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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대한 도전과 변화를 선도할 VIP 리더십 필요하다

등록일 2022-01-03 19:57 게재일 2022-01-04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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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우가 만났다<br/>   인재주의 경제학자 이효수

지금은 담대한 도전 정신과 변화가 필요한 때다. 우리가 이 자리에서 주저앉지 않고 1인당 국민소득 5만 달러 이상이고 인구 5000만 명 이상이면서 첨단 기술과 첨단 산업을 선도하는 선진경제강국에 들기 위해서는 VIP리더십을 갖춘 지도자를 뽑아야 한다. 새 국가는 분명한 비전을 제시하고 대대적인 국가 개혁을 단행해야 한다.

인재주의 경제학자 이효수 전 영남대총장은 우리 국민들이 어려운 시대일수록 긍정의 힘을 믿고 스스로 어려움을 헤쳐 나가려는 자세를 가져달라고 당부한다.

‘이효수 경세제민’ 블로그를 통해 경제 현안을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이 전 총장은 창조경제 시대일수록 독서를 통해 창의력을 길러야 한다고. 그에게 ‘독서는 앉아서 하는 여행이고 여행은 앉아서 하는 독서’다.

 

지금은 ‘창조경제’ 이행 단계

선진 경제강국 도약 위한

경제패러다임 전환 새 국가지표 필요

Vision(비전제시),

Innovation(혁신역량),

Passion(열정),

VIP 리더십 갖춘 새 대통령을 선출해야

 

- 코로나19의 팬데믹 속에 다시 새해가 열렸다. 올 해는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가 있는 해다.

△지금 우리나라는 전에 없이 어려울 때다. 경제는 저성장의 함정에 빠져 있고 인구는 초저출산의 함정에 빠져 있다. 부분적인 땜질식 처방만으로는 치유할 수 없는 중증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 국민이 국가가 함께 각오를 다져야 한다.

특히 나라를 책임지겠다는 사람, 대통령부터 지도자가 되려는 사람은 이런 국가적 위기를 인식하고 담대한 비전을 갖고 변화를 추진해야 한다. 또 국민 모두는 아무리 어려워도 절망하지 말고 긍정적 힘을 믿고 내 일을 스스로 열어 가겠다는 자세로 어려움을 헤쳐 나가기를 바란다.

 

-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특히 VIP 리더십을 강조했다. 지금 왜 VIP 리더십인가.

△지금은 제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면서 산업경제에서 창조경제로 경제발전단계가 이행하고 있다. 따라서 경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패러다임 전환기에는 새로운 국가비전이 필요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국가혁신이 필요하다. 국가혁신에는 기득권 세력의 강한 저항이 있기 때문에 오로지 국가와 국민만을 생각하면서 흔들림 없이 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열정이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하면 선진 경제강국으로 도약하지만 산업경제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급격하게 쇠락하게 된다.

VIP 리더십은 Vision(비전제시 능력) Innovation(혁신역량) Passion(열정)을 갖춘 리더십을 말한다. 이번 대선에서 VIP 리더십을 가진 대통령을 선출해야 하는 이유다.

 

- 몇 년 전 출간한 ‘창조경제’에서 세계 최초로 제4차 산업혁명을 이야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4차 산업혁명과 창조경제는 어떤 관계인가.

△세계경제포럼 클라우스 슈밥 회장이 2016년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책을 냈고 제4차 산업혁명이 그 해 세계경제포럼 주제가 되면서 세계적 이슈가 됐다. 나는 그보다 2년 앞선 2014년 창조경제를 출간했다. 제4차 산업혁명에 의해서 산업경제에서 창조경제로 경제발전단계가 이행하고 있고 제4차 산업혁명과 창조경제는 창의적 지식을 핵심 생산 요소로 하고 있기 때문에 제4차 산업혁명과 창조경제는 함께 접근해야 한다.

 

- 그러면 우리나라는 창조경제 시대에 제대로 잘 대응하고 있나.

△잘 못하고 있으니 지금 중국에도 밀리고 있는 것이다. ‘창조경제’에서 창조경제의 성공 여부는 창조경제 생태계에 의해 결정된다고 밝히고 창조경제 생태계 조성을 위한 9대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 창조경제를 내세웠지만 창조경제 생태계 조성에 대한 개념이 없었고 문재인 정부는 전 정권과 차별화하면서 아예 창조경제라는 용어조차 기피했다. 그래서 우리는 지난 10년 간 미국과 더불어 제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수 있는 황금 같은 시간을 허송했다. 그 결과 신성장 동력 확보에 실패하면서 저성장 함정에 빠지고 인공지능, 드론 등 신산업에서 중국에도 밀리는 상황에 왔다.

