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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빨라지고 여름은 길어지고 있다

등록일 2022-01-24 19:51 게재일 2022-01-25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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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우가 만났다<br/>서장원 대구지방기상청장
서장원 대구지방기상청장.
서장원 대구지방기상청장.

겨울가뭄이 계속되니 눈이라도 왔으면 좋겠다. 날씨로 하루를 시작하니 날씨가 그날의 기분을 좌우하기도 한다. 옷차림을 결정하는 사소한 일상에서부터 기상재해로 농수산물 수급에 불균형을 가져와 물가가 오르고 생업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이 기상정보다.

서장원 대구지방기상청장은 “최선을 다해 예보하고 위험 기상에 대해 국민들과 소통하여 국민생활 불편 해소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일기예보는 100% 달성하기는 불가능한 영역이니 변동가능성을 고려해 달라”고 말한다. 기후변화로 100년에 한 번 나올만한 극한기상이 늘어나고 변화의 정도도 큰 만큼 기상예보는 ‘불확실한 과학’이라는 것이다.

대구지방기상청은 2021년 업무와 지역민과의 소통으로 전국 9개 기상청중 최우수 예보기관에 선정됐다.

 

최근 30년 연평균 기온 1.6℃ 상승

특히 봄·겨울 기온 상승 경향 뚜렷

한국은 기상기술력 세계 6위 수준

기상위성·독자수치 모델 보유국

국제사회에서는 기상선진국 인정

“일기예보 100% 달성 불가능 영역

변동가능성을 고려해 달라” 당부

- 대구경북의 지리적 특성상 기상을 특정한다면 어떻게 설명할 수 있나. 실제 대구지역 기상과 시민들의 성격을 연결지을 수 있겠나.

△대구는 소백산맥과 태백산맥으로 둘러싸인 대표적인 분지 지형으로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추운 기상 특성을 나타낸다. 또한 동해안과 접하고 있어 동풍이 강하게 불 때는 포항에서 영천을 거쳐 대구까지 동풍이 유입되어 선선한 날씨를 보이기도 한다.

대구 시민들은 기후 탓인지 액티브하고 반응이 굉장히 빠르다고 느껴졌다. 특히 여름에 더위를 극복하기 위한 행정기관과 시민들의 노력이 인상적이었다. 도로변 그늘막 설치 같은 열기를 식히기 위한 노력이나 열 관련 산업에서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려는 열정을 볼 수 있었다.

- 지난해 여름은 장마가 짧았다. 늦여름 장마 비가 많이 왔다. 이런 장마 예측은 어디까지 가능한가.

△장마는 기상학적으로 정체전선의 영향을 받아 비가 오는 경우를 의미한다. 과거 장마는 장마기간 동안 쉴 새 없이 비가 내리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장마는 과거의 양상을 벗어나고 있다. 가령 정체전선의 영향권에 들어 있으나 비는 오지 않고 흐리거나, 동서 또는 남북으로 지역적인 편차가 큰 비가 쏟아지는 등 우리가 경험했던 장마와는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 그래서 우리도 2009년부터 장마의 시작 종료에 대해 공식적으로 예보하지 않고 있다. 대신 장마가 종료된 뒤에 사후분석을 통해 장마의 시종을 알려주고 있다.

- 해마다 봄이 빨라지고 있는 것 같다. 여름도 일찍 오는 것 같다. 올 봄은 언제 올 것 같나.

△기온의 장기적인 변화 추세로 최근 30년(1991~2020년)은 과거 30년(1912~1940년)에 비해 연평균 기온이 1.6°C 상승했다. 특히 봄과 겨울의 기온 상승 경향이 뚜렷이 나타났다.

또 계절 시작일과 계절 길이의 변화도 뚜렷이 나타나 과거 30년 대비 최근 30년은 여름이 20일 길어지고 겨울은 22일 짧아졌으며 봄은 17일, 여름은 11일 시작일이 모두 빨라졌다.

과거 30년 봄의 시작은 3월 18일이었는데 최근 30년 봄의 시작은 3월 1일이었다. 여름도 6월 11일에서 5월 31일로 11일 당겨졌다. 대신 가을은 9월 17일에서 26일로 9일이나 늦춰졌다. 겨울도 11월 29일에서 12월 4일로 5일이나 늦춰졌다.

