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우가 만났다<br/>고윤환 문경시장
정중동. 어떤 기쁜 소식을 들려주려는 것일까. 위드코로나의 시대 문경은 코로나를 가장 모범적으로 극복하고 있는 도시답게 조용히 움직이고 있었다. 천혜의 관광 자원에다 사통팔달의 교통망 확장과 각종 개발 사업은 문경을 거대한 레저와 스포츠 힐링타운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 “문경은 지저분할 틈이 없다.” 문경시청의 고윤환 시장도 임기 말년의 느긋함보다 초임처럼 분주하다.
전 국민이 힐링 명소로 찾는 문화 역사 생태가 공존하는 명품 일류 관광도시 문경. 그곳에 사는 시민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3선’ 고윤환 문경시장, 임기 말에 분주한 행보
역사·문화·레저 등 새로운 관광 인프라 확충
코로나 이전 70% 관광회복 힐링명소로 우뚝
취임 당시 행안부 경쟁력 180위→30위 등
예산 확대·채무 삭감 등 부단한 노력 성과
“살기좋은 안전 도시로 시민께 자부심 주고파”
- 평일인데도 문경새재에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가 장기화 되면서 국내 관광산업이 큰 타격을 입었는데 문경은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했나.
△문경은 위기대응 능력이 뛰어난 도시다. 2004년 폭설 이후 단 한 번도 재해재난지역으로 지정된 적이 없는 안전하고 살기 좋은 도시다. 코로나19의 대응과 극복에서도 문경은 한발 앞선 선제적 대응과 시민들의 협조로 확진자 발생이 전국 평균의 6분의 1 수준을 유지했다.
- 탄광촌이었던 문경이 명실상부 전국 제일의 국민관광지로 완전히 변신한 것 같다.
△물론이다. 문경 관광의 미래를 위해 새로운 관광자원을 확충하여 문경 관광의 브랜드 가치를 높였다. 취임 초기 문경새재 위주의 관광에서 문화 생태 영상을 덧입힌 관광 콘텐츠를 개발했다. 새로운 관광 인프라를 확충하고 합리적으로 운영해 관광 수입을 코로나 이전의 70%까지 회복했다. 문경은 문화와 역사와 생태가 어우러진 레저 스포츠와 힐링의 명품 일류 관광지로 위상을 굳혔다.
- 관광 문경의 최종 목적지는 어디까지인가. 고윤환 시장의 임기 중 달성 가능한가.
△관광도시 문경의 목적은 지속 가능한 관광지 구축과 지역경제의 재도약이다. 2022년에는 새로운 관광마케팅 프로그램 도입과 각종 공모사업 발굴을 통해 시민들이 피부로 직접 체감할 수 있는 관광문경의 완성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문경은 경북관광산업의 선도 주자가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 ‘저는 문경에서 삽니다’는 말에 자부심을 갖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시장이 자신하는 문경의 자랑거리는 무엇인가.
△문경은 우리나라 제일의 장수도시이자 힐링의 도시다. 천혜의 자연환경과 건강한 먹거리 덕분일 것이다. 백두산에서 지리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의 중심에 위치해 남한지역 690km 구간 중 110km가 문경을 지나가고 있다. 산림청이 선정한 100대 명산 중 4개의 명산(희양산, 주흘산, 대야산, 황장산)이 있어 공기가 깨끗하고 물이 맑은 청정 지역이다. 이런 환경에서 재배된 오미자, 사과, 쌀, 표고버섯, 약돌 돼지·한우 등 먹거리도 풍부하다.
- 3선 시장으로서 재임 중 가장 큰 성과는 무엇인가. 취임 초기의 문경시와 지금의 문경시를 비교하면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
△무엇보다 성숙한 시민의식 함양이다. 특히 2015 세계군인체육대회를 준비하면서 시민의식 개혁운동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범시민 3% 개선운동’과 ‘더 잘 합시다 문경운동’을 거쳐 지금의 ‘문경사랑 주소 갖기 운동’까지 각종 캠페인을 전개했다. 시민들이 적극 참여하면서 세계군인체육대회의 성공적 개최와 함께 시민의식을 개혁한 것이다.
- 시장으로서 행정력이 강점으로 꼽힌다. 그동안 문경의 위상을 어떻게 올려놓았나.
