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우가 만났다<br/>한상철 포항해양경찰서장
바다는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나이도 성별도 학력도 계급도 친소도 가리지 않는다. 그 바다는 우리와 함께 있다.
해양도시 포항에는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고 그 바다에서 삶을 꾸려가는 사람들도 그만큼 많다. 그들과 함께 생활하며 그 바다 위의 삶을 안전하게 지켜주고 그 바다의 경계를 지켜주는 사람들. 해양경찰이다.
바다에서 일어나는 일을 육지와 같이 생각하거나 취급하면 안 된다. 넓고 험한 바다에서 움직이는 기동력에는 한계가 있다. 한상철 포항해양경찰서장은 “사고가 나지 않게 예방하는 것”이 임무라며 “사고가 났을 때는 인명구조를 완벽하게 해내야 한다”고 결기를 보인다.
바다에서의 구조 활동이나 단속 업무는 육지처럼 생각하면 안 된다.
망망광대한 해역의 특성상 해난사고나 사건이 발생하면 함정이 긴급출동 하더라도 4 ~5시간 걸리기 일쑤다. 파도가 4m 이상 치는데 뒤집어진 어선 위에서 구조작업을 펼치는 임무 수행은 목숨을 건 일이다. 때로는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하고 밤새워 구조활동을 벌이기도 한다.
바다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대한다. 위험도 공평하다. 그 바다에서 인명 사고가 나지 않는 것이 중요하고 또 사고가 발생하면 최대한 빨리 인명을 구조해야 하는 것이다. 민생침해 사범이나 환경오염 등 범죄를 예방 단속하는 것도 임무다.
해양 안전을 책임지는 것이 해양경찰의 임무다.
- 해양경찰의 임무는 일반 경찰과 어떤 점이 같고 또 어떤 부분이 다른가.
△해양경찰의 첫 번째 임무는 해양영토 주권을 수호하는 일이다. 불법조업을 하는 외국어선 단속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바다에서의 사고에서 수색과 구조 활동, 연안안전 관리 임무다. 지상에서 경찰이 있듯 바다에서 일어나는 각종 범죄의 예방과 수사는 하는 일이 세 번째고 해양오염사고에 대응하는 것이 네 번째 임무다. 선박교통관제(VTS)를 통해 행상(→해상) 질서를 유지하는 것도 해경이 하는 주요 임무다.
- 해경이 해양주권을 지키는 임무 수행과 해군의 역할은 어떻게 구분되는가. 업무 수행상 충돌은 없나.
△해군의 임무는 전쟁을 억제하는 국가 안보 등 국방에 있다. 이와 비교해 해양경찰은 해양영토를 수호하고 바다에서의 생명 구조와 해양환경 보호, 선박의 교통안전, 수상레저 안전관리, 해상 사건 사고의 수사 등 업무를 하는 것이다. 해군이 전쟁 발발 상황에 이르는 고강도 분쟁을 맡고 있다면 해양경찰은 극한상황을 피하기 위한 저강도 분쟁을 맡고 있다. 물론 양 기관은 업무협의와 합동훈련 등 유기적으로 협조하고 있다.
- 포항해양경찰서의 관할구역은 어디까지인가. 또 어떤 특성이 있나.
△포항해경의 관할 해역은 포항과 경주를 중심으로 한 해안선 213km(직선 95km)이며 면적은 3만4540㎢로 경북도의 1.8배나 된다. 이것도 2017년 11월 울진해양경찰서가 신설되면서 상당부분 줄어든 것이다. 해역은 일본EEZ(배타적 경제수역)와 인접해 해양안보 주도권 경쟁이 발생하면서 우발적 충돌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곳이다. 포항해경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고질적 토착 범죄인 불법대게 및 고래 포획 범죄 단속에 집중하고 있다. 또 해양사고 예방과 대응에 주력하고 있다.
- 관할해역이 넓은데다 업무 또한 다양하다. 임무 수행에서 특히 어려운 점은 어떤 것인가.