- 여름이 길어지고 겨울이 짧아지는 계절의 변화처럼 지구의 온난화가 지구인의 화두가 됐다. 기후위기의 문제를 기상청은 어떻게 대비하고 있으며 국민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

△지구온난화는 산업혁명 이전에도 자연계에 있었던 현상이다. 다만 20세기 들어 석탄 석유같은 화석연료 사용량의 증가나 삼림 벌채 등으로 그 속도가 빨라지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 기상청에서는 전세계적인 기후 변화의 과학적 근거를 수집하고 연구해서 국민들에게 알리기 위한 다양한 활동들을 하고 있다. 기후변화 감시소를 통해 온실가스 농도를 측정하고, 기후변화 자료를 분석하고 지역별 기후 변화를 감시 예측하고 있다. 기상청에서 생산한 기후변화 시나리오는 정부와 각 지자체의 기후변화 적응대책 시행계획 수립에 지원되고 있다.

국민들은 자동차 타기를 줄이는 등 생활 속에서 실행 가능한 작은 노력부터 동참해주면 좋겠다.

- 기후위기와 관련, 정부가 2050년까지 탄소배출을 0으로 하는 탄소중립(넷 제로)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일부 전문가들은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목표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의 제6차 평가보고서에 의하면 탄소감축을 통한 넷 제로에 도달하는 시기가 빠를수록 미래 온난화 폭을 더 많이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구평균기온은 탄소감축 이행 정도에 따라 넷 제로 이후 서서히 감소하는 것으로 전망했다. 결과적으로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탄소중립 노력이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신속하고 빠른 탄소감축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을 보여준다.

- 날씨 예보가 정확해지고 지역별 시간대별로 세밀해지고 있다. 어디까지 예측 가능하나.

△기상청에서는 현재 실황에서부터 6시간 이내의 초단기 예보부터 최장 글피까지의 단기예보, 단기예보 이후 10일까지의 중기예보와 1개월·3개월 전망의 장기예보, 그리고 기후전망을 발표하고 있다. 특히 단기예보, 즉 동네예보는 전국을 5km x 5km 간격으로 세분화해 총 3500여 개의 읍·면·동 단위로 기온과 강수량 등 12개 기상요소를 1시간 단위로 예보하고 있다.

- 태풍의 크기나 진로 등에 대한 예보가 우리나라와 일본, 미국이 다르더라.

△태풍의 진로에 미치는 변수는 계절, 해수면온도 등 다양해서 예측이 어렵고 모델을 기반으로 관측자료와 슈퍼컴퓨터 데이터를 바탕으로 예보관 토의를 통해 최종 결정되는 만큼 나라별로 태풍 진로 예측은 다를 수밖에 없다. 또한 한국과 일본, 미국의 예보 방식이 기본적으로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각국의 자체 모델이 다르다. 한국은 재난 예방이 가장 큰 목적이지만 미국 JTWC(합동태풍경보센터)는 동아시아에 있는 군사 시설의 안전이 우선이므로 태풍 진로가 바뀌면 수시로 이를 예보하고 있다. 또 일본은 태풍 피해가 많아 광범위하게 위험 지역을 설정하여 정확도가 높게 나타나기도 한다.

- 대한민국의 기상기술력은 어느 정도이며, 세계적인 지위는 어느 정도인가.

△대한민국의 기상기술력은 세계 6위 수준이며 7번째 기상위성 보유국이고 독자수치 모델을 보유한 9번째 나라다. 국제사회에서는 그야말로 기상선진국으로 인정받고 있다.

특히 한국 기상청은 2007년부터 WMO(세계기상기구) 집행이사국에 진출하기 시작해서 현재도 193개국 중 37개국이 선정되는 집행이사국 지위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 2017년 포항에서, 2016년 경주에서 대형 지진이 발생했다. 우리나라에서 지진관측이 시작된 1978년 이래 규모 2.0 이상만도 연평균 45.8회로 나타났다.

△지진학자들은 가스냄새, 동물들의 이상행동, 지진광, 지면의 변형, 지하수의 화학성분 변화 등 지진 전조현상을 통해 지진을 예측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지진 예측에 성공한 사례는 없다. 설사 성공했다 하더라도 특정 지진에 대한 단일 성공 사례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지진조기경보는 2015년 처음 시행 당시 목표는 관측 후 50초 이내에 발표하는 것이었다. 이후 계속 단축돼 2021년에는 관측 후 5~10초 내외에 지진조기별보를 발표할 수 있는 체계를 갖췄다. 이는 일본, 미국, 대만 등 선진국과 유사한 최고 수준이다.

- 지난 2020년 봄 이상저온으로 일찍 개화한 꽃이 냉해를 입기도 하고 장마로 과수작물이 피해를 보는 등 농업이 기후변화와 가장 민감한 관계를 갖고 있다.

△경북은 전국에서 과수생산량이 많은 지역이어서 대구지방기상청에서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지역 특산 과수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기상융합서비스를 개발하여 사전에 서리 냉해 호우 폭염 강풍 등 기상재해 위험정도를 농가에 알려드리고 있다. 냉해를 유발하는 서리의 경우 예측정확도가 84%로 높다. 현재 상주 의성 안동 영천 지역에 대해 시범서비스 중인데 개발사업이 완료되면 경북도 전역으로 확대 실시할 예정이다.

