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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와 장소 가리지 않는 재난… “조심하고 실천해야 안전”

등록일 2021-12-27 18:52 게재일 2021-12-28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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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우가 만났다<br/>양순주 대구 119특수구조단장

재해는 계절이 따로 없다. 화재를 비롯해 사람이 만드는 재난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고도산업사회에서 건축 시설과 구조물이 대형화 고층화 하면서 재난도 복합적이고 전방위적으로 위험도가 높아지고 있다. 이와 함께 모든 재난 현장에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내는 진압과 구조의 대응 요구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 재난 현장의 최일선에는 구조와 진압에 나서는 소방대원이 있다. 119구조단도 그 중 하나다.

소방관으로, 응급구조사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우리가 지키겠다”고 다짐하는 양순주 대구소방본부 119구조단장. 국민들에게 “먼저 자신부터, 그리고 주위부터 안전을 스스로 지켜내는 것이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길”이라며 “실천해야 안전하다”고 생활 속 안전을 당부한다.

 

대구지역 소방서 8곳·구조대 11곳 운영

특수장비·전문인력 ‘특수구조단’ 활동

화재 골든타임 7분… 초기 대응이 관건

대구시, 7분 이내 도착률 85% ‘전국 3위’

지난해 출동건수 화재→구조→구급 順

인공지능 등 신기술 접목 드론 활용 확대

재난상황 땐 인접 출동대 긴급지원 나서

- 특수구조단은 일반 소방관과 어떻게 다른가.

△대구에는 8개 소방서가 있다. 11개 구조대, 8개의 구급대에 68대의 구급차가 있어서 각종 사고가 날 때마다 출동한다. 지난 2012년 구미에서 발생한 불산 사고는 일대를 초토화시켰고 지역민과 공장들이 심각한 재난을 겪었다. 그런 위험물질 사고와 화생방 사고, 지하철 사고, 수난사고 등 특수한 사고에 대응하려면 특수한 장비와 전문 인력이 필요해졌다. 그래서 지난 2013년 지역마다 별도의 대응조직을 만든 것이 119특수구조단이다.

- 특수구조단의 특수 장비는 어떤 것이 있나.

△화학구조에 대비한 화학분석장비와 시료 채취, 제독차 등이 있다. 또 소방헬기가 2대 있다. 헬기 2대 중 최근 구입한 1호기는 주로 구조활동과 응급이송을 하고 2호기는 주로 산불진화에 활용하고 있다.

특수구조대는 팀당 8명씩 3개 팀이 교대로 근무하고 있다. 소방항공대는 대원 30명이 4개팀으로 편성돼 근무하고 있다. 각 팀마다 조종사와 정비사, 구조대원, 구급대원 등으로 구성돼 있고 항상 출동 대기 상태에 있다. 특히 최근 구입한 1호기는 헬기 내에 응급의료장비가 완비되어 있어 구조활동과 응급이송을 하고 있으며 2호기는 한 번에 소화수 3000리터를 실을 수 있는 대형 헬기로 주로 화재 진압에 활용한다. 전국의 산불 현장에도 지원한다.

- 특수구조단의 단원은 어떻게 선발하나. 일반 소방관과 어떻게 차이가 나는가.

△119특수구조단은 119특수구조대와 119항공대가 있다. 특수구조단이라고 특별히 능력이나 자질을 가진 요원을 선발하지 않는다. 다만 화학 관련 사고에 대비한 특수자격자와 소방헬기 조종을 위한 조종사와 정비사는 특별한 자격을 요구한다. 조종사는 20년 이상 비행경력을 갖고 있다. 정비사는 군이나 민간항공사 정비사 출신 전문가를 대상으로 특별채용하고 있다. 그러나 일반 구조대원과 구급대원들은 소방서의 구조대, 구급대와 순환근무 한다. 모든 소방관은 체력을 감당할 수 있어야 하고 어떤 위험에도 대응할 수 있어야하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119구조대원은 군 특수부대 출신들이 많다고 보면 된다.

- 화재 진압을 위한 출동 골든타임은 얼마인가.

△7분이다. 화재 발생 원인 중 대표적 요인인 전기화재를 보면 과열로 소파 등 가연물에 불이 붙고 몇 분 동안은 불의 규모가 그리 크지 않다. 그런데 어느 순간 폭발적으로 온 실내로 불이 번지면서 대응 곤란한 시기가 오는데 이 시간을 대략 8분 정도로 보고 있다.

