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지주사 이전·제철중 배정 등 대치에도 ‘책임 중재’는 뒷짐<br/>지역원로·전문가 참여하는 중재조정 컨트롤타워로 해법 찾아야
포항지역사회에 각종 갈등이 커지고 있으나 이를 조정 중재하는 역할은 전무하다시피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인구 50만명 규모의 산업도시인 포항 경우 각종 개발 사업부터 교육, 환경 등 사회 전분야에서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갈등이 분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 포항시청 정문 앞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갈등과 관련된 집회 시위가 열리고 있다. 하지만, 지역 내에 첨예한 갈등을 조정하고 타협을 이끌어내는 갈등 조정자의 역할은 찾기가 어렵다.
최근 포스코홀딩스 본사 포항 이전 등의 문제로 포항지역사회와 포스코 간에 불거진 갈등도 마찬가지다. 양측 대립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지만 사태 해결을 위한 중재 역할은 보이지 않고 있다.
포항 시내 곳곳에 각종 단체 명의로 포스코를 비난하는 현수막이 게재돼 시민들의 마음을 무겁게 하고 있음에도 지역과 포스코의 미래를 위해 서로 대승적인 자세를 취하고 협상 테이블로 돌아가야 한다는 목소리는 나오지 않고 있다. 시민들은 공동 운명체 관계라 할 수 있는 포항과 포스코가 하루빨리 갈등을 수습하고 공생의 비전을 발표해주기를 기다리고 있다.
모 시민단체 대표는 “포항시 및 지역사회와 포스코 간 충돌 경우 포스코 출신 지역인사들이 물밑에서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음에도 움직임은 없다”면서 포항상공회의소 또는 지역 원로들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아 매우 안타깝다고 말했다.
효자초등학교 예비 졸업생들의 중학교 배정 문제로 효자동 주민으로 구성된 ‘효자초 중학교 배정 대책위원회’와 지곡동 주민으로 구성된 ‘지곡 단지 학습권 회복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사이의 갈등 또한 깊어지고 있지만 이 역시도 중재 역할은 한계에 부딪쳐 있다. 이 지역은 길 하나 사이에 있는 이웃 주민끼리 중학교 배정 문제로 연일 기자회견과 집회를 하며 충돌하고 있다.
대형 이슈를 놓고 지역사회가 술렁이자 시민수용성을 전제로 한 갈등관리위원회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타시도에서 운영중인 공론화·갈등관리위원회를 비롯해 중재서비스, 갈등치유위원회, 분쟁조정위원회 등을 벤치마킹해 포항에 적합한 시스템을 구축,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지방자치가 정착되어 있는 만큼 대의기관인 시의회에서 그 역할을 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이번의 포항지역사회와 포스코 간 갈등과 학교 배정 사안에서처럼 의회가 벽에 부딪히는 경우가 있어 지역 원로 또는 전문가들로 구성된 제대로 된 중재조정기구가 더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그래야 지역구 관계없이 갈등 해결 성사에 효율성을 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시민은 “효자초 중학교 배정 사태 경우 처음에 교육청은 제철중 진학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으나 당시 정치권이 개입, 성사시킨 케이스였다”면서 “그럼에도 최근 갈등이 불거지자 정치권은 이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기보다는 혹 불똥이 튈까봐 몸 사리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어차피 정치권은 이해충돌 사안에 한계가 있는 만큼 대형 민원 또는 이슈를 풀어 줄 민간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경북도가 시군의 갈등 사안에 보다 적극적으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타시도 경우 시군의 대형 갈등 이슈에 광역자치단체가 나서 중재를 하는 사례가 많으나 경북도는 다소 주춤한 상황이다. 도는 이번 포항지역사회와 포스코 간 갈등 국면에도 현재 개입은 않고 있다.
/전준혁기자 jhjeo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