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룡<br/> 개봉 앞둔 ‘장르만 로맨스’ 주연<br/>“더 다채로운 영화에 나서고 싶어”
“(아들에게) 너도 나중에 이혼해 보면 알아.”
무표정으로 진지하게 던진 대사에 웃음이 터진다.
배우 류승룡이 오는 18일 개봉하는 영화 ‘장르만 로맨스’를 통해 특유의 천연덕스러운 코믹 연기로 돌아온다. 베스트셀러를 내놓은 이후 7년 동안 다음 작품을 쓰지 못한 소설가 김현 역을 맡았다.
전 부인은 30년 지기 친구와 연애하고, 사춘기 아들은 반항하고, 남자 제자에게서 사랑 고백까지 받는 난처한 상황에 놓인, 어찌 보면 극 중 가장 불쌍한 인물이다. 그러나 류승룡은 이 복잡한 관계 중심에서 말장난과 슬랩스틱, 애드리브 등 갖가지 코믹 연기로 극을 이끌어간다.
그는 지난 5일 온라인 인터뷰에서 “생활 속에서도 코믹함을 잃지 않으려고 한다. 타고난 기질이 그런 거 같다”며 웃었다.
“웃음은 엉뚱한 면에서 나오기도 하지만, 진지할 때 나오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해요. 코믹 연기라고 해서 꼭 웃기려고는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한 게 주효했던 것 같아요. 반면 만화처럼 연기해야 하는 부분은 과감히 던지는 편이죠.”
류승룡은 시사회에서 영화를 보고 “내가 언제 저렇게 연기를 했었지? 저걸 저렇게 살렸구나” 하고 생각했다며 “집중해서 기특하게 잘했다고 자신을 칭찬했다”고 말했다.
그는 훌륭한 시나리오와 조은지 감독의 덕도 컸다고 강조했다. ‘장르만 로맨스’는 그동안 단편을 선보인 배우 조은지의 장편 데뷔작이다.
“현이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가장 큰 비결은 조은지 감독이에요. 10년 이상 같은 작품에서 연기해온 데다 이웃에 살거든요. 저의 평상시 모습을 너무나 잘 알아서, 그것들을 적재적소에 담아낸 조 감독의 공이 컸습니다.”
현은 남편, 아빠, 소설가 등 뭐 하나 제 역할을 완벽히 해내지 못하는 평범한 가장으로 그려진다. ‘중년의 위기’에 놓인 이 남자에게 류승룡도 깊이 공감했다고 털어놨다.
“저 역시 슬럼프를 겪었죠. 배우가 관객 수나 시청률에 연연하면 안 되지만 완전히 자유로울 순 없잖아요. 현이 과거 자신이 가졌던 열정을 보여준 제자 유진을 만나 회복하듯이 저도 ‘극한직업’, ‘킹덤’ 등 작품과 그 속에서 맺은 관계를 통해서 극복한 경험이 있어요.”
‘장르만 로맨스’ 역시 코믹이나 로맨스에만 갇혀 있지 않고 수많은 관계를 들여다보는 작품이다. 부부, 부자, 사제, 친구 등 여러 관계 속에서 서툴지만, 최선을 다하는 사랑에 관해 이야기한다.
영화 첫 주연을 맡은 오나라, 악역을 주로 선보인 김희원, 신인 배우 무진성과 성유빈 등 출연진만 놓고 보면 류승룡의 ‘원톱’ 영화가 아닌가 싶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배우진에게 고루 눈길이 간다.
류승룡은 “영화는 어떤 한 사람이 끌고 가서도 안 되고 끌고 갈 수도 없다”면서 “얽히고설킨 인물들로 인해 내용이 굉장히 윤택해지고 풍요로워졌다”고 했다.
서른다섯이던 2004년 영화 ‘아는 여자’로 늦깎이 데뷔한 류승룡은 그동안 거의 모든 장르에 도전하며 필모그래피를 채워나갔다. 변발한 청나라 장군(최종병기 활), ‘더티 섹시’를 내세운 마성의 남자(내 아내의 모든 것), 과감하면서도 신의를 지킬 줄 아는 충신(광해), 딸밖에 모르는 지적장애인(7번방의 선물), 치킨집을 차리고 잠복에 들어간 마약반장(극한직업) 등 천의 얼굴을 보여줬다.
류승룡은 “다양한 모험을 시도한 시간이었다”면서 앞으로도 더 다채로운 영화에 나서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같이 영화를 만드는 분들도 행복할 수 있는 유토피아 같은 영화를 계속하고 싶어요. 해보고 싶은 거는 많은데, 항상 상상 이상의 작품이 들어오더라고요. 꾸준히 내면을 가꾸고 준비하다 보면 그렇게 상상하지 못했던 작품을 선물처럼 받게 되지 않을까요?”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