 

- ‘Y형 인재에 투자하라’는 책을 냈고 Y형 인재를 강조한다. 현재 영남대 홈페이지에 Y형 인재 항목이 별도로 있을 정도로 영남대의 인재상이 되었다.

△우리나라 교육은 초등학교에서 대학교에 이르기까지 정형화되고 표준화된 복사(Xerox)형 인재 육성 시스템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가 후발 산업국가일 때는 선진국의 지식과 기술을 습득한 X형 인재들을 활용하여 압축 성장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창의적 지식을 생산(Yields)할 수 있는 Y형 인재를 양성하고 활용하는 것이 경쟁력을 결정하는 시대가 됐다. Y형 인재는 인성과 창의성 진취성 전문성을 겸비한 인재를 말한다. 이런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교육과정과 교육 방법을 혁신해야 하며 교육 개혁이 필요한 이유다.

 

- 학자로서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데, 총장 선거에는 왜 나왔나.

△기획처장을 맡았을 때를 기억하는 동료 선후배 교수들이 나를 강력 추천했다. 당시 총장 선거는 고교동문전이기도 했고 일부 정치권을 모방한 혼탁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한사코 반대하다가 선거 캠프에 ‘보직약속, 접대골프, 룸살롱접대’ 세 가지를 안 하기로 약속하고 출마했다. 대학과 지성의 권위를 훼손시키고 싶지 않았다. 그런 식의 총장은 내 가치관이 수용하지 않았던 것이다. 일부에서 ‘저래서 무슨 선거를 하느냐’는 비판도 있었지만 우리 교수들의 수준을 믿고 선거를 치렀고 당선됐다.

 

- 기획처장으로서 무슨 일을 벌였기에 동료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줬나.

△서울대 교환교수로 가 있을 때 당시 상경대학장이 부학장을 제안했다. 나는 아직 공부할 나이여서 안 된다고 거절했으나 워낙 강경했다. 50대가 맡던 보직을 당시 33세에 맡았다. 그 경력으로 법·상대 통합 고시원이 생기고 2대 원장을 맡았다. 특강과 모의고사, 세미나 등 교육혁신을 통해 3년 만에 17명의 합격생을 배출했다. 그 인연으로 김기동 총장의 발탁으로 최연소 기획처장이 되었다.

기획처장을 맡으면서 ‘나는 총장에게 충성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지금 모 대선후보가 충성관을 피력하기 훨씬 전의 일이다. 기획처장으로서 학교를 혁신하면 기득권 조직원들로부터 ‘욕’을 먹을 것이고, 혁신하지 못하면 보직을 맡을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기획처장 재직 당시 예·결산 전산시스템을 만들어 재정의 누수를 막는 등 학교 운영 시스템을 전면 정비했다.

 

- 총장이 되어서는 또 어떤 변화를 몰고 왔다고 평가하나.

△학교 예산 흐름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재정운영시스템을 새로 만들었다. 교내 회계전문가 등 30명을 동원하고 외부 기업과 함께 130억 원이 소요된다는 비용을 46억원을 들여 만들었다. 대학 특성에 맞는 교육과 연구 분야를 포함한 모든 재정 집행 내역을 실시간 파악할 수 있게 만들어 단과대학 등 250개가 넘는 교내의 각 부서별 통장을 일거에 없애버렸다.

이와 함께 다단계 직원 채용 규정을 만들어 외부 청탁을 근원적으로 차단하는 등 학교의 인사시스템도 바꿨다.

 

- 영남대 로스쿨이 다른 지방대와 달리 최고 수준 명문대학이 되면서 비결에 관심이 높다.

△로스쿨 초기 10년 내에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양극화 되고 초기 전략이 로스쿨 운명을 결정한다고 판단했다. 우리 사회의 지방 사립대학에 대한 편견을 깨기 위해서라도 초기 단계에서부터 경쟁 우위 확보가 필요했다. 입시요강을 변경하고 ‘대학을 학원화 한다’는 비판 속에 고시원장 시절 효과를 본 제도를 적극 도입했다. 다행히 교수들도 적극 협조해주어 지금은 영남대 로스쿨 문화로 자리 잡았다. 예상대로 변호사 시험에서 전국 톱3에 들어가면서 명성을 확보했다.

 

- ‘박정희 스쿨’은 어떻게 만들게 되었나.

