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항지진 이재민 1천435일 만에 구호소 생활 종료<br/>마지막까지 거주하던 한미장관맨션 주민들 각자 보금자리로<br/>市 “피해주민과 협의 통해 재건축 등 다양한 방안 적극 지원”
“지난 4년 동안 집이 없어서 겪은 숱한 서러움은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없죠.”
포항지진으로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빼앗겨 버린 뒤 포항시 북구 흥해읍 실내체육관에 마련된 임시구호소에서 생활하던 마지막 이재민들이 19일 새로운 보금자리로 발걸음을 옮겼다.
2017년 11월 15일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하고 나서 무려 1천435일의 시간이 흐른 뒤였다.
포항시는 이날 오전 11시 40분께 임시구호소 내에 설치된 사생활보호용 텐트 221개를 철거했다. 지진 피해주민과 자원봉사자들은 텐트와 시설들을 철거하고 이불, 옷, 메트 등 생활용품을 비닐봉지에 한 곳에 담아 정리했다.
한 이재민은 이부자리를 정리하면서 옛 생각에 잠겨 잠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날 이곳을 떠나는 주민 이순오(75·여)씨는 “겨울에는 너무 추워서 보온 팩에다 따뜻한 물을 부어 놓고 그걸 끌어안고 오들오들 떨면서 새우잠을 잤다”며 “이렇게 억울한 일을 당해서 집도 없이 몇년 동안 밖에서 고생하며 지낼 줄을 상상도 하지 못했고, 이곳을 떠나게 된다고 하니 시원섭섭하다”고 말했다.
포항지진 이재민들의 임시구호소로 활용된 이곳은 한때 1천180명의 시민이 머물기도 했다.
당시 학교와 종교시설 등에 만들어졌던 31곳의 임시구호소는 시간이 지나고 나서 점차 폐쇄됐지만, 흥해실내체육관만 현재까지 남아있었다. 마지막으로 이곳에 등록된 인원은 60가구·154명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숙박을 하는 사람은 크게 줄어 9가구·10여 명만이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까지 이곳에서 거주했던 이재민들은 대부분 한미장관맨션(포항시 북구 흥해읍)의 주민들이다. 한미장관맨션은 지난 2018년 6월 정부의 정밀안전진단 결과 ‘C등급 판정’을 받았다.
이에 대해 동의하지 못한 한미장관맨션 거주자들은 자체 정밀안전진단을 시행했고, 그 결과 ‘E등급(가·라 동)’, ‘D등급(나·다 동)’을 받아 정부의 진단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주민들은 지난 2018년 11월부터 2020년 7월까지 행정소송을 진행했다. 지난 4월 한미장관맨션 주민과 포항시는 국무조정실에 ‘전파 수준’의 지원을 요청하는 민원을 제기했다.
이후 국무총리실 소속 포항지진피해구제심의위원회는 지난달 24일 한미장관맨션과 대신동 시민아파트를 ‘수리 불가’ 판정을 내리면서, 이곳의 주민들도 전파 수준의 보상을 받을 길이 열리게 됐다.
시는 한미장관맨션과 시민아파트 주민에게 감가상각 등을 고려해 아파트 교환가액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에 임시구호소에 머물던 주민들도 지난 14일 시와 협의를 거쳐 시설물을 자진 철거하기로 했다.
일부 주민은 주거안정심의위원회를 거쳐 임대주택에서 살고 일부 주민은 지원금을 받아 현재 사는 곳 인근에 주거지를 마련할 예정이다.
포항시 관계자는 “피해주민과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재건축 등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고 행정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며 “피해지역을 특별재생 주요 앵커시설에 대한 착공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포항시는 흥해실내체육관을 보수해 본래 용도인 주민 체육시설로 사용할 계획이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