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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로서 갈증이 글쓰기와 연출로 이어졌죠”

연합뉴스 기자
등록일 2021-11-17 19:47 게재일 2021-11-18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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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경력 배우 조은지 <br/>영화 ‘장르만 로맨스’로 장편 연출 데뷔<br/>로맨틱 코미디 외피 안에 ‘관계’를 바라보고 <br/>고민하는 섬세하고 선한 시선 담아내
조은지 감독 /NEW 제공
조은지 감독 /NEW 제공

20년이란 짧지 않은 경력의 배우지만, 첫 장편 영화를 연출하고 개봉을 기다리는 조은지 감독은 얼마 전 열린 시사회에서 긴장한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영화 ‘장르만 로맨스’ 개봉을 하루 앞둔 16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조 감독은 시사회 때보다는 한결 편안해 보였다.

그는 “연습을 많이 했는데 머리가 백지가 되더라”며 “감독이란 호칭은 어느 정도 익숙해졌지만, 이렇게 큰 자리에서 주목받는 건 또 처음이라 여전히 긴장되고 이 긴장이 언제 끝날지 모르겠다”며 웃었다.

잡지 모델 출신으로 뜻하지 않게 배우가 됐던 그는 첫 장편 연출 역시 뜻하지 않게 찾아온 기회라고 했다.

“원작 시나리오를 받아 보게 됐는데 처음엔 출연 제안인 줄 알았어요. 연출 제안이라고 하시는데, 장편 연출은 생각지도 않았던 일이라 고민을 많이 하다가 각색을 해보겠다고 제안을 했죠.”

각색한 시나리오를 받아본 제작사는 다시 ‘오케이’를 했지만, 그의 고민은 또 며칠 이어졌다.

그는 “막연한 자신감만 가지고 하는 게 맞나, 이걸 하고 나서 받게 될 결과 이후에 나한테 다음이 있을까 하는 두려움도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슬럼프에 빠진 베스트셀러 작가 현(류승룡 분)과 그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장르만 로맨스’는 로맨틱 코미디의 외피 안에 ‘관계’를 바라보고 고민하는 섬세하고 선한 시선이 담겼다.

조 감독은 원작을 각색하면서 현과 그를 사랑하는 작가 지망생 제자 유진(무진성) 중심의 관계를 주변 인물들로 확장하고 코미디 요소를 가미했다.

현의 오랜 친구이자 출판사 대표 순모(김희원)와 현의 전처 미애(오나라)는 비밀 연애를 하고, 사춘기 아들 성경(성유빈)은 이웃에 사는 유부녀이자 여전히 배우의 꿈을 꾸는 정원(이유영)과 어울린다.

평범한 듯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현을 중심으로 뒤얽힌 관계 속에서도 각자의 서사와 매력으로 설득력을 가진다.

“친근한 캐릭터, 보편적인 감정으로 공감을 얻고 친근하게 다가가려면 현실 코미디가 필요했어요. 그렇게 감정이 쌓여서 나중에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더 집중할 수 있었으면 했죠.”

조 감독은 자신이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이라면서도 “친한 관계에서는 오락부장이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다”며 “저로 인해서 행복한 상황이 만들어지면 뿌듯하다”고 했다.

재미있고 유쾌한 모습은 배우로서 그의 이미지와 겹쳐진다.

많은 영화와 드라마에서 주인공의 친구나 조력자 등 활력을 더하는 감초 역할로 친숙한 배우지만, 그는 첫 단편 연출작 ‘2박 3일’로 2017년 미쟝센단편영화제에서 심사위원특별상을 받으며 정식으로 감독 데뷔를 했다.

“배우 생활을 하면서 연출 욕심이 생겼다기보다는, 글 쓰는 걸 좋아했어요.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도 아니고, 연출하기 위해 쓴 것도 아니고, 저만의 소통 창구 같은 거였고요. 저한테 기대하고 요구하는 고정된 이미지가 있다 보니 배우로서 제가 갈구했던 것들을 글쓰기로 해소했던 것 같아요. 자꾸 쓰다 보니 장면 구성 안에서 그림이 보이고, 어떤 배우의 이미지가 떠오르면서 ‘재미있겠다, 하고 싶다로’ 자연스럽게 이어진 거죠.”

‘2박 3일’은 ‘오늘, 우리’라는 제목의 옴니버스 영화로 2019년 개봉했지만, 또 다른 단편 ‘2만 원 효과’는 출연 배우들의 원성 속에 여전히 후반작업 중이라고 했다.

카페에서 2만 원이 없어진 한 손님 때문에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이 영화에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의 이종필 감독, ‘악녀’의 정병길 감독이 출연하고 조 감독도 배우 김대명과 커플로 출연했다.

확정된 차기작은 없지만, 그는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하고 싶다고 했다.

“부부처럼 너무 잘 안다고 생각하는 순간부터 모르게 되는 관계가 있잖아요. 그런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요. 관계를 맺으면서 나를 알게 되고 성장하는 게 사람이니, 관계가 없다면 자아라는 것도 없지 않을까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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