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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해 기업 존중받는 사회 만들겠다

등록일 2022-06-27 18:30 게재일 2022-06-28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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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우가 만났다<br/>이재하 대구상공회의소 회장

‘기업이 국가다’라는 말에서처럼 기업과 경제는 국민 생활과 직결돼 있고 그만큼 기업인의 역할은 중요하다. 기업은 4차 산업혁명 시대 기술 혁신의 주체이자 환경 고용 성장 문제에 대한 해답을 내놓을 주역이다.

이재하 대구상공회의소 회장은 “산업 전반에 확산되고 있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맞게 사회와 기업을 연결하여 기업의 경쟁력 강화는 물론 사회적 책임 이행으로 친기업 분위기를 만드는데 더 노력하겠다”고 말한다.

기업의 역할을 새겨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 사회와 함께 성장함으로써 시민의 신뢰와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다짐이다.

 

“오늘의 대한민국을 있게 한 성공 핵심 요인 중 하나가 ‘기업가 정신’이라고 생각

중소기업 비중이 높다는 것이 경제규모가 작다거나 어렵다는 말은 결코 아냐

중요한 건 고유기술과 끊임없는 R&D 투자… 이를 위한 종합 컨트롤타워 절실”

 

- 윤석열 대통령이 ‘기업 규제를 과감히 혁파하겠다고’고 했다. 지역 기업인들의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가 어느 때보다 큰 것 같다.

△지금보다 더 나빠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통령의 생각이나 철학이 밑으로 내려와 실천 단계까지 가기에는 시간이 걸리지 않나.

사실 기업인들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기대가 크다. 기금 기업인들의 사기도 높다. 지난 정권에서 반기업 정서가 팽배했던 데 비하면 이번 정부는 친기업 정서가 느껴지고 있기 때문이다.

 

- 규제개혁은 역대 정부에서도 한다고 하지 않았나. 대표적인 기업규제라면 어떤 것을 들 수 있나.

△물론 역대 정부에서도 규제 개혁을 하겠다고 했고 노력도 했다. 그러나 건수 위주 추진이나 개선하기 쉬운 과제 해결 등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지 못했던 것 같다. 또 제도나 규제들을 시대에 맞게 정비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불필요하고 중복되는 규제는 통폐합하고 간소화하여 기업이 중복적으로 규제를 받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이나 주52시간제 등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하나의 규제만이 문제가 아니다. 현재 규제들은 기업들의 ‘가능 행위’를 하나하나 규정하고 제한하는 방식으로 정해져 있다. 상황에 맞춰 과거의 제도가 기업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일이 없도록 정비해야 한다.

 

- 기업인이 존경받는 환경을 강조해 왔다.

△오늘의 대한민국을 있게 한 성공의 핵심 요인 중 하나가 ‘기업가 정신’이라 생각한다. 경제발전의 원천이 되는 기업가 정신은 기업이 존중받는 사회에서 제대로 발현될 수 있다. 물론 기업인이 존중받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국민들이 기업을 올바르게 보고 평가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가능하다.

 

- 기업인이 존중받는 환경을 강조하는 배경은 어디서부터 왔나.

△기업인은 일자리창출과 국가 경제 발전을 위해 사명감을 갖고 열심히 일하고 있지만 고생하는 만큼 대우받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아직도 우리 사회는 ‘사농공상(士農工商)’의 DNA가 지배하고 있는 듯하다. 공부 잘 하면 기업가 아닌 관료나 공직자를 선호하고 있지 않은가. 행사장에 가보면 보통 기업인에게는 앞자리가 없다.

회장 취임 직후부터 ‘기업인이 존경받는 환경’을 강조해왔고 대구산업대상을 시상하고 대구를 빛낸 기업을 소개하는 등 기업인의 사기를 높이는 ‘경제계 신년인사회’를 개최했다. 또 기업인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온라인 기업가 박물관도 추진하고 있다.

2019년부터 시작한 리딩기업 간담회와 원로 기업인 초청 간담회를 통해 기업인의 자부심과 긍지를 높이고 지역을 대표하는 100년 기업들이 많이 생겨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었다.