△2012년 보궐선거로 당선됐다. 취임 당시 문경시는 행정안전부의 경쟁력지수로 전국 지자체 중 180위였다. 빚이 484억원이나 됐고 경상경비 등 27개 지표에서 도시경쟁력이 최하위 수준이었다.
문경시의 예산을 임기 동안 2배로 확대하고 본예산의 10%가 넘던 채무를 삭감했다. 지금 문경시는 경쟁력으로 30위권 이내로 진입했다. 자치단체의 재정이 뒷받침되니 문화와 예술도 살아난 것 같다.
- 인구 8만이 채 되지 않는 중소도시에서 세계군인체육대회를 유치해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할 말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대회가 성공하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고 극복해 내면서 보람도 있었다. 2012년 취임하고 보니 아무것도 준비된 것이 없었다. 대회를 44개월 앞두고 있었지만 경기장도 숙소도 심지어는 부지조차도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 대회는 유치했으나 시민들의 열기는 가라앉아 있었다. 중앙 정부의 예산 편성이 늦어지면서 애를 태웠고 증액된 예산의 분담 비율을 놓고는 경북도와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고 2015 문경 군인체육대회는 2014 인천 아시안게임과 달리 최소 비용으로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러냈다. 결과적으로 빚 없는 대회, 시설 관리 문제가 전혀 없는 대회로 세계적인 모범 대회가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회 성공 개최를 기원하며 18억원이라는 성금을 모아 준 시민지원위원회와 2천명이 넘는 서포터스, 오랜 시간 고생해 준 시청 직원들이 대회의 성공적 개최를 가능하게 했다. 정말 모두 고맙다.
- 이동식 숙소 카라반의 인기가 대단했다. 문경 세계군인체육대회의 성공에는 카라반 선수촌이 결정적 요인 중 하나인 것 같다. 지금 코로나 사태로 카라반 캠핑이 대유행인데 그 때 문경 군인체육대회가 계기가 된 것은 아닌가.
△처음 대회 숙소로 국군체육부대 연병장에 에어컨과 냉장고를 갖춘 천막을 설치하자는 안이 나왔다. 그러나 세계 대회에 격이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고민하던 중 대회 8개월을 앞두고 카라반이 전광석화처럼 머리에 떠올랐다. 즉시 업무추진기획단을 새벽에 출장 보냈다. 1채당 2500만원짜리 카라반을 임차료 1000만원을 주고 350채를 들여와 대회 기간 활용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카라반 이동식 숙소는 모두가 만족했고 세계적으로도 크게 히트했다. 대회가 끝난 뒤에는 매각했더니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갔다. 남으면 경북도와 문경시에서 구입하는 방안까지 마련했으나 기우였다.
- 서울에서 문경 간 고속철도가 개통되면 문경이 우리나라 철도 교통의 중심지가 된다고 했다. 문경의 내일을 어떻게 전망하나.
△(철도 이야기에 고윤환 시장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철도망이 그려진 지도 앞에서 열변을 토하기 시작했다.) 수도권에서 문경까지 연결되는 중부내륙철도가 2023년 개통을 목표로 착착 진행되고 있다. 김천에서 거제를 잇는 남부내륙철도 건설사업이 2028년 준공 예정으로 추진되고 있다. 서산에서 아산과 울진을 잇는 동서철도가 지나고 중부내륙고속철도가 개통되면 대한민국 중심을 지나는 새로운 경제축이 만들어질 것이고 문경이 그 중심이 될 것이다. 그러면 문경은 새로운 물류의 중심으로 부상할 것이다. 문경시는 그런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서울 강남에서 1시간 남짓이면 문경에 도착한다. 지금 주말이나 노후를 문경에서 보내려는 많은 서울 사람들이 앞 다퉈 문경 지역에 별장을 짓고 있다. 맑은 공기와 청정한 먹거리 등 문경에 매료된 서울 시민들에게 문경이 제2의 정착지로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 물류의 중심은 어떤 콘셉트이며 어떻게 대응을 하고 있나. 교통망이 좋아지면 문경은 스쳐 지나가는 관광지로 전락할 수도 있다. 문경 인구나 경제가 오히려 서울로 빨려 들 역작용도 있지 않나.