△어느 일이나 쉬운 게 없지만, 바다에서의 구조 활동이나 단속 업무는 육지처럼 생각하면 안 된다. 망망광대한 해역의 특성상 해난사고나 사건이 발생하면 함정이 긴급출동 하더라도 4~5시간 걸리기 일쑤다. 현실적으로 넓은 바다를 지키는 함정이 곳곳에 포진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지금도 독도 북방에서 발생한 어선전복사고에서 구조활동을 벌이고 있는 해경을 봐라. 파도가 4m 이상 치는데 뒤집어진 어선 위에서 구조작업을 펼치는 임무 수행은 목숨을 건 일이다. 이럴 때면 3D 직종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다. 때로는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하고 밤새워 구조활동을 벌이기도 한다.
- 그렇다면 넓은 바다에서 불법 조업 행위나 중국 어선의 침범 등을 어떻게 단속하나. 바다에서도 음주운전을 단속하나.
△위성 GPS와 항공기, 군 레이더와 함정의 레이더가 해상의 모든 선박 운행 상황을 24시간 입체적으로 감시하고 상황실과 유기적으로 연계돼 상황을 유지하고 있다. 경비함정이 해양경비 활동 중에 법령 위반 어로행위를 하거나 의심되는 선박을 발견하면 해상에서 검문검색을 실시한다. 어선의 경우 어군 형성수역이 아닌 곳에서 어로행위를 한다거나 의심스러우면 불법 대게 포획이나 고래잡이인지 확인하고 단속하는 식이다. 동해 북방 수역으로 북상한 중국어선만도 최근 3년간 평균 2천100여 척이 됐고 올해만도 600여 척이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을 감시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영해 침범이나 EEZ에서의 무허가 조업 등 불법 행위나 우리 어선과 어구의 피해 사례는 발견되지 않았다. 바다에서도 선박의 음주운항은 단속한다. 올해 동해청 관내에서 5건의 음주운항을 단속했다.
- 불법어로행위를 단속하는데 어려움은 없나.
△생명의 위협을 느낄 순간이 수없이 많았다. 대형 함정이 접근하지 못하니 소형 함정으로 접근해서 단속 업무를 할 때면 소형 전투를 치르기도 했다. 중국 어선을 단속할 때면 고무탄 총이나 무기를 사용하기도 한다.
- 해경은 조직상 오랫동안 내무부 외청 경찰 산하 조직이었다. 몇 차례 조직이 바뀌었는데 업무상 불편하거나 불리한 점은 없나. 지금 해양수산부 외청으로 독립한 것도 세월호 사건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조직원들의 사기나 동요는 없었나.
△여러 차례 수많은 조직개편을 겪었지만 임무는 흔들림 없이 수행하고 있다. 2019년 8월 해경의 조직과 직무범위를 규정하는 해양경찰법이 제정되는 법적 토대가 마련됐고 해상종합 치안기관으로 발전했다. 지금은 해양경찰관 출신이 해양경찰청장으로 임명돼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1953년 내무부 치안국 산하 해양경찰대로 발대해 해양경비대로 변경되기도 했으나 곧 해양경찰대로 되돌아왔다. 1991년 경찰청 소속 해양경찰청으로 직제가 바뀐다. 1996년 해양수산부 외청으로 독립하면서 청장 직급이 경찰과 같은 치안총감(차관급)으로 승격했다. 2008년에는 국토해양부 소속으로, 2013년에는 다시 해양수산부 소속으로 바뀌기도 했다. 그러다가 2014년 4월 세월호 사건이후 국민안전처 산하 해양경비안전본부가 됐다가 2017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나서 해양수산부 산하 해양경찰청으로 재독립했다.
- 바다 환경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대응도 중요해지고 있다. 프라스틱 같은 쓰레기 문제나 낚시꾼에 의한 바다 오염에 대해 해경은 어떤 대책을 가지고 있나.
△해양경찰에서는 해양쓰레기 없는 깨끗하고 안전한 바다 조성을 위해 ‘해양쓰레기 예방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해양쓰레기의 불법 배출 점검과 단속을 강화해 해양쓰레기 발생을 사전에 예방하고 해양쓰레기 수거 지원을 확대하며 모니터링을 통해 해양쓰레기를 관리하고 있다.
