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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인력 불균형 해결은의료정책과 진료환경 개선부터

등록일 2022-11-07 18:31 게재일 2022-11-08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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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우가 만났다 이우석 경북도의사회장

의료인력은 부족하지 않다. 공공의료 확대나 의대 신설은 의료인력 과잉을 가져오는 재앙이 될 수 있다. 의료인력 수급정책과 진료환경 개선이라는 구조적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의료행위는 의사 면허를 가진 자만이 할 수 있다. 그것이 기득권이라는 시선은 오해라고 항변하는 이우석 경북도의사회장.

비윤리적이거나 불법 의료행위를 하는 의사들은 의사세계 내부에서도 근절돼야 한다고 판단한다는 이 회장은 “의사회에 비리를 사전 스크린 할 수 있는 권한을 달라”고 주장한다. 아예 의원개설에서부터 막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에 헌신한 의사에 대한 보상은커녕 실비에도 못 미치는 의료수가 현실화가 없다면 또 다른 위기에서 국가는 의사들에게 어떻게 도움을 요청할 것인지 묻는다.

 

지역 간 의료격차·의료취약지 인력부족

의사 수보다 수급정책 등 구조적인 문제

의과대 신설, 공급과잉 인한 부작용 초래

현 시스템 안에서 지역 의료기반 다져야

-코로나19 팬데믹이 의료계에는 어떤 변화를 가져왔나.

△대규모 감염병 사태는 응급실과 중환자실이 포화상태에 이르고 의료대란을 몰고 왔다. 그러면서 필수의료분야의 붕괴가 가속화된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료계는 환자 진료와 예방접종을 통해 지역사회에 코로나 전파를 최소화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왔다고 자부한다. 일신의 안위보다 의사로서의 책임을 다하다 코로나19에 감염돼 숨진 의사들도 있었다. 경영상 어려움이 닥쳐 휴폐업하거나 손실로 고통 받는 의사도 많았다. 그럼에도 선별진료소를 자원하는 의사들의 행렬이 멈추지 않은 것은 의사로서의 사명감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정권이 바뀌고 의료정책에서 예상되는 변화와 우려되는 부분은 어떤 것인가.

△새 정부가 제시한 보건복지분야 국정과제는 ‘필수의료 기반강화 및 의료비 부담 완화’ 등 11개다. 모두 의료계도 공감하고 타당하게 여기는 시의적절한 사안들이다. 그런데 초고령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추진중인 지역사회 통합 돌봄 기본계획과 모델 등에 의료가 빠져있다. 지금부터라도 의료를 중심으로 커뮤니티 케어의 틀을 재설계해서 국민 불만을 사전에 막고 사회적 비용을 줄여야 한다. 동네 병의원들이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일차 의료 중심의 커뮤니티 케어 체계를 구축하고 방문진료 활성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의료정책에 의료전문가들의 견해가 반영되지 않는다면 실효성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도시와 농촌의 의료수급 불균형이 국가적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경북지역에는 의사 부족 현상이 심각하다.

△우리나라 의료 인력의 절대 수는 결코 부족하지 않다. 오히려 지금 추세라면 공급 과잉까지도 우려된다. 다만 인력 배치가 불균형한 문제는 분명 존재하기 때문에 고른 분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정책과 제도가 필요하다. 똑같은 국민인데 의료시설 불균형으로 동일한 수준의 의료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은 불공평하고 불합리하기도 하다. 대형 의료기관과 상급 종합병원이 특정 지역에만 치우쳐 있는 문제는 고질적인 의료불균형의 주요인이다. 어느 지역에 사느냐에 따라 사망률이 달라지는 현실은 고쳐져야 한다.

-그렇다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공공의료 확대는 해결책이 될 수 있나.

△그렇다고 공공의료 확대가 해법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지역 간 의료격차 및 의료취약지 등의 인력부족 문제는 의사 수의 문제가 아니라 정부의 의사인력 수급 정책과 지역 및 의료취약지의 열악한 진료환경 등으로 인한 구조적 문제다. 의과대학 신설은 향후 의사 공급 과잉으로 인한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다. 이보다는 현재 의사인력 및 의사 교육 시스템 안에서 의과대학 교육과정에 공중보건 및 지역의료 등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는 것이다. 또 지역의료기관에 대한 행정 재정적 지원과 함께 지역 주민의 진료가능한 지역권 설정 등을 통한 지역의료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최근 대리수술이 문제가 되면서 수술실 카메라 설치가 논의됐다.

