구성을 요구했다.
국정조사 요구서는 오는 10일 열리는 본회의에서 보고될 예정이다. 요구서 보고 후에는 국회의장이 교섭단체 대표와 협의해 국정조사를 위한 특위를 구성할 수 있으며, 국정조사 참여를 거부하는 교섭단체는 제외할 수 있다. 특위가 구성되고 나면 조사계획서를 확정한 뒤 본회의에서 이를 의결해야 한다. 야3당은 오는 24일 예정된 본회의에서 처리할 방침이다. 국정조사 요구서는 민주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민주당 단독으로도 처리가 가능하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계속 여당의 참여를 촉구하겠으나 끝까지 거부하면 법에서 정한 절차에 따를 수밖에 없다”며 “국민과 희생자의 요구가 큰데 무작정 기다릴 수는 없다. 지금은 당장 개문발차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정조사는 국민의 준엄한 요구”라며 “국정조사에 대한 보이콧은 국민에 대한 보이콧이고 진실에 대한 보이콧”이라고 국민의힘의 참여를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경찰 조사를 지켜보는 것이 우선이라며 국정조사에 반대하고 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강제력 없는 국정조사는 수사에 지장을 주고 정쟁만 일으킬 뿐”이라며 “국정조사 요구에 응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수사 진행 상황을 봐가며 부족한 점이 있으면, 국정조사가 필요하면 고민할 일이다. 지금은 수사가 착착 진행되고 있기에 국정조사를 하자는 것은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이라며 “다수당이 숫자의 힘으로 밀어붙이면 국정조사는 사실상 효력이 없는 것이 된다. 민주당이 그렇게까지 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야당이 다수 의석으로 국정조사를 밀어붙이면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 이에 따라 국정조사에 참여해 야권의 공세에 대응하는 쪽으로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우리가 반대한다고 될 일도 아니다”며 “야당 중심으로 특위가 꾸려지는 것도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다. 참여하더라도 어떻게 할 것이냐를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국정조사 요구서 채택까지 약 2주가 남은 상황으로, 상황을 지켜보면서 의견을 듣는 과정을 거칠 것”이라며 “민주당 위주의 특위로 그냥 놔두는 것보다는 특위에 참석하는 것이 유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