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우가 만났다<br/> 이석화 대구지방변호사회장
인권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라는 자부심과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법률 전문가라는 자존감과 고난도 관문을 통과하고 사회 최상위 계층으로 진입했다는 자긍심으로 뭉쳐진 변호사.
한 해 1천명 정도 배출되던 변호사는 로스쿨 도입 이후 1천750명까지 늘어났다.
회원 700여 명의 대구지방변호사회는 1948년 설립된 법정단체로 1985년 부산고등법원이 생길 때까지 경상도 전체를 관할하는 역사와 위상을 갖고 있다. 이석화 대구지방변호사회장은 “변호사가 월등한 고소득자일 이유는 없지만 약간의 소득적 메리트조차 보장되지 않는다면 고비용을 들여 변호사가 되려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 말한다. 변호사 기피현상이 생기면 국가 전체가 선진국의 하청업체로 전락할 위험도 있다고 경고한다. 그래도 전문 법률지식과 지갑을 열어 기꺼이 사회에 기여하고 봉사함으로써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하는 그들은 변호사다.
- 사회적 지탄을 받고 있는 범죄자에 대한 변호사 수임과 사회 정의 구현이라는 변호사 임무 사이에 충돌은 없나.
△변호사는 범죄자로 의심이 가더라도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의뢰인을 변호함으로써 사회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다. 아무리 여론이 나쁘고 중죄인으로 의심 되더라도 정당한 재판을 받도록 하는 것이 변호사의 역할이다. 누구나 피의자가 될 수 있다. 국가 권력은 언제든지 폭력으로 변할 수 있고 이 권력으로부터 인권을 지키고 법질서를 지키는 것이 변호사다. 그래서 인권의 보루이자 최후의 방패라 한다.
-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제도의 문제점이 생겨나면서 사법시험을 부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로스쿨 제도의 문제점과 존치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싶다.
△로스쿨 3년 과정이 너무 고비용이어서 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보완제도가 필요하고 변호사시험 불합격자 누적으로 고시낭인 같은 사회적 병폐를 개선하기 위해서 로스쿨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으로 보인다. 그러나 10년 이상 시행해 온 로스쿨 제도를 또다시 전면 수정한다는 것은 사회경제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 변호사를 너무 많이 뽑는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방법은 없나.
△로스쿨은 25개 법전원의 정원 2천명에서 매년 1천500명 정도를 변호사로 뽑으려고 계획했다. 그러나 해마다 1천750명 가량 변호사가 배출되면서 변호사 숫자가 급격히 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보다 먼저 로스쿨제도를 도입한 일본에서는 변호사 시험 합격률이 낮아 경쟁력이 떨어지는 로스쿨은 입학생을 모집할 수 없어 로스쿨 인가를 반납하는 대학이 생겨났고 입학생 숫자가 줄어들어 변호사 시험 합격자를 줄일 수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로스쿨 결원 보충제’가 있어 상위권 로스쿨로 재입학해서 생기는 결원을 다음 해 신입생으로 뽑을 수 있도록 보장해 줘 로스쿨이 줄어들지 않고 변호사시험 합격자도 줄어들지 않고 있는 것 같다.
- 판사 임용 자격을 현재의 법조경력 5년 이상에서 내년부터 7년으로 늘였다. 2026년엔 10년으로 늘어난다. 법관 충원에 문제가 없나.
△실력도 있고 경력도 쌓은 인격적으로 훌륭한 법관을 뽑으려는 것은 법원의 욕심이지만 법조 경력이 쌓인 그런 변호사는 이미 자리가 안정돼 판사직을 지원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 경력과 실력을 갖춘 훌륭한 법관을 뽑는 것은 제도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우리나라 판사의 업무량이 너무 많은 것도 문제이고 더구나 최근에는 판결에 따른 비난이 일기도 한다. 판사의 희생만 강요할 수는 없는 일이고 그렇다고 판사 수를 무한정 늘일 수도 없다. 근본적으로 판사의 처우가 개선돼야 한다. 사회적으로도 판사에 대한 존경심을 갖고 판결을 존중하는 풍토도 조성돼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 변호사회 가입자만이 변호사 개업을 할 수 있다거나 유사 법조 직역으로부터 변호사 업무 영역 수호를 위한 과잉 대응은 변호사 집단의 기득권 지키기로 보인다.
