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우가 만났다<br/>조치흠 계명의대 산부인과 교수
과학의 발달은 인체의 신비를 한 꺼풀씩 벗겨내고 있으나 암은 여전히 미지의 영역이다. 신약개발과 새 수술기법 연구로 미지의 영역에 도전하며 암 정복도 멀지 않다고 믿게 하는 의사.
부인암의 조기 진단과 복강경 로봇 수술의 세계적 권위자 조치흠 계명대 의대 산부인과 교수는 “의사로서 병에 대한 지식은 20%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주어진 환경에 최선을 다하면 나머지는 하나님께서 해결해 주신다며 겸허함을 보인다.
국립암센터 암정복 추진 기획단 기획위원으로 1996년 세계 최초로 반복적 자궁경관 무력증을 복강경을 이용한 자궁경부 봉축술을 시행헸고, 2014년 아시아 최초로 자궁내막암 로봇 수술을 성공하고 2015년 세계에서 두 번째로 자궁경부암 단일공 로봇수술을, 2016년에는 세계 최초로 자궁내막암 단일공 로봇수술의 수술 방법을 정립하여 가이드 라인을 세웠다.
코로나19 사태 때 그는 대구 동산병원에서 비상대책본부장으로 코호트 격리를 감행했고 성서 동산병원을 세계 최고수준의 병원으로 만들겠다며 이전을 총괄 지휘했다.
“환자가 오고 싶어 하는, 직원이 자랑스러워하는, 최첨단 스마트 병원 구현 목표”
“부인암 분야 전국적으로 자타가 인정… 수술 환자의 생존율 국내외적 매우 높아”
“의사로서 안주하지 않고 다양한 수술법 연구하고 싶어 로봇 단일공 수술에 도전”
-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종이 무서운 기세로 확산되고 있는데 방역 당국은 방역 패스를 중단하는 등 아예 손을 놓은 모양 같다.
△지금 코로나19 상황은 2020년의 시작 당시와는 다르다. 어중간한 거리두기로 코로나 감염의 피크를 오래 가게 만들어 버렸다. 너무 오랜 기간의 제한으로 모든 국민이 지쳐 있다. 이런 때일수록 질병관리청에서 중심을 잡고 정치적인 목적에 휘둘리지 말고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 전문가들이 백신 접종에 따른 집단면역의 완성을 통해 코로나19는 반드시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대처해야 한다. 플랜 A에만 머물지 말고 경우의 수를 고려한 플랜 B, 플랜 C까지도 마련해 놓아야 한다.
- 계명대 동산병원은 코로나19 초기의 K방역을 이끌었고 그것이 세계적인 코로나 방역의 텍스트가 됐다. 당시 동산병원장으로 이를 진두지휘했다.
△2020년 2월 대구에서 코로나19가 대규모로 유행하면서 동산병원이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되자 비상대책본부장을 맡아 하루 만에 병원 전체를 코로나 환자 진료공간으로 바꿨다. 음압 병동이 아닌 격리 병원 개념으로 건물 전체를 코호트 건물로 지정한 국내 첫 사례였다. 코로나 전담 병원으로 지정되자 의료진은 물론 청소부나 식당 조리사들까지도 외면하는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참여와 설득으로 극복해서 동산병원의 대응체계는 K방역의 모범사례가 되었고 세계적으로 인정받기에 이르렀다. 이 과정을 전 세계가 코로나19 방역체계에 공유할 수 있도록 ‘대한민국 코로나19 병원에서 얻은 교훈’이란 제목의 논문으로 WHO에서 발간하는 온라인 저널에 기고했다. 의사로서 보람이다.
- 계명대 성서 동산병원이 밖에서 보는 외양도 아름답지만 병원 안에서 둘러보니 훨씬 정교하면서도 효율적이고 쾌적하다.
△돌이켜 보니 이야기가 많다. 계명대 성서 동산병원 건축 공정률이 8%일 때 기획정보처장을 맡았고 오픈할 때는 병원장을 맡았다. 5천억원 규모의 프로젝트였다. 이전 당시엔 이전기획단 부단장을 맡아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챙겼다. 병원은 청정과 친환경을 모토로 건축했다. 환자와 의료진을 위해 병원의 하드웨어는 물론 소프트웨어에서도 대구를 넘어 세계 최고의 병원을 목표로 추진했다. 미국의 병원 시스템을 배우기 위해 2014년 스탠포드에 6개월이나 다녀오기도 했다.
- 조 교수가 생각하는 동산병원은 어떤 병원인가.
