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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끄는 대한민국

등록일 2021-10-24 20:15 게재일 2021-10-25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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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태​​​​​​​수필가
조현태​​​​​​​수필가

유럽 어느 목장에 종자가 좋은 말이 있었다. 어느 날 한 농부가 그 말 네 마리를 구입하였다. 그는 이 네 마리의 말들은 나란히 매어 마차를 끌게 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멀쩡해 보이는 말들이 농부의 생각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 말들이 만나기만 하면 사납게 날뛰고 서로 싸우며 무섭게 으르렁거리는 행동을 했던 것이다. 그런 말들을 나란히 매어 마차를 몰게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말들이 따로 흩어져 있으면 전혀 그렇지 않은데 함께 모이기만 하면 각각 다른 방향으로 내달리니 기가 찰 노릇이었다. 먹이를 주며 달래보기도 하고 채찍으로 벌을 주기도 해 봤으나 사이가 좋아질 기미가 없었다. 농부는 고민에 빠졌다.

오랜 고심 끝에 수의사를 찾아가 도움을 청했다. 그 말들을 잘 길들일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면 가르쳐달라고 했다. 수의사도 농부의 설명을 듣고 명쾌한 답을 찾지 못했다. 어떻게 하면 될지 여러모로 궁리하다가 한 가지 방법을 생각해냈다.

수의사는 네 마리의 말들을 마구간에 몰아넣었다. 그리고는 한 마리씩 따로 있도록 칸을 질렀다. 말들은 여전히 옆 칸에 있는 말을 의식하며 소란스럽게 으르렁거렸다. 수의사는 칸막이에 적당한 창을 뚫었다. 그리고 창마다 몇 가지 놀이 기구를 매달아 두었다. 말들이 머리로 툭툭 받아치며 돌릴 수 있는 바퀴모양의 장난감, 발굽으로 쳐서 한 쪽에서 다른 칸으로 넘길 수 있는 공, 끈에 매달아 흔들리도록 만든 알록달록한 인형 등의 놀이 기구였다.

말들은 이런 장난감에 많은 흥미를 보였다. 말들이 장난감에 관심을 보이자 수의사는 한 주간에 한 번씩 말들의 자리를 교대로 바꾸었다. 놀이기구를 통해 서로 호감을 조금씩 나타내며 장난감을 함께 갖고 놀기 시작했다. 그리고 네 마리의 말들은 차츰 차츰 서로간의 적대감이 잦아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자 네 마리의 말들은 매우 친한 사이로 변했다. 드디어 네 마리 말을 한 마차에 나란히 매어도 괜찮았다. 오히려 서로 머리를 부비고 핥아주며 친해졌다. 네 마리 말들은 마차를 놀이기구 다루듯 주거니 받거니 재미있고 신나게 몰게 되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 ‘개미 혁명’중.

사람들이 사는 사회에도 여러 가지 공동체가 있다. 가정, 학교, 직장, 종교, 각종 단체 이를테면 체육, 음악, 미술, 문학, 과학, 농업, 상업, 공업 등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다양한 공동체와 개인 사이에도 알게 모르게 저항감과 반발심, 적대감이 있을 수 있다. 상대방에 대한 적개심으로 인하여 불평하고 미워하여 지나치게 거북해지는 경우가 있다. 이런 공동체나 개인이 그 수의사와 같은 처방을 받을 수야 없지만 적어도 적개심은 없어야 동행이 가능하다.

어떤 형태로든 같은 방향으로 달리거나 행동해야 공동체 또는 전문인이 아니겠는가. 동행하지 않으면 위의 책에서 말하는 말들과 무엇이 다른가. 우리 대한민국이 넘어야 할 고지가 바로 코앞이다. 누리호 발사를 온 국민이 지켜보며 필시 같은 생각을 했으리라고 나는 믿는다. 그러니까 같은 생각이 곧 동행이다. 함께 뭉치지 않으면 경제적, 정치적 식민화가 닥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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