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수 년 전에 경험한 일이다. 지하주차장에서 주차 공간을 확인하려고 뒤를 돌아보려는데 목이 돌아가지 않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후진을 위해 오른팔을 들어 올리려니 심한 통증으로 움직일 수가 없었다. 평소 워낙 부실하던 몸이라 곳곳이 삐걱대는 건 예사였으나 통증과 함께 팔과 목을 움직일 수 없는 경우는 처음이어서 몹시 당황했었다. 이튿날 병원에 가보니 오십견이라 했다. 인체가 기계라면 오십년이나 사용했으니 여기저기 고장이 나게 마련이다. 여러 질병명 중에서 세월의 의미가 담겨있는 대표적인 것이 오십견이 아닌가 싶다. 이는 단순히 오십대의 어깨에 생긴 염증이 아니라 반 백년이라는 상징성을 가진 세월의 무게를 더한 용어일 것이다.
공자는 오십이 되어 천명을 알았다고 한다. 천명은 하늘이 인간에게 맡긴 사명이다. 하늘의 명은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을 것이므로 ‘지천명’은 불가항력적이다. 그래서 그런지 오십견은 치료가 어려워 그야말로 세월이 약이다. 병원 처방이 있고 여러 가지 치료 방법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단번에 상처를 도려내듯 깨끗하게 치료하기는 불가능하고 세월이 가야 비로소 조금씩 낫는다. 나도 오십견 진단을 받고는 부지런히 병원 치료를 했다. 의사의 지시에 따라 어깨 부근에 고인 물을 뽑아내기도 했고 물리치료와 약물치료도 열심히 했다. 별 차도가 없어 한방치료를 겸하기도 했으나 마찬가지였다. 그 과정에서 알게 된 온갖 민간요법 정보와 먼저 겪은 자들의 경험담에 의하면 가장 좋은 운동이 수영이란다. 병원 치료를 열심히 받고 수영을 부지런히 하면 일년 만에 완치가 되고, 아무것도 안하고 그냥 두면 완치에 열두 달이 걸린다니 그게 그거다. 그러나 오십견은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낫는다는 속설을 믿고 방치하면 후유증으로 평생 고생할 수 있으니,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장시간 사용할 경우는 근육이 경직되지 않도록 적절한 스트레칭이 필요함을 명심해야 한다.
육십을 훌쩍 넘은 사람이 뜬금없이 무슨 오십견 얘긴가 할 수도 있겠다. 남의 얘기이거나 옛날이야기가 아니라 몇 주 전에 비슷한 증세를 겪었고, 일년도 열두 달도 아닌 몇 주 만에 회복이 되었으니 이건 뭐지? 다행이면서도 어리둥절하다. 뭐 좋은 일이라고 양쪽 어깨를 골고루 다녀갔던 오십견이 육십 중반에 다시 찾아왔으니 황당함과 당혹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더구나 바쁜 일로 열심히 자판을 두드려대던 중이었으니 큰 낭패였다. 즉시 한의원을 찾았고, 치료에 공을 들였고, 휴식을 일처럼 중요하게 실천했더니 불과 몇 주 만에 호전되었다. 그렇다고 인생 육십의 무게가 오십보다 가벼워서 그런 건 아닐 것이다.
육십을 ‘이순’이라 하여 남의 말이 귀에 거슬리지 않아 이해하고 관용하는 경지를 이르는 말이다. 나잇값을 하자면 자아를 덮고 있는 가면을 벗어야 한다. 이순이 되면 그동안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남기 위해 썼던 가면을 벗어 던지고 진짜 자기를 만나야 한다. 스스로 존재 이유를 의심하게 하던 내면의 그림자를 걷어내고 진정한 자신의 가치를 찾으려 노력해야 한다. 인생은 완성이 아니라 완성을 향하여 나아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