△수술실 CCTV 설치가 내년 9월이면 시행될 예정이지만 문제해결보다는 오히려 민감한 개인정보 유출과 의료인과 환자간 신뢰 붕괴, 의료인의 자기결정권 침해 등 득보다 실이 훨씬 클 것이다. 하위법령에 수술실 CCTV의 정당한 촬영거부 기준과 설치위치, 보관기준 등 쟁점에 대해서도 최대한 의료인과 환자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방향으로 정리되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이런 비도덕적이고 비윤리적인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수술실 CCTV 설치보다는 수술실 출입자 규제 강화와 의사단체의 자정 노력을 통한 해결, 전문가 평가제 활성화 및 자율규제 기구 설립 추진이 필요해 보인다.

-필수의료 붕괴를 막고 의사들의 비윤리적 행위나 불법행위 의료기관 개설을 막기 위해 의사회가 적극 역할을 할 수는 없나.

△필수의료 붕괴를 막고 지역간 의료인력 불균형도 해소하고 하려면 지역 의료기관에 대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강력한 지원이 있어야 한다. 환자진료나 의료행위와 관련 없는 경제사범이나 형사범에 대한 면허 취소는 의사들의 진료행위를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 의료분쟁조정특례법이나 의료사고특례법 같은 입법지원으로 분만 사고나 불가항력적 사고에 대한 의사들의 보호가 뒤따라야 한다.

무엇보다 의료기관 개설 신고 시 의사들의 불법적, 비윤리적 결격사유를 사전 스크린하고 제재할 수 있도록 의사단체가 권한을 가진다면 불법행위를 크게 막을 것으로 본다.

-의료보험 수가에 대해 불만이 많은 것 같다.

△의료수가는 의료기관들의 희생과 높은 직원고용률, 천정부지로 치솟은 임금 및 물가인상률 등을 반영해 합리적으로 결정돼야 하는데 턱없는 수치에 그치고 있다. 의원급 의료기관 종사자들이 더 이상 실망하지 않도록 충분히 인상돼야 한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의사들의 헌신과 노력에 대한 최소한의 보상, 대가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또 언제 다시 당할지 모르는 국가적 재난 상황에는 어떻게 의사들의 협조를 구할지 생각해야 할 것이다.

-일부이지만 의료기관의 과잉진료나 비보험 진료가 늘어나는 것도 문제다.

△말 그대로 과잉진료는 일부 의료기관의 문제다. 이 또한 전체 의료기관의 문제로 보기에는 문제가 있다. 오히려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지 생각해보면 좋겠다. 우리나라 의료기관들은 정부에서 정한 수가제도의 통제 하에 있다. 건강보험제도 당연지정제라고 하는데 비보험 진료는 예외 항목들이다. 그래서 비보험에서 보험 급여가 가능해지는 항목은 심사평가원의 심사를 받게 되는데 의학적 필요에 따른 치료보다는 건강보험 재정을 고려한 한정된 치료의 영역에 들어가게 된다. 그래서 제때 적절한 치료가 불가능해지는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비보험 진료는 최선의 진료를 해나가는 과정이라 볼 수 있다.

-의료보험 수가는 어떤 부분에서 문제가 생기나. MRI 등 비급여의 급여화를 포함한 문재인 케어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싶다.

△건강보험 저수가는 일차 의료기관들의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요소다. 만성적인 저수가 문제는 전국민 의료보험이 실시된 1989년 이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수가 정상화는 의사의 진료권 보장과 생존을 위해서도 반드시 실현돼야 한다. 문재인 케어는 도입 당시부터 무분별한 급여화가 의료이용량 증가를 유발해 막대한 재정 지출을 불러올 것이라고 지적해 왔다. 건보 보장성 확대 결과는 예상대로 초음파 MRI 진료비가 2018년 1천891억원에서 2021년 1조8천476억원으로 3년 만에 10배로 늘어났다.

-안과의 경우는 어떤가. 백내장 문제는 잘 해결된 셈인가.

△안과의 백내장 수술은 보험사 입장에서는 실손보험 적자의 주요인이다. 백내장 실손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는 실손보험사들이 늘어나 환자들의 불만이 커지면서 금융감독원이 나서기도 했다. 의료보험과 실손보험사 간 분쟁은 실손보험이 대중화되면서 계속돼왔다. 보험사들은 적자를 만회하기 위해 의료기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고 최근에는 보험업계가 백내장 갑상선 도수치료 미용성형 등을 상대로 보험사기 특별신고 보상금 제도를 운영할 정도가 됐다. 실손보험으로 인해 환자들이 피해를 보지 않으려면 정부가 실손보험의 문제점을 영리기업인 민간보험사 관점으로 보기보다는 가입자의 장기적 보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것 같다.

-정부가 원격진료와 비대면진료를 추진하고 있는데 환자입장에서는 편리할 것 같다.

