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부산 사상 당원협 기습 방문<br/>현안 챙기며 복귀 가능성 관측<br/>尹 “당무 복귀하면 연락하겠다”<br/>먼저 사과나 양보 뜻 없음 시사
지난달 30일 부산으로 내려가면서 잠적했던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사실상의 무기한 당무 거부를 선언하며, 대선 후보인 윤석열 후보의 사과 또는 양보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윤석열 후보의 대응을 놓고 정치권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대표 패싱 논란을 이유로 일정을 전면 취소하고 무력 시위에 들어간 이준석 대표에게 무작정 굽히고 들어가자니 주도권 다툼에서 밀릴 수 있고, 이 대표와 맞서자니 리더십을 의심받을 처지에 처했기 때문이다.
이준석 대표는 1일 같은 당 장제원 의원 지역구인 부산 사상 당원협의회 사무실을 기습 방문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 측은 이날 기자들에게 배포한 공지문에서 “이 대표가 사무실을 격려차 방문했고, 당원 증감 추이 등 지역 현안과 관련해 당직자들과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선 후보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장 의원은 전날 국회 법사위 참석 후 취재진에게 “지금 분란의 요지는 ‘왜 나 빼냐’는 것”이라며 “이런 영역 싸움을 후보 앞에서 하는 것”이라고 이 대표를 비판하는 등 공개적으로 각을 세워왔다.
이 대표 역시 지난달 29일 라디오에서 장 의원이 백의종군을 선언한 후로도 실권을 행사하고 있다는 일부 언론 보도와 관련, “어머나, 놀라운 일이네요”라고 비꼬았다. 이 때문에 이 대표의 이날 사무실 방문을 두고 장 의원을 우회저격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등 갖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한때 당 대표 사퇴설이 돌기도 했지만, 이 대표가 당원협의회 사무실을 방문함으로써 사퇴설은 사라졌다. 다만, 윤 후보를 향해 사실상 사과하고 ‘패싱’ 재발 방지에 대해 확답하기를 바라는 모양새다. 이 대표는 전날에도 모든 외부 일정을 취소했지만 선대위 홍보미디어 총괄본부장으로서 미팅을 하고 당직자 보고를 받는 등 물밑 활동은 지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측근들과 부산으로 내려가서도 이성권 부산시 정무특보와 저녁식사를 함께 하며 가덕신공항 등 지역 현안을 챙겼다. 윤 후보가 적극적으로 나설 경우 이 대표의 조기복귀가 가능할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 대표의 한 측근은 이 대표의 당무복귀와 관련, “윤 후보 캠프 내에서 패싱 논란에 이어 이 대표를 둘러싼 음해성 모함이 나돌아 심신이 지쳐서 하루 이틀 쉬고 싶다고 했다”면서 “머지않아 당무복귀할 것은 틀림없지만 언제일지는 확답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윤 후보는 이날 충남 천안 방문 중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에게) 무리해서 연락하는 것보다, 부산에 있다고 하니까 생각도 정리하고 해서 당무 복귀하게 되면 (연락하겠다)”고 말해 먼저 나서서 사과하거나 양보할 뜻이 없음을 시사했다.
한편, 지난달 29일 페이스북에 “그렇다면 여기까지”라는 글을 남긴 이 대표는 이튿날부터 모든 공개 일정을 취소하고 잠행 중이다. 전날 측근들과 부산에 내려간 이 대표는 이르면 이날 중 서울로 올라올 것으로 보인다. 별다른 조치가 없다면 윤 후보가 2일 열릴 최고위를 이 대표 없이 주재하게 될 가능성이 높고, 그럴 경우 당내 분란이 더욱 커질 전망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김진호기자 kjh@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