△환자가 오고 싶어 하는 병원, 직원이 자랑스러워하는 병원, 최첨단의 스마트한 병원을 구현하는 것이 목표였다. 형태적으로 아름다우면서도 실용적인 면에서도 효율적인 건물이 될 수 있도록 세심한 신경을 썼다. 수술실은 아시아 최고 수준이다. 어느 수술실이건 주치의 이름만 넣으면 집도가 가능하도록 최적화 세팅이 되는 하이브리드로 꾸몄다. 병원 내 어디에서든 햇볕을 즐길 수 있고 어디에서나 쾌적한 공기를 숨 쉴 수 있다. 필터 비용만도 연 8억원이 들어간다. 입구 로비의 에스컬레이터 천정은 노아의 방주를 의미하는 등 병원 곳곳에 스토리도 담았다.
- 병원 오픈과 관련한 비화 같은 것은 없나.
△환자 1명도 없는 0 베이스에서 시작했다. 병원을 오픈하면서 현금 600억원을 마련해 뒀다. 적어도 3달 정도의 직원 월급은 비축해 두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것이다. 그런데 2주만에 900여 병상을 채웠고 결과적으로 그 자금은 한 푼도 쓰지 않았다.
- 산부인과 전문의로서 부인종양분야 양성(혹) 및 악성(암)의 조기 발견과 치료에 전국적 명성을 얻고 있다.
△지역 여성 부인암 환자의 3분의 2를 우리 병원이 차지하고 있을 만큼 부인암 분야에서는 전국적으로 자타가 인정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5위 이내다. 그만큼 많은 환자들을 진료하고 수술했다. 수술 환자들의 생존율이 국내외적으로 매우 높게 나타나고 있으며 예후가 좋고 또 환자들도 만족하고 있더라.
- 부인과 복강경 수술에서 로봇을 활용한 수술은 지금 어느 단계까지 와 있나.
△주로 자궁절제 및 난소종양 수술에서 로봇 수술이 활용되고 있다. 복강경 수술처럼 로봇 수술도 종전 4곳 절제하던 수술에서 지금은 단일공으로 한 곳만 절제하고 있다. 그만큼 정교해 졌다. 최근에는 부인암까지 영역을 넓혀 자궁내막암 환자를 단일공을 이용해 성공적으로 수술했다. 로봇 단일공 수술은 시간이 절약되고 복강경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수술할 수 있다.
- 산부인과에서 하던 기존의 복강경 수술과 비교하면 로봇 단일공 수술의 장점은 무엇인가.
△로봇 단일공 수술에서는 10배까지 확대되는 3D 고화질 입체영상과 같은 최첨단 이미징 기술로 의사가 수술 부위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복강경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첨단 장비다. 또 복강경 단일공 수술로 자궁적출 수술을 할 경우 의료진의 체력적인 부담이 큰 데 반해 로봇 단일공 수술은 편한 자세로 수술할 수 있다. 이것은 치료 효과와도 연결된다.
- 미국이나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한국의 로봇 단일공 수술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한국 의사들의 술기가 워낙 좋아 전세계적인 표준 로봇 수술법이 국내 의료진에 의해 개발되고 있을 정도다. 아시아에서는 한국이 독보적으로 로봇 단일공 수술을 하고 있다. 한국은 단일공 복강경 수술에서도 아시아의 다른 나라들과 비교했을 때 임상 데이터도 많고 뛰어난 결과를 나타냈다.
- 우리나라 의사들은 술기가 좋아 복강경 수술 실력이 세계적 수준이라는데 구태여 로봇 수술이 필요하나.
△부인과 수술에서 복강경 수술, 복강경 단일공 수술, 로봇 수술, 로봇 단일공 수술 등으로 기술이 발전해 왔다. 그만큼 환자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로봇 단일공 수술은 환자에게는 최소 침습수술의 혜택을. 의사에게는 더욱 쉽고 정확한 수술이 가능하다는 혜택을 준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스마트폰 시대에도 2G폰으로 충분히 생활하는 사람이 있듯 반드시 로봇 단일공 수술을 강조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비용면에서 차이가 없다면 로봇 단일공 수술을 권하고 싶다. 수술시간 감소는 물론 환자의 만족도도 매우 높기 때문이다.
- 여성 환자에게는 산부인과 수술 후의 삶의 질도 매우 중요할 것 같다. 로봇 단일공 수술이 환자에게 주는 특별한 혜택이 있나.
△무엇보다 흉터를 최소화해서 여성들에게 미용적인 혜택을 준다는 것이다. 단 하나의 절개창을 통해 모든 수술을 진행하기 때문에 몸에 흉터가 남을까 걱정하는 여성들이 이 수술을 선호한다. 또 환자의 회복 속도가 상당히 빠르다.