△소송은 전문적인 영역인데 이 업무를 기득권 지키기로 보는 것은 곤란하다. 변론을 잘못 해서 재판에서 패소하는 경우가 생기지 않도록 소송은 법률 전문가가 맡아야 국민이 피해를 입지 않기 때문이다. 유사 법조 직역에서 간단한 소송을 수임해서 대리하도록 해 달라는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법무사는 변호사의 숫자가 적었던 제도 시행 초기 법원의 등기 등 일부 업무를 사법서사에 위임했던 데서 출발했다. 또 변호사는 세무사의 자격을 갖고 있으며 일부 변호사는 세무사보다 더 업무에 적합할 수도 있고 소송까지 가는 문제가 생기면 결국 변호사가 맡아야 하는 것이다. 결코 변호사가 회계사나 변리사 등 다른 직역의 업무를 빼앗으려는 것이 아니다.
- IT 산업의 발전과 함께 법률 시장에도 온라인 법률 플랫폼 로톡이 등장했다. 국민으로서는 법률시장 접근이 쉬워지고 선택권을 넓힐 수 있는 제도라고 보는데 변호사회는 강력 규제로 대응하고 있다. 이 또한 기득권 지키기 아닌가.
△로톡은 변호사에 대한 정보 제공을 넘어 고객을 적극 유인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는데다 소수 유료 회원을 적극 추천 알선하고 있어 합법적 광고의 범위를 벗어난 형태를 보이고 있다. 변호사는 법의 지배를 정착시킬 수 있는 유일한 법률 전문직으로서 자존심과 사명감을 가지고 국민에 봉사해야 한다. 변협은 로톡이 변호사의 공공성과 독립성을 훼손하고 있다고 규정했다. 대구지방변호사회를 비롯한 전국의 변호사회가 변호사 소개 플랫폼에 대해 엄정 대응키로 하는 결의문을 채택하고 강력 규제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 검경 수사권 조정이 오랫동안 나라 여론을 달궜다. 수사권 조정에 대한 의견은, 또 변호사 업무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경찰의 수사권은 강화되었으나 그 통제기능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경찰 내부의 통제기능만으로 우리가 비판해 온 검찰 수사 권력의 폐해가 또다시 재현될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검찰 수사지휘권을 무력화시키는 현 제도는 보완되어야 하며 현재 경찰조직을 행정과 수사로 철저히 분리하여 독립기관으로 분리할 필요가 생겼다. 변호사의 업무가 크게 달라질 것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경찰 수사단계에서부터 적극 변호업무를 수행해야 할 필요성은 높아질 것이다.
- 우리 형법은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사실임에도 명예훼손죄로 처벌되도록 하는 법이 언론 보도를 위축시키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개인의 인격권 보호를 위해 명예훼손적 표현에 대한 처벌조항을 5대 4 의견으로 합헌 판단했다. 온라인 공간의 팽창으로 언론 매체가 다양해지고 전파 속도와 파급 효과가 커진 때문이다. 일단 훼손되면 완전한 회복이 어렵다는 것이 명예훼손죄의 특성이다. 그러나 내용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면 처벌을 면하도록 하고 있어 공적 인물에 대한 비판을 억압하는 수단으로 남용되지 않도록 하는 조항이 있어 합헌으로 판단했다.
위헌이라고 본 재판관들은 진실을 적시할 경우 명예훼손보다는 표현의 자유 보장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문제는 사실적시에 대한 입증 책임에 달려 있는데 우리의 현행 법 체계를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행위자에게 입증 책임을 지울 것이 아니라 사생활의 비밀 침해만을 처벌하도록 하고 이를 검찰이 입증하도록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 형사 사건에서 억울한 피해자가 많은데 비해 변호사가 범죄인을 변호하고 국선변호인 제도를 두는 등 형사법 운용이 피의자 중심으로 치우친 것 아닌가.