△1987년 하버드 대학에 객원교수로 가 있을 때 하버드 대학 케네디스쿨에 연수와 있던 개도국 공무원들이 한국의 압축성장에 대해 물어왔다. 순간 한국의 개발 경험과 새마을운동으로 특화된 박정희 스쿨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총장이 되어 이 생각을 실천했다. 구미시의 지원으로 현판식까지 했는데 학생들이 현판을 떼어 총장실로 와서 항의했다. 학생들에게 ‘여러분들은 인권을 중시하는데 빈곤이야말로 가장 큰 인권 유린 아니냐. 수많은 개도국 지도자를 양성하여 세계빈곤퇴치운동에 앞장서는 자랑스런 대학을 만들겠다’며 박정희 스쿨의 설립 계획과 전략을 이야기해서 학생들을 설득했다. 현재 70개국에서 박정희 스쿨에 지원하고 졸업생들이 모국에서 지도자로 활동하는 성과를 올리고 있다.

 

- 대구 지하철 2호선의 영남대 연장에도 결정적으로 기여한 것으로 안다.

△2004년 경산시가 발표한 경전철 건설 계획을 보고 경산시 건설도시국장을 찾아가서 대구 지하철 2호선을 연장할 것을 요청했다. 그 뒤 경산시 재정으로는 불가능하다고 해서 대구시와 경북도, 경산시가 각각 2대 1대 1로 비용을 분담하자는 논리를 제공했다. 결국 경산시의 노력과 대구시의 협조로 영남대 연장 노선이 추진됐다. 그래서 8년 후인 2012년 영남대 총장으로서 2호선 영남대역 연장 준공식에 참석했을 때는 감회가 새로웠다.

 

- 정년 퇴직 이후에도 ‘이효수 경세제민’이라는 제목으로 블로거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최근 ‘이효수 블로그’의 내용들이 일간지에 자주 소개되면서 관심을 받고 있다. ‘이효수 경세제민’에는 경제학자로서 국내외 주요 경제 문제들을 분석하고 ‘이효수 세상보기’에서는 경제학자의 시각에서 본 정치 사회 문화 등 일상 이슈들을 다루고 있다. ‘청년의 길’에서는 청년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자유여행’에서는 세계 배낭여행기룰, ‘시의 정원’에서는 자작시를 올리고 있다.

 

- 창조경제론자가 특히 독서와 여행을 강조한다.

△퇴직하면 부부가 세계 배낭여행을 가기로 계획했는데 코로나가 막아 버렸다. 내게 ‘독서는 앉아서 하는 여행이고, 여행은 걸어 다니면서 하는 독서’다. 아담 스미스가 여행에서 돌아와 국부론을 썼던 것처럼 여행을 통해 실제 공부를 하고 싶었다.

제4차 산업혁명 시대 창의성이 강조될수록 책과 신문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터넷 검색은 정보를 신속히 확보할 수는 있어도 생각의 깊이나 창의성을 기르는 데는 종이신문이나 독서를 당할 수 없다. 독서를 통해 글의 이면과 행간, 글쓴이의 의도까지 읽어내면서 생각의 힘을 기르는 것이다.

 

- 학회 참석이나 공무 출장으로 세계 여러 곳을 많이 다니지 않았나.

△물론 세계 여러 도시들을 갔지만 대부분 학회나 공식 업무에 전념했다고 생각한다. 페루 갔을 때 한국에서 온 학자들이 30여 명 있었는데 개회식이 끝나고 나니 모두 빠져나가고 없었다. 나는 사회와 발표에 토론과 세계 석학들과의 만남 등으로 닷새를 꼬박 학회에 매달렸다. 학회가 끝난 후 따로 시간을 내어 마추픽추를 다녀왔다. 그러나 티티카카 호수는 끝내 가보지 못하고 돌아와야 했다.

□ 이효수(李孝秀·70)

 

청도출신. 대구상고. 영남대 경제학과, 서울대 대학원 경제학석사, 박사.

영남대 교수, 13대 총장. 한국노동경제학회 회장, 한국고용노사관계학회 회장, 한국경제학회 부회장, ILERA 아시아대표 집행이사, 대통령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 대통령자문 사람입국일자리위원회 위원, 대통령자문 정부혁신 지방분권위원회 위원, 대구경북 고용인적자원포럼 창립 초대대표, 창조도시를 만드는 사람들 포럼 초대대표 등 사람중심 경제활동에 주력한 인재주의 경제학자.

사람중심 경세제민을 화두로 PDR시스템 이론, 단층노동시장론, Y형 인재론, 창조경제론 등을 개발했다.

한학자였던 할아버지의 DNA를 물려받아 가난한 농촌에서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로부터 지혜와 자비의 가치를, 아버지의 유훈을 통해 도덕과 성실을 배웠다.

 

/이경우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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