단점은 비용이 복강경보다 비싸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도 예전보다는 많이 낮아졌고 장점이 크기 때문인지 환자들이 큰 부담을 갖지 않는 것 같다. 지금은 자궁내막암과 자궁경부암 및 초기 난소암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 산부인과에서 복강경 수술 전문가다. 자궁경관 무력증 환자에게 복강경으로 자궁경부 상부 봉축술을 성공시켜 세계 100대 의학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런데도 로봇 단일공 수술이라는 새로운 영역에 도전했다.
△의사의 기본은 끊임없이 환자에게 가장 많은 혜택을 줄 수 있는 치료법을 고민하는 것이다. 성격이 남을 따라 하는 것을 싫어하고 남과 다르게 생각하려 노력한다. 의사로서 직접 개발한 수술법에 안주하지 않고 다양한 수술법을 연구하고 싶었다. 로봇 수술은 배우기도 쉽고 후배 의사들을 교육시킬 때도 편하다. 줄어드는 산부인과 외과의들을 생각하면 로봇 수술이 의료계 현실 문제의 한 대안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 병원경영에서뿐 아니라 의사로, 교수로 진료와 연구에서도 성과가 돋보인다. 최근 난소암 유발 여성호르몬을 밝혀내 세계 학계를 놀라게 했다. SCI급 논문 120여편을 비롯, 국내외 전문 학술지에 190편 이상의 논문을 발표하는 등 연구와 임상을 두루 섭렵하고 있다.
△평소 의사로서 병에 대해서 알고 있는 지식은 20%밖에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코로나19 백신만 해도 그 실체를 모르고 있지 않은가. 그만큼 아직도 연구할 부분이 많다는 이야기다. 의사로서 나는 6시30분부터 진료를 시작한다. 병원장일 때도 진료와 수술을 했다. 계명대 산부인과와 의사 조치흠을 알리기 위해서는 논문으로 말하는 수밖에 없다. 의사로서 좋은 논문 한 편 나오는 것이 가장 기쁘다.
- 최근 연구중인 프로젝트를 소개할 수 있나.
△95년부터 연구실에서 연구원 5명과 분자생물학 분야 신약 연구를 하고 있다. 자궁근종의 약물치료 방법과 생존율이 가장 낮은 난소암의 생존율을 높이기 위한 연구다. 이를 위해 연구실에 5명이 연구하고 있다.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코로나 이전에는 해마다 미국 학회에 연구실 팀 6명이 함께 갔다. 1주일동안 미국에서 같이 생활하며 낮이면 각자 관련 섹션별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저녁이면 함께 모여 맥주를 마시며 배우고 느낀 점들을 공유한다. 비용이 조금은 들어가는 행사지만 배우고 오는 것이 더 많다.
- 비용 충당에 문제는 없나. 경제적인 어려움은 걱정하지 않았을 것 같다.
△지금은 큰 문제가 없지만 어려울 때도 있었다. 어머니가 인정받는 조산원이셨다. 확장하던 사업이 잘 안되면서 월급을 차압당하는 처지로 내몰렸지만 가족들이 합심해서 해결해냈다. 살아가면서 위기는 생겨나고 위기가 좋은 기회가 된다는 이치를 터득했다. 그러면서 경제력이 뒷받침돼야 충성심이 생겨난다는 것도 체득했다. 그때부터 ‘어른 싸움은 돈 싸움이다’는 경험이 생활신조가 됐다. 인간에게는 위기가 오면 슬기롭게 극복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봉사하면서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조치흠(趙致欽·61)
계명대 동산병원 산부인과 교수. 복강경, 로봇 수술 권위자. 현 아시아 부인과 로봇 수술학회장. 대륜고, 계명대 의대, 대학원, 경북대 의과대학원 박사.
2004 국립암센터 암정복 추진기획단 기획위원. 동산의료원 산부인과학교실 과장, 암 연구소장. 동산의료원 기획정보처장. 계명대학교 동산병원장. 부인종양중개연구회 회장, 대한산부인과 로봇학회 회장. 대한부인종양, 폴코스코피학회 상임이사 및 부회장. 미국암확회 정회원. 대한의학 한림원 정회원.
어머니가 유명 조산원이었고 부인과 아들, 딸, 동생 등 집안에 의사만도 20명이 넘는 의사가족이다.
여성호르몬 프로게스테론이 난소암 유발의 주요 원인이라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밝혀냈고 생명과학분야 국제학술지 PNAS(미 국립과학원회보) 2020년 12월호에 게재되는 등SCI급 논문 120여 편 발표했다. 2021년 황조근정훈장 수상.
/ 이경우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