해양쓰레기 수거를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 관계기관 등과 협업으로 수거를 지원하고 연안 및 수중 정화활동을 수시로 하고 있다. 올해는 포항해경 소속 명예해양감시원과 함께 모니터링을 실시해서 해경과 포스코, 포항환경공단 등 6개 기관 단체 63명이 참여해 이가리 간이해변, 죽전항 방파제 일대에서 해양쓰레기 2.5t을 수거했다.
- 육지 소년이 해양경찰이 됐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초등학교 6학년 때 처음으로 동해 바다를 보고 바다를 동경하게 됐다. 그때 칠포리 쯤이었을 것이다. 그리고는 해군에 입대했고 해경 순경으로 지금까지 31년째 바다 사나이가 됐다.
- 이강덕 포항시장이 해양경찰청장 출신이다. 불편한 점은 없나.
△해양경찰의 업무를 이해하고 적극 협조해 준다. 개인적으로 이 시장이 해양경찰청장 시절 본청에서 선박위치 발신 장치를 구축하는 해양경계TF팀장으로 근무한 인연이 있는데 지금은 포항시장으로 정말 도움을 많이 주고 있다. 해양경찰의 특성상 시청뿐 아니라 경찰과 군, 소방 등 모든 기관과 협조돼야 하는데 모두들 잘 협조해 주고 있다.
- 포항해양경찰서의 가장 큰 현안은 무엇인가.
△바다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대한다. 위험도 공평하다. 그 바다에서 인명 사고가 나지 않는 것이 중요하고 또 사고가 발생하면 최대한 빨리 인명을 구조해야 하는 것이다. 민생침해 사범이나 환경오염 등 범죄를 예방 단속하는 것도 임무다. 해양 안전을 책임지는 것이 해양경찰의 임무다.
- 포항에 해양경찰서장으로 부임하고 내세울 만한 업적이 있다면 무엇인가.
△해양사고를 예방하고 줄이기 위한 방안과 사고가 났을 때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높이기 위해 매뉴얼을 만들고 조직원을 훈련시킨 것이다. 내가 부임한 직후인 올 2월 19일 새벽 선원 6명이 타고 구룡포항에서 출항한 거룡호가 당일 오후 경주시 감포읍 동쪽 23해리 해상에서 침수 전복됐다. 사고 즉시 헬기와 경비함정을 급파해 높은 파고와 최악의 기상 속에서 10일간 목숨을 건 수색작전을 펼쳤지만, 선내에 고립됐던 1명과 해상 표류자 1명만 극적으로 구조했을 뿐 실종자 4명은 끝내 발견하지 못했다.
사고 후 해상 사고에 대한 맞춤형 원인 분석과 대응책 마련에 들어갔다. 최근 5년간 국내에서 발생한 해양사고 1만6천건을 6개월 동안 빅 데이터로 분석해 649건의 사고 원인을 찾아냈고 이를 진행 과정에서 결과까지 단계별로 분석해 99건의 대응책을 만들었다.
원인 분석과 대응책을 만들어 적용한 결과 최근 3년간 발생하던 해양사고가 평균 74건에서 58건으로 줄어들었고 현재까지 연안사망사고는 단 한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또 최근 해양경찰청장배 구조경진대회에서 포항서가 전국 1위를 차지한 것도 이 대응책의 실현과 관계있을 것이다.
◇한상철 (55) 포항해양경찰서장
봉화 출신 안동고, 인하대 정책대학원 석사(행정학)
1991년 순경으로 해양경찰에 입문. 이후 해양경찰에서 정보국 정보계장, 경비안전국 해안경계임무 인수TF팀장, 장비기술국 정보통신계장, 동해 1511함장, 해양청 수상레저과장, 동해해양경찰서장, 중부지방해양청 경비과장을 거쳐 올 1월 포항해양경찰서장으로 부임.
산골서 태어나 해경 순경으로 출발해 31년째 해양경찰로 근무하는 바다사나이가 됐다.
소형 특수함정에서 중형을 거쳐 1천500t급 대형 함정 함장까지 근무하면서 적극적으로 현장대응을 하면서도 늘 자신보다 승조원의 안전을 걱정하고 해상사고가 발생되면 국민의 생명을 한사람이라도 더 구조하기 위해 노심초사하면서 생활하였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