 

- 새 정부에서 법인세 등 세제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기업인으로서 상속세를 폐지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한다. 기업은 많은 세금을 내는 세원이기도 하다. 기업이 제 기능을 다하기 위해서는 기업 승계를 통한 노하우의 축적이 중요하다. 그런데 돈으로 상속받는 것이 아닌데도 상속세를 물리고 있다. 그러니 제품 만들고 경영하는 데 신경 써야 할 기업이 어찌 재테크에 더 신경 쓰고 있는 이상한 현상까지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상속세를 줄여서 2세 기업인이 많이 나오게 해야 한다. 100년, 200년 된 기업이 나오기 위해서는 경영의 노하우가 필요한데 축적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 주52시간 근무제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현장에서 어떻게 반응하고 있나.

△대구상의가 2020년 말 회원사를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응답 기업의 절반 이상(58.2%)이 ‘임금이 줄어들었다’고 하더라. 근로시간 단축으로 휴게 시간은 늘어났지만 실질적 근로시간 감축에 따라 소득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저녁이 있는 삶도 소득이 보장돼야 가능해지는 것이다.

법 취지는 사람을 더 채용하라는 고용증대에 있지만 실제 기업으로서는 한 번 고용하면 위기가 닥쳤을 때에도 쉽게 해고할 수 없다는 현실적 어려움이 있어 쉽지 않다.

또 원청과 하청의 구조적 문제, 산업별 직무별 특수 작업환경으로 인한 초과근로 상황이 발생하는 등 복잡하다. 초과근로 제한은 기업 생산에도 차질이 생겨나고 근로자는 임금 감소로 이어지는 등 현실적으로 문제가 빚어지고 있다.

 

- 대구는 중소기업 비중이 높은 도시다. 대구 경제와 중소기업 육성책으로 특히 필요한 대목은 어떤 것이 있나.

△대구가 중소기업 비중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경제규모가 작다거나 어렵다는 말은 결코 아닐 것이다. 세계적으로 중소기업 중에서도 세계 1등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들이 많이 있다. 중요한 것은 중소기업이 자신만의 기술을 가지고 끊임없이 R&D(연구 개발)해 나가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R&D에 투자를 해야 하는데 그런 여력이 되는 중소기업이 드물기 때문에 대부분 위탁생산에 그치고 있어 안타깝다. 내가 취임 초부터 지역 기업의 R&D 지원을 강조하고 동대구 벤처벨리에 R&D 지원기관들을 집적화해 연구 개발부터 제품 출시까지 지원할 수 있는 대구 R&BD(사업화 연계 기술개발) 지원센터를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 기업 발전의 조건으로 R&D를 강조한다. 마치 R&D가 중소기업 성장의 도깨비 방망이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세계 최고 기술을 가져야 하는데 이는 그저 주어지지 않는다. 과거 우리 중소기업이나 기업인은 첨단 기술을 벤치마킹하는 시대였고 그 때는 ‘Fast Follower’여야 했다. 그러나 우리 수준이 높아진 지금은 그렇게 해서는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 지금은 ‘First Mover’여야 한다. 1등 기업이 되면 더 이상 배울 데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신기술에 따른 장치 설비는 처음 투자할 때는 힘들어도 양산 체제에 들어갈 때면 후발 주자들이 따라오지 못할 정도로 경쟁력을 갖게 된다. 이런 기술은 R&D에 대한 투자에서 나온다. 샘이 깊어야 물이 고인다. R&D에 투자해야 세계적 석학이나 연구 인력들이 모여들고 좋은 기술이 나오게 된다.

 

- 동대구역 네거리에 위치한 동부소방서가 이전하게 되면 그 자리에 ‘대구 R&BD 지원센터’를 건립해야 한다는 주장도 그런 이유인가.

△그렇다. 지역 중소기업들이 독자적으로 R&D를 운영할 수준은 되지 못하지만 대구로서는 절실한 문제이다. 지역 과학의 혁신 역량을 높이고 우리 경제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신기술 개발과 이를 사업화할 수 있는 종합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대구상공회의소 회장으로서, 또 기업인으로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회 있을 때마다 연구소의 중요성과 유치의 필요성을 전파해왔고 또 실제 건립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 정부의 공공기관 이전과 관련, 대구 중소기업들의 현실적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떤 기관이 유치돼야 하나.

△대구로서는 중소기업은행 유치가 가장 필요하다. 기업 경영에는 금융이 필수 요소이다. 코로나19 위기 때도 기업들이 자금 지원을 가장 필요로 했을 만큼 정말 중요하다. 이런 문제는 정치논리로 지역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 효과를 최우선 고려해야 한다.