△그런 우려를 방지하기 위해 문경읍 마원리 일대 35만7천㎡ 부지에 788억원을 투입해 문경 역세권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역세권을 중심으로 기업과 공공기관, 문화, 관광, 주거가 결합된 새로운 상권을 구축하려고 한다. 특히 이 사업은 다른 도시의 역세권 개발과 달리 입주업체의 요구를 과감히 수용해 개발계획을 수립함으로써 사업 성공률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물류단지 구상은 문경역 역세권의 입지 조건과 우리나라 경제 트렌드를 입체적으로 분석하면 물류단지로 개발될 가능성도 있다는 발상에서 나온 것이다.
또 문경새재를 비롯한 단산관광모노레일 에코렐라 등 자원을 활용한 관광서비스 산업과 봉암사 문경세계명상마을, 고요아리랑 민속마을, 성필립보 생태마을 등 치유공간, 정주욕구를 채워줄 전원 휴양마을 조성으로 인구 유출을 방지하고 머물고 싶은 관광지로 만들어 가고 있다. 그러니 문경이 서울로 빨려 들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 인구 문제는 국가적 대사가 됐고 지방소멸은 자치단체들의 절대 명제가 됐다. 청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문경시의 대책은 무엇인가.
△우리나라는 사망자 수가 출생자 수를 추월하는 데드크로스가 시작됐다. 문경시도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됐다. 한 때 16만명까지 기록했던 문경이 1980년대 폐광과 함께 인구 감소 위기를 겪고 있다. 문경은 이 위기를 귀농·귀촌·귀향의 활성화와 새문경 뉴딜정책-모듈주택 공급 사업으로 극복해내고 있다.
모듈주택 사업은 귀농과 귀촌을 고민하고 있지만 집 구하기가 쉽지 않은 현실을 반영해 농촌에서 살아볼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귀농 귀촌에 대한 실패 확률을 줄이고 안정적 정착을 유도하려는 것이다. 문경을 찾는 이들에게 쾌적하고 안정적인 주거를 제공하고 시골 곳곳에 방치되어 있는 폐가나 빈 집을 정비함으로써 지역에는 주거 환경 개선과 지역경기 활성화 등 1석 3조의 효과를 얻고 있다.
청년일자리 사업을 통해 매년 100여 명의 신규 일자리를 지원하고 양질의 일자리와 고용유지를 위해 기업에 대한 지원을 펴고 있다. 지난해 3천500억원 규모의 경제기반형 도시재생 뉴딜사업도 직접일자리만 280명, 간접일자리 3천600명을 창출하게 된다. 또 청년기본조례를 제정하고 정년정책단을 통해 많은 청년들이 문경으로 유입되고 있다. 이들이 정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책도 준비해 두고 있다.
- 예천 출신으로 문경에서 근무한 적도 없다. 어떻게 문경시장에 출마해 3선까지 하게 됐나.
△부산시 부시장으로 있을 당시 많은 사람들로부터 ‘문경 시장에 출마하라’는 권유를 받았다. 문경지역 인사들은 물론 서울의 향우회 인사들이나 동창 등이 내게 출마를 권유했다. 내가 나서면 아무도 안 나올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출마하고 보니 많은 후보들이 나서서 정말 고생했다. 행정고시 합격 후 청와대와 국무총리실, 행정자치부, 인천시청, 부산시청 등에서 근무했지만 늘 고향 문경에 잊지 않았다. 친구들과 문경의 산을 찾았고 경로당마다 찾아 다녔다.
고윤환(高潤煥·64)
문경중 문경종고 영남대 지역사회개발학과 졸(경제학사) 서울대 행정학석사, 인하대 행정학박사.
24회 행정고시. 대통령비서실 행정관, 국무총리실 과장, 인천시 경제통상국장, 남동구 부구청장. 행정자치부 주민과장. 미국연수(국장급 고위공무원). 행정안전부 국장. 부산광역시 행정부시장.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부회장.
조상 대대로 문경이 고향. 예천 출생이나 문경으로 이사 와서 중 고를 나왔다.
막강한 중앙 인맥으로 문경시 국비 예산을 확보해 지역 경제에 활로를 뚫고 지역 민심을 안정시켰다는 평가다. 단체장으로 3선이면 충분하다며 “그동안 실력 발휘를 못하면 자격 없는 것”이라 말한다. 재임 10년 동안 문경을 기초부터 닦아 놓았다며 ‘후임 시장은 일하기 쉬울 것’이라고 큰소리다. 문경을 찾고 싶고 머물고 싶은 도시로 터를 닦아 놓았으니 이제 쉬고 싶다고.
/이경우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