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홀로 있어 외로운 섬을 가슴에 품고 살았다. 보고 싶고 가고 싶고 쓰다듬고 싶었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마음에서 자꾸 멀어졌다. 이번에는 큰마음 내서 나서기로 했다. 검푸른 망망대해에 외롭게 떠 있는 바위섬, 그곳에 있는 내 나라의 땅을 밟고 물비린내를 온몸으로 마셔보리라. 거기에는 질기게 뻗고 있을 풀뿌리, 갖가지 날짐승이 날아들고 있겠지. 달뿌리풀, 날개하늘나리, 섬괴불나무, 보리밥나무, 뿔쇠오리, 노랑지빠귀, 물수리, 괭이갈매기 등 이름도 예쁜 생명이 어우렁더우렁 군락을 이루고 있겠지.
포항에서 나고 자라 지금은 지천명을 훌쩍 넘겼다. 호미곶에서 일출을 맞고 수평선 너머에는 독도가 있고, 이제는 독도를 만난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았다. 울릉도 동남쪽 뱃길 따라 이백 리, 세종실록지리지 강원도 울진현, 이사부, 안용복…, 동남쪽으로 난 뱃길을 따라가 보자. 지금껏 책으로만 익혔든 지식을 더 깊이 사랑할 수 있게 나선 길이다. 머리로만 사랑한다고 외친 곳, 독도의 등을 한 번쯤 쓰다듬어 주련다.
아름다우면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게 되면 속속들이 알고 싶어진다. 독도가 그렇다. 심해 2천m에서 우뚝 솟아오른 동도, 서도는 동해 위에 핀 돌꽃이었다. 바닷속에는 해조류가 너울거리고 이를 터전으로 고기들이 별천지를 이룬다. 아름다움 아래 감춰진 보물은 그뿐만 아니었다. 망간단괴, 해양 심층수, 천연가스 등 돈으로 가치를 환산할 수 없는 자원이 많이 매장되어 있다. 바다는 우리의 미래를 풍요롭게 하는 자원의 보고였다.
우리 땅의 동쪽 끝을 보고 싶어 배에 올랐다. 백 번 듣느니 한 번 보고 느끼는 게 낫지 않으랴. 이제는 손으로 바위를 만지고 괭이갈매기는 어떤 노래를 부르는지 직접 듣고 싶었다. 무엇보다도 항상 그곳에 있을 독도 경비대 아저씨들에게 인사 한마디 나누고 싶었다.
독도를 알아가는 거리만큼 바닷길은 험난했다. 파도가 점점 높아져 배가 울렁거렸다.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궐기문장이 두 주먹에 아로새겨질 때쯤 뱃머리가 도동항에 닿았다. 파도가 방파제를 때리고 요란한 울릉도 바람이 나를 맞았다. 독도에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다는 기대에 바람쯤이야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도동항에 내렸다. 한나절이 지나자 거칠었던 울릉도의 바람은 온순했다.
다음 날, 바다는 길을 열어주었다. 어떤 이는 삼 대가 공덕을 쌓아야 길을 열어준다고 했다. 삼 대가 공을 쌓지는 못해도 독도에 가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을 들어주었나 보다. ‘어여 오라’고 독도는 두 팔 벌려 우리를 맞이했다. 독도에서 꼭 하고 싶었던 게 있다. 마음껏 발로 쿵쿵거리며 뛰어다녔다. 사람 반 괭이갈매기 반 그리고 비릿한 냄새하고 눅눅한 바람이 하나가 되었다.
동행한 벗들과 플래카드를 들고 사진을 찍었다. 한참을 정신없이 사진을 찍고 괭이갈매기를 찍고 서도와 동도를 카메라 셔터에 부지런히 담았다. 하나라도 빠짐없이 모두 담고 싶었다. 두고두고 꺼내 보려면 더 많은 것을 담아야 하겠다.
웅성대는 사람과 조금 떨어진 곳에 갔다. 동해의 맑은 물이 독도의 끝자락에 닿은 곳에서 한참을 생각했다. 이 물이 흘러 더 동쪽으로 가겠구나. 거기에는 이곳을 노리는 무리가 있겠지. 오래전부터 있는 아름다운 이곳을 그들의 방법으로 흩트려 놓는구나. 내 마음을 알았는지 파도가 철썩거리며 바위에 와 부딪힌다. 가장 동쪽에 있는 우리 바닷물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비록 독도에 머무는 시간은 짧았지만, 그 여운은 오래갈 듯하다. 독도야 잘 있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