- 산업에서 기상이변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한 노력은 어떤 것이 있나. 풍력 및 태양열 에너지와 같은 신재생 에너지와 관련한 기상청 업무는.

△국립기상과학원에서는 지상 50, 80m 고도에서 보여주는 풍력기상자원지도와 햇빛의 직달일사 산란일사 전천일사 등을 알 수 있는 태양기상자원지도를 개발해서 풍력과 태양광 예측정보를 서비스하고 있다. 기상청 기상정보와 지형정보를 반영해서 남한 영역에 대한 공간해상도 100m, 시간해상도 1시간, 예측시간 36시간의 풍력 태양광 예측 정보를 생산 제공하고 있다.

특히 경북 지역에는 태양광에너지 발전단지와 풍력에너지 발전단지가 많이 있는데 이들 산업들의 특성에 맞춤한 기상정보 가공 데이터 산업은 아직 미개척 분야인 것 같다. 기상청의 나이브한 관측 예보자료와 현지 정보를 융합해서 기업에 적용하는 사업이 필요하다.

- 기상청이 지역 주민의 생활이나 경제활동에 직접 영향을 주는 사례가 있나.

△대전지방기상청장으로 있던 2016년 폭염으로 서해안 조피볼락 양식어장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 기상청은 충남도와 국립수산과학원 공동으로 세미나를 통해 조피볼락이 수온 26°C만 넘으면 먹이를 먹지 않는 등 특성을 밝혀내고 3단계 기준을 만들었다. 그리고 대전기상청은 단계별 고수온 정보를 매일 2회 제공하여 먹이제한과 산소발생기 가동, 햇빛차단막 설치 등 조치를 시행토록 했다. 이 후 2년동안 고수온 피해로 인한 양식어장 피해는 단 1건도 발생하지 않았고 충남도청으로부터 기관장 표창을 받는 등 지역사회에서도 기상청의 역할을 인정하게 됐다.

- 대구지방기상청은 전국 최초로 기상과학관을 설립, 운영하고 있다.

△대구지방기상청은 1907년 대구측후소로 창설된 후 지금까지 대구와 경북도, 동해남부해상에 대한 기상 기후업무를 수행하면서 태풍과 집중호우, 대설, 폭염, 해난사고 등 지역현안과 관련된 기상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국립대구기상과학관은 2014년 건립된 우리나라 최초의 기상 기후 전문과학관으로 기상과학에 대한 전문적인 교육과 우리나라 기상산업을 알릴 수 있는 복합공간이다. 기상자료를 수집 가공 전시 홍보함으로써 대중에게 기상과학에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가상의 열기구를 타고 대구 상공을 날아올라 지역 지형과 기후 변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하는 영상관을 구현하는 등 시민들이 기상과 기후 과학을 실제 체험할 수 있는 과학문화시설을 지향하고 있다.

- 해류, 해상풍, 풍랑, 해일 등 해양물리학을 전공한 해양기상 전문가로 대구지방기상청장이 됐다.

△한국해양연구소에 근무할 때 동중국해 대만 앞바다에서 엄지손가락 절단사고를 당한 후 재생하기까지 6개월 고생했다. 이후 배를 타지 않으려고 기상청에 들어갔으나 해양기상과장을 맡았고 2009년 기상예보의 선진화 계획으로 500t급 기상관측선을 건조하는 임무를 맡아 2011년 성공했다. 기상관측선(기상1호) 운항으로 장마 태풍 기간 기상 민감지역에 대한 선행 감시와 예보 지원이 가능해졌다. 또 세월호 사건 당시 현장에 즉시 투입해 조류관측 및 해상예보 제공으로 잠수 최적시간 제공 등 신속 대응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경우 편집위원

서장원(徐章源·56)

서울출생. 상문고, 한양대 지구해양과학과 졸, 대학원 석사 박사.

한국해양연구소 국립기상연구소 해양기상연구실 기상청 기상기술기반국 해양기상과장, 관측기반국 해양기상과장, 기후과학국 해양기상과장, 대전지방기상청장. 기상청 지진화산국 지진화산정책과장.

2009년 대통령표창(우수공무원)

해양기상전문가로 2008년 5월 충남 보령 죽도에서 발생한 이상파랑 현상의 원인을 규명하여 기상해일이라 이름짓고 사고 예방을 위한 기상해일 예측시스템을 개발했다.

해양과장으로 재직하면서 기상관측선(기상1호)을 건조해 해상 기상예보를 활용토록 했고 대전지방기상청장 때는 기상정보로 양식어장 고수온 피해를 막는 등 재난 예방과 해결 전문가로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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