△처벌 대상인 범죄인에게 국가 예산을 들여 보호할 가치가 있는지에 대한 비판도 있다. 그러나 피의자·피고인의 보호는 범죄인 보호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국가 권력에 의한 일반 국민의 권익 침해를 방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방패막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2000년대 이후에는 범죄피해자의 보호에 소홀하다는 인식을 하게 되었고 범죄피해자 구조제도, 성범죄피해자 국선보조인제도, 피해자 진술권 보장 등을 통하여 범죄피해자의 지위를 강화하는 추세에 있다.
- 변호사 출신 정치인들이 법 위반으로 자주 여론에 오르고 일반 국민이 법과 현실의 괴리를 느끼는 경우가 많다. 법 없어도 살 수 있는 나라와 법 없으면 살 수 없는 나라 중 어느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나.
△사람들이 관계를 맺어 사회를 형성하는 한 법 없어도 살 수 있는 나라는 존재할 수가 없다. 더구나 다양한 사회관계가 형성되는 현대사회에서 법은 더욱 복잡해지는 것이 필연이기도 하다. 우리는 법을 위반하지 않는 사람을 ‘법 없어도 살 사람’이라고 말하지만 그 사람도 따지고 보면 법의 보호를 받으니까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법이 없다면 힘 있는 자의 핍박으로 하루도 살아갈 수가 없을 것이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처럼 약자를 위한 법은 없는 듯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법 집행의 공정에 관련된 것이지 법 자체의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법 집행을 공정하게 하자면 우리 사회가 좀 더 투명해져야 할 것이다. 그러자면 언론의 자유가 더욱 보장되어야 하고 언론의 책임 또한 강조되어야 한다.
- 변호사는 우리 사회에서 대표적인 기득권자로 인식되고 있다. 사회적 인식에 걸맞은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하고 있다고 보나.
△로스쿨 제도 도입이후 변호사 수는 급격히 증가하였고 자격 취득을 위하여 투입한 비용에 비하면 소득은 현저히 떨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변호사가 과연 기득권자인지는 개인적으로 의심해 보기도 한다. 기득권자 논쟁은 아웃사이더에게 진입 장벽을 형성해서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데 있었고 그 해결책으로 로스쿨제도가 도입됐다. 하여간 재능보다 태생이 중요한 사회가 되지 않도록 우리 모두 노력해야 할 것이다.
대구지방변호사회는 변호사의 공익적 지위에 맞추어 많은 공익적 사업을 하고 있다. ‘국선변호’ 활동이 그것이며 법원과 경찰서 시청 사회복지관 등에서 하는 ‘무료법률상담’이 그것이다. 또 소외계층 연탄나누기, 급식행사, 소외계층에 대한 사회봉사금 전달과 사회복지시설 기관에 대한 기부금 전달과 법률지원을 하고 있다. 해마다 대구의 인권활동가를 선정하여 ‘애산인권상’을 시상하고 있다. 대구지방변호사회가 매달 지급하는 사회봉사금과 기부금이 1천여 만원이고 그 밖에도 회원들은 각자 개인적으로 상당한 금액을 기부하면서 나름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다.
◇이석화(李錫華)
대구지방변호사회장(60). 영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변리사.
성광고, 고려대 법법학과 졸. 1997년 사법시험 39회 합격 사법연수원 29기 수료.
(재)한빛문화재연구원 대표이사.
2012년 헌재로부터 모범 국선대리인 표창을 받았다.
지난해 12월 55대 대구지방변호사회장단 선거에서 98%의 압도적 지지로 당선.
성장기와 변호사 경험을 바탕으로 엮은 수필집 ‘얼굴에 먼저 이른 봄빛’을 냈다.
6·25 참전 군인으로 다부동 전투에서 총상을 입고 구사일생으로 탈출한 아버지를 가장 존경한다. 친구를 좋아하고 술은 ‘청탁불문(淸濁不問)’이지만 아버지의 “남의 술을 마시고 취하지 말라”는 가르침을 고수.
/이경우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