대구시의 경우 화재 발생시 소방차량 7분 이내 도착률이 85% 이상으로 전국 3위 수준이다. 전국 평균은 67% 정도인데 거리가 멀거나 도로가 좁은 곳은 현장 도착이 지체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시도의 경계를 허물고 거리 중심으로 출동하여 초기단계부터 공동 대응해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다. 대구와 경북은 재난 발생시 인접 출동대가 즉시 지원출동을 하고 있다.

- 화재나 재난사고가 복잡하고 대형화 다양화 되고 있다. 건물의고층화와 산업 현장의 대형화에 대비한 소방 장비는 어떤 것이 있고 대응력은 충분한가.

△최근 부산 울산 등의 사례에서 보듯 초고층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진화가 어렵고 피난 대피 문제도 있어 대형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 대구에는 52m 정도의 고가사다리차가 9대 있지만 최고 17층 까지만 올라갈 수 있다. 현재로서는 초고층건물의 경우 외부에서 화재를 진압하는 것은 매우 곤란한 상황이다.

그래서 초고층건물에는 강화된 소방 방재시설을 설치하고 철저한 유지관리를 하도록 하고 있다. 또 외벽 건축자재의 불연재 사용과 대피공간 설치 의무화 등 안전성 강화를 위해 특별 관리하고 있다. 무엇보다 사용자들의 화재 예방 생활화와 초동대처 요령이 중요하다.

- 지금 우리 사회는 군사 농업 물류 교통 등 여러 방면에서 ICT(정보통신기술) AI(인공지능) IoT(사물인터넷) 등 신기술을 접목한 드론이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소방에도 드론을 활용하고 있나. 할 계획은 있나.

△현재 우리 특수구조대에서도 4대의 드론을 운용하고 있으며 화재 현장이나 강변 수색현장 등에서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대구는 인구와 건물들이 집약된 도시여서 드론 운용 여건이 아주 좋은 편이다. 대구에 전문드론대를 1개소만 운용해도 화재 진압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대구에는 내년 상반기에 드론 전용 지휘차량이 도입될 예정이다.

- 직업에 따라 여성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기도 한다. 최근 여성경찰관이 현장 출동에서 타깃이 되기도 했다. 소방에도 여성 소방관들이 많이 있다. 채용에 어떤 차이를 두나. 특수구조단에도 여성 소방관이 있나.

△지금은 없다. 채용에는 차별을 두지 않지만 현장 근무에서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다. 평균적으로 남성보다 신체적으로 작은 여성이 20kg이 넘는 공기호흡기 등 방호 진압장비를 걸치고 반동이 심한 소방호스로 화재를 진압하거나 70kg이 넘는 피해자를 구급해야 하는 상황을 생각해보라. 캐나다에는 소방관 채용에서 남녀의 신체적 차이를 두지 않는다고 들었다. 우리도 중앙 차원에서 이 문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 소방관 중에서도 더 힘들게 일하는 부서가 있다면 어디인가.

△119 구급대원들이다. 그들은 주간은 물론 심야에도 119구급차를 타고 환자를 이송해야 한다. 구급대원으로 응급 환자를 이송하다가 폭행당했을 때는 정말 내가 왜 소방관이 되었나 후회되기도 했다. 달리는 구급차 안에서 술 취한 응급환자로부터 얼굴을 얻어맞기도 했고 한 번은 배를 걷어차이기도 했다.

대구시의 2020년 출동 건수를 보면 화재는 1천233건(0.8%)이었고 구조가 3만869건(20.4%), 구급은 11만9천379건(78.8%)를 차지했다. 대부분이 구급출동이고 그만큼 폭언과 폭행을 당하는 대원들도 많다. 대구에서 최근 6년 동안 119구급대원을 폭행해서 징역 등 처분을 받은 사람이 56명이나 되고 그 중 징역이 7명, 집행유예 18명, 벌금 18명이고 재판 중인 사람이 11명이다.

- 화재 진압하다 큰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어떻게 부상을 당했나.

△119구조대장 때 일이다. 낮에 출동을 네 차례나 했는데 그날 야간에도 당직 근무를 섰다. 자정쯤 모텔 4층에서 화재가 나서 1시간이 넘도록 진압 작전을 펼쳤다. 그곳은 내가 처음으로 플래시 오버를 접했던 현장이었고 롤 오버까지 모두 경험한 현장이기도 했다. 기진맥진한 가운데 또 다른 현장으로 출동했고 불을 끄던 중 낭떠러지로 추락하면서 허리를 다쳐 4주간 입원했다. 당시에는 공상 처리하면 기관평가에서 큰 감점을 받게 되니 공상처리를 하지 못했다. 당연히 병원 치료비도 지원받지 못했다. 현재는 이런 불합리한 기준이 개선되어 공무상 부상 시 국가 지원제도가 좋아졌다.

