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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 없이 찾아온 ‘늙음’ 앞에서 나를 돌아보다

윤희정기자
등록일 2021-10-07 19:56 게재일 2021-10-08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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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늙어버린 여름’<br/><br/>이자벨 드 쿠르티브롱 지음<br/>김영사 펴냄·에세이·1만4천800원<br/>
‘내가 늙어버린 여름’(김영사)은 프랑스 출신의 미국 작가이자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교수를 역임한 이자벨 드 쿠르티브롱이 쓴 노화에 대한 쓸쓸한 에세이다.

프랑스에서 태어나 이혼한 어머니를 따라 미국으로 건너간 저자는 어릴 적 향유했던 거대 문학세계를 본격적으로 탐구하며 이중 문화 문학과 여성 문학, 페미니즘 학자로 미국 유수 대학의 교수로 활동했고 특히 MIT에서 그녀의 이름을 딴 상을 제정해 매년 문학에 재능이 있는 학생에게 상을 수여할 정도로 인정받는 학자였다.

그러나 어느 여름 ‘늙음’이라는 거대 변화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면서 엄청난 신체적, 심리적 변화를 마주하게 된다.

일생 고독이나 외로움, 추억을 회상하는 일 따위는 없는 꼿꼿한 삶을 살았던 그녀는 이 역사적 사건을 계기로 과거 딸로, 아내로, 운동가로, 잘나가던 학자로 살던 여러 가지 나를 만나 그때의 내가 앓았던 결핍마다 따뜻한 위로를 전한다.

저자는 ‘늙음’을 ‘재난’에 비유하며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사회와 관계로부터 배제되는 일상에 분노와 서운함, 자괴감을 느낀다.

하지만 이 위기마저도 인생의 유일한 친구인 문학에 기대어 ‘어떻게 나답게 늙음을 돌파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모두가 ‘어떻게 늙을 것인가’에 집중할 때 몹시 현실적인 태세로 ‘늙은이’가 돼버린 나를 거침없이 폭로하면서 시종일관 시적이고 우아한 태도를 잃지 않는다.

남부러울 것 없는 성공적인 삶을 살았던 한 여성이 통제할 수 없는 변화를 맞닥뜨리고 어떻게 변화하고, 어떤 존재로 자신을 정의하게 되는지 스물두 편의 거침없는 자기 성찰을 통해 엿볼 수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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