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포항 청포도다방 대표 구자현<br/>침체된 구시가지 모습 안타까워 하던 차에 청포도 다방 운영 맡아<br/>문턱 낮춘 문화시설로 다양한 사업 추진… 시민 사랑방 자리매김
구자현 대표가 밝히는 포항 청포도다방 운영 취지다.
구 대표는 지난 5월부터 포항문화예술창작지구 꿈틀로 내에 자리한 미술·공연 관람 시설인 청포도 다방을 이끌고 있다. 그동안 30여 개의 다양한 문화사업을 통해 시민의 문화사랑방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난 11일 구 대표를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청포도다방은 1960년대 포항의 근대 문화예술사의 태동을 이끈 문화사랑방을 새롭게 조성한 곳이다. 소개 부탁한다.
△1950년대 사진작가 박영달 선생님에 의해 처음 만들어졌던 곳이다. 이후 10년간 예술인들의 아지트 역할을 하며 문화와 예술을 논하고 교류하던 근대 포항 문화가 시작된 장소였다. 포항시가 문화도시 사업을 진행하며 예술인들을 모을 수 있는 공간을 고민했고, 그 결과 청포도다방이 2018년 문화적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리뉴얼되면서 꿈틀로에 터를 잡게 된 것이다.
-혈관외과 의사인데 문화예술 부흥을 선도하는 청포도다방 운영을 맡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제가 1994년에 포항에 왔으니까 벌써 25년이 넘었다. 선린병원이 첫 근무지라 옛 아카데미 극장 주위를 매일 다녔다. 밥도 먹고 술도 먹고…. 잠시 타지에 근무하다 돌아와 보니 이 골목들이 다 위축되고 명맥만 유지하고 있었다. 그래도 저에겐 많은 추억이 있는 곳이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마침 포항문화재단에서 낸 청포도 다방 운영 공고를 보고 지원하게 됐는데 감사하게 기회를 주셔서 참여하게 되었다. 가능하다면 꿈틀로가 장르 구분 없이 다양한 문화가 활기차게 펼쳐지고 저처럼 추억을 가지신 분들, 이곳이 낯선 우리 청춘들이 많이 찾을 수 있는 ‘힙한 거리’가 될 수 있는 작은 디딤돌이 되고 싶다.
-지역의 청년 예술가들에게 무료로 공연·전시의 기회를 제공하고 시민들에게도 무료 관람을 진행하고 있는데 호응은 어떠한가.
△운영 초기에는 지인들 위주로 많이 오셨는데 그동안 홍보에 노력하고 다양한 연령과 공연, 전시를 하다보니 조금씩 문화를 즐기러 오시는 시민분들이 늘어나고 다들 꽤 만족해하시는 것 같다.
-지난 6월에 개최한 예술치유 토크콘서트 ‘문화보건소, 청포도AED(청포도에이드)’가 시민의 호응이 높았다.
△문화보건소 청포도에이드는 심장제세동기(AED)와 청포도다방 시그니처 음료 청포도에이드(ADE)를 합성한 명칭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겪는 개인의 정서적 치유뿐만 아니라 원도심 주민과 예술가가 교류하고 사회적 연대를 확대할 수 있는 건강한 삶을 위한 관계의 의미를 고민하고자 기획됐다. 원래는 2개월에 1회 건강강좌 및 공연, 레크리에이션을 위주로 계획되어 6월과 9월 치매와 관절 건강, 웃음 치료로 2차례 열었고, 이후 코로나 확산으로 현재는 휴식기를 갖고 있다. 또 매월 첫째 주 수요일은 다양한 시각과 관심을 누구나 주제 없이 대화를 나누고 새로운 프로젝터를 모색하는 ‘램블링 테이블(rambling table)’이라는 모임을 가지며 오신 분들께 차 한잔 대접하고 있다.
-앞으로 운영 기간에 반드시 진행하고 싶은 프로그램이 있다면.
△그동안은 소음 및 민원 문제로 하지 못했던 인디밴드나 EDM 등의 공연을 계획하고 있으며 청포도다방 앞 298공판장이라는 광장이 있는데 버스킹 페스티벌이나 야외 클래식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부족했던 인문학 행사들도 좀 더 신경을 쓸 예정이다.
-음악밴드 활동을 30여 년 넘게 해오고 있다. 문화예술 활동이 주는 보람은 무엇인가.
△ 의사라는 직업을 통해 보람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지만, 음악을 하면서 내 삶의 여유 및 휴식, 또 다른 형태의 열정과 에너지가 생겨나면서 본업에도 긍정적인 영향과 활력을 주는 것 같다.
-코로나19 팬데믹 등 모두가 어렵고 힘든 시기다. 서로에게 힘이 되는 격려를 나눌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다면.
△어쩌면 코로나 시대가 바삐 움직이던 우리네 일상에 쉼표를 주었을 수도 있다. 그동안은 잘 벌고 잘 먹고 잘사는 데 최선을 다했다면 이제는 다양한 문화 활동을 통해 소소한 행복과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게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문화예술기획자로서의 첫발을 내디뎠다. 바람직한 시민들의 문화향유 기회 제공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나.
△우선은 접근성이 제일 중요한 것 같다. 저도 문화경작소 청포도다방을 운영하기 전에는 관심은 있어도 선뜻 가보지 못했다. 찾아가는 문화보다는 찾아올 수 있는 문화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형식이나 장소에서도 우리 시민들이 쉽게 함께 할 수 있게 좀 더 캐주얼한 형태를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동네 산책하듯이 문화를 즐긴다, 이렇게 되면 멋지지 않을까.
-앞으로의 계획이나 포부가 있다면.
△현재 ‘Re-Urban Better experience’라는 모토 아래 관심 있는 청년들과 함께 침체된 구시가지 내에서 문화를 통해 활기를 찾는 사업을 고민하고 있다. 포항은 제주 못지않은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는 도시다. 중소 도시의 장점을 살려서 멜버른이나 포틀랜드 같은 도시가 될 수 있도록 힘을 보태고 싶다. /윤희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