나는 운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대구를 방문했을 때 직접 건의하기도 했다. 또 홍준표 대구시장 당선인도 경제발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나도 인수위에 참여해 적극적으로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기도 하다. 지자체와 함께 경제계에서도 총력을 기울여 유치에 나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 최저임금 협상에 대한 대구상의의 입장은 무엇인가. 업종별 지역별 차등적용에는 동의하나.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라도 최저 임금 인상 수준은 고민해야 한다. 통계청 자료에도 최저임금을 못 받는 근로자가 전체 근로자의 15.6%나 된다. 특히 업종별로 차이가 커서 숙박음식업 종사자는 절반 가까이(42.6%) 최저임금을 못 받고 있다.

기업 규모로도 4인 이하 기업의 36.3%가 최저임금 미만으로 일하고 있다. 따라서 기업 규모, 업종별로 지불능력, 근로조건, 생산성에 차이가 있는 만큼 최저 임금의 업종별 지역별 차등적용은 필요하다.

 

- 자동차 부품 산업은 대구의 핵심 산업이다. 내연기관 자동차가 전기차 수소차 시대로 전환해 가고 있는데 대구의 자동차 부품산업은 미래를 준비하고 있나.

△끊임없는 신기술의 등장과 접목으로 앞으로의 자동차 산업은 더욱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미래 자동차 시장의 변화와 트렌드를 사전에 예측하고 선제적인 대응에 나서지 않는다면 현 경쟁 구도에서 생존해 나가는 것조차도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난해 대구상의가 대구경북연구원과 공동으로 실시한 ‘지역 미래차 전환 실태조사’에 따르면 57.1%가 미래차 개발 계획이 있다고 응답했다. 변화를 준비하고 있는 기업이 절반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보모터스도 미래차기술연구소를 중심으로 R&D에 집중 투자하고 있으며 특히 ‘친환경 미래차’라는 큰 테마에 초점을 맞추고 선행 개발을 실행하고 있다.

 

- 대구상공회의소 회장에 연임됐다. 회장직 수행이 개인적으로 기업 경영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

△기업인으로서 회장직 수행은 실리적, 실질적으로 엄청난 기회손실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역 상공업계의 권익을 대변하고 제도 개선과 기업들의 어려움을 지원하고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일에 적극 나서면서 보람을 찾고 있다. 기업인들이 경영 성과를 사회와 공유하고 우리 사회가 기업인을 존중하면서 기업과 사회가 함께 발전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데 더욱 노력하겠다.

 

- 회장님이 경영하는 삼보모터스의 성장 과정에는 어떤 기업가 정신이 있었나.

△미술선생에서 자동차 부품 산업에 뛰어들어 성공하기까지 ‘마음을 한 곳에 집중하여 다른 곳을 돌아보지 않는다’는 ‘주일무적(主一無適)’ 정신이 있었다. 1994년 국내 최초로 자동변속기 부품 개발에 성공, 점유율 국내 1위, 세계 9위로 세계적으로 기술을 인정받고 있다.

앞으로는 ‘Fast Follower’가 아닌 ‘First Mover’로 산업 변화의 중심 역할을 해 나가려 한다. 회사로서도 대구 상공회의소 차원에서도 R&D 연구 개발에 대한 투자도 지속적으로 해나가겠다.

 

- 최근 계명대에서 명예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상도 많이 받았다.

△실력보다 더 좋은 상을 받을 때면 상복이 있다고 생각한다. 기업을 하면서도 수출탑 산업훈장 등 더 받을 것이 없을 만큼 받았다. 상은 언제나 더 열심히 하라는 채찍으로 받아들인다.

 

 

□ 이재하(李在夏·68)

안동출생

계명대 서양화과 졸, 계명대 교육학 석사. 대구대 명예 경영학 박사. 계명대 명예 공학박사.

포항 대동고 교사.

삼협산업 대표이사. 삼보모터스 회장.

대구성서산업단지관리공단 이사장. 삼보문화재단 이사장. 대구사진비엔날레 조직위원장.

대구FC이사회 회장. 은탑·금탑 산업훈장. 무역의날 1억불 수출탑.

신기술을 개발해서 세계 1등 제품을 생산해야 기업이 살아남는다며 R&D 중요성이 몸에 배어 있는 철저한 기업인. 미술선생에서 기업가로 변신해 직원 3천명에 매출 1조5천억원의 삼보모터스를 일궜다.

 

/이경우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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