- 소방청 국회계장을 하면서 어떤 일을 했나.

△3년 동안 세종청사와 여의도 국회를 왕래하면서 많은 분들을 만나고 많은 것을 배웠다. 소방청이 추진하고 있는 법률 제개정과 예산 확보를 위해 국회의원실과 전문위원, 입법조사관 등 관계자들에게 설명하고 협조를 구하는 일을 했다.

지난해 소방시설 공사 분리발주와 관련된 법안이 통과됐을 때는 정말 보람을 느꼈다. 정보통신공사와 전기공사는 1970년대부터 분리발주를 했지만 소방공사는 규정이 없었다. 그래서 건축주가 소방시설공사를 건설공사에 포함해서 일괄 발주하면 전문소방업체가 하도급 받는 방식으로 진행되다보니 저가공사 수주가 부실공사로 이어지는 등 문제가 많았다. 이 법이 통과된 것이다. 소방인들의 염원이었고 선배들의 20여년 노력이 결실을 거뒀다. 이 공으로 지난해 ‘자랑스러운 소방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 경험상 가장 위험한 현장은 어디인가.

△폭발화재 현장이다. 일반 가정마다 LPG나 LNG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게 배관불량이나 가스레인지 불량 등으로 가스가 누출하면 점화원이 있으면 폭발한다. LP가스는 공기보다 무거워서 바닥 부분에 체류하고, 도시가스로 주로 사용하는 LNG는 공기보다 가벼워서 천정부분에 체류한다. 이 때 전기 스위치를 켜는 순간 그대로 폭발할 가능성이 높다. 그냥 화재뿐만 아니라 건물이 붕괴되고 물건들이 날아가 버린다. 가스레인지 불 관리도 중요하지만 평소 가스누출을 점검하고 관리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 소방관이 된 것을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했을 때는 언제인가.

△2007년 ‘영웅소방관’에 선정되었을 때다. 1992년 임용돼 동료들로부터 불 잘 끄는 소방관으로 인정받았고 구조대원과 구급대원으로도 3년씩 활동했다. 정말 충실히 해왔고 이것을 국가에서 인정해주니 가문의 영광으로 생각했다. 이튿날 아내가 장식장을 구입해서 영웅소방관 상패를 진열해 줬다. 몇 년 동안 출근할 때마다 영웅소방관 상패를 보면서 경례를 하고 다녔다.

- 연말연시 시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실천해야 안전하다’는 말을 꼭 드리고 싶다. 불이 났는데 옆에 소화기가 있어도 사용 요령을 몰라서 큰 불로 키우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또 가까운 사람이 눈앞에서 심정지가 왔는데 심폐소생술을 할 줄 몰라서 돌이킬 수 없는 사고로 이어지는 안타까운 현장도 보았다. 안전에 대한 관심을 조금만 더 가져주시고 다소 귀찮더라도 주변의 불안전 요소를 다시 한 번 확인해 달라. 자신의 안전을 자신이 스스로 지키는 것은 ‘오로지 실천에 달려있다’고 다시 당부한다.

양순주(梁淳周·54)

전북 남원. 남원고, 대구대 역사교육과, 방송통신대 미디어 영상학과 졸, 강원대 소방방재공학 석사.

1992년 전주소방서에서 소방사로 임용됐다. 이후 정읍 남원소방서에서 근무하다 소방청을 거쳐 남원소방서 현장기동단 지휘조사팀장을 맡았다. 2015년 대구 달성군 현풍에 설립된 중앙119구조본부 기획협력팀장으로 대구에 와서 3년간 근무, 올 2월 소방본부 특수구조단장(소방정)으로 발령. 영웅소방관, 자랑스러운 소방인상 수상.

어릴 적부터 남원에서 외가인 대구로 왕래했던 대구통. 5시간 걸리던 대구길이 지금은 1시간 반이면 충분하다며 광주 대구 고속철 건설에 기대. 40대부터 산을 타기 시작해 백두대간을 5년에 걸쳐 완주하고 이후 산악자전거로 남한 종주와 4대강 종주. 수시로 텃밭을 가꾸는 도시농부다.

/이경우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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