△환자를 위한 최선의 진료는 대면진료라고 확신한다. 첨단 헬스케어 기기를 활용하면 환자와 의사 모두에게 편리할 수 있겠지만 원격진료 비대면진료만으로는 진료의 기본이 되는 시진 촉진 청진 타진 등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오진의 위험성이 우려되는 것이다. 현재 의료계에서는 원격진료와 비대면진료에 대해 무조건적인 반대 입장이 아닌, 시대적 흐름을 감안해 의협을 중심으로 보조적 수단에 한해 유연하게 대처하는 등 여지를 두고 접근하고 있다. 환자들이 부정확한 진단 진료 가능성이나 의료사고 발생 문제 등으로 피해를 보지 않도록 정보의학전문위원회 운영 등을 통해 의료계가 원격진료 비대면 지료 관련 사안에 대응해 나갈 예정이다.

-의사는 우리 사회의 대표적 기득권이다. 이를 놓지 않으려 한다는 지적도 있다.

△외부에서 보는 시선은 기득권이라 할 수 있겠지만 그건 오해이자 잘못된 판단이다. 의사의 의료행위는 건강보험제도 등 의료관련 제도권 속에서 각종 규제와 통제 속에서 움직이고 있다. 의료는 인간의 생명과 건강을 다루는 고귀한 행위로서 의사 면허를 가진 자만이 의료행위를 할 수 있다. 이를 기득권과 결부시키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의사로서 지역민과 지역사회를 위한 활동을 든다면.

△지난 태풍 힌남노가 포항을 강타했을 때 의료기관들도 많은 피해를 입었다. 당시 남구 오천지역에서는 벽에 걸린 TV만 남기고 컴퓨터와 X레이, CT 등 의료기기를 모두 잃은 병원 등 의료기관 28곳이 피해를 입었지만 의사라는 이유로 정부 지원에서도 제외됐다. 대구시의사회에서 성금을 모금해 위로해 주었다. 경북도의사회는 사회공헌사업단을 발족시켜 의료봉사 등 사회공익사업과 보건교육사업에 매진하고 있다. 늘 낮은 자세로 지역민과 함께 해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다.

-의료기기의 발전과 함께 의술도 발전하고 병원 접근성도 좋아지고 있다. 안과 전문의로서 특별히 기억나는 이야기가 있나. 의료환경 추세는 어떠한가.

△지금은 의료보호제도가 있어 어려운 사람들도 본인부담 없이 필요한 수술을 받을 수 있지만 안과전문의가 됐던 초기엔 백내장 본인부담 수술비가 소 1마리값인 100만원이나 되기도 했다. 그 때 가난한 농부의 눈을 뜨게 해주고는 ‘달아나라’고 귀띔한 적도 있다. 병원 측에서 환자를 찾아갔지만 워낙 형편이 어려워 수술비를 받지 못했고 결국 의료진들이 서서히 갚아나간 기억도 있다. 환자들도 의사에 맞춰 찾는 것 같다. 개원 초기엔 라식 수술을 하려는 젊은 환자들이 많았으나 지금은 중장년층과 백내장 수술 환자들이 많은 것 같다.

-개인적인 소망이 있다면.

△이젠 나도 건강검진을 받아봐야겠다. 2024년까지 남은 임기 동안 의사회를 무탈하게 이끌어가는 것이 첫째 소망이다. 그리고 나 자신과 가족의 건강이다. 병원 운영은 그 다음이다. 소아과 전문의셨던 아버지는 한창 일할 63세에 암으로 돌아가셨다. 쌍둥이 중 한 아들은 휠체어에 의지해서 겨우 눈빛으로 의사소통만 하는 정도의 중증 장애다. 그 아들을 돌보던 아내의 건강이 나빠졌다. 내가 역할을 분담해야 할 때라고 본다. 포항시의사회에서 경북도의사회까지 가족보다 의사회를 위해 보냈던 더 많은 시간을 이번 임기 뒤에는 내려놓고 이젠 자신과 가족을 위해 봉사하고 싶다.

 

□이우석(李祐碩·59) 경북도의사회장·안과 전문의

포항 출신, 서울 숭문고. 계명대 의대 졸, 계명대 의학대학원 의학박사.

포항 선린병원 안과과장 역임.

미국 존스홉킨스 의대 월머 안과연구소 펠로우십(2005∼2006년).

포항시의사회장(2014~2015년)

경북도 보건단체의료봉사단장(2016~2020년)

경북도의사회 코로나19 대책위원장(2020년 2월~2021년 3월)

자랑스러운 경북도민상(2021년)

현 경북도의사회장, 대한의사협회 부회장.

초교 6년 때 서울로 유학 가서 고교를 졸업하고 의사가 돼서 다시 고향 포항으로 내려왔다.

포항시장애아수영연맹 부회장을 비롯, 사회단체에서부터 더러는 익명으로 수많은 사회단체를 통해 기부와 의료봉사를 해왔고 특히 장애인과 학대 받는 어린이들을 위해 노력해왔다. 아버지의 이름(이병철)으로 아너 소사이어티에 가입하기도 했으니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몸으로 실천하는 의사다.

/이경우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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