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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시대, 민중은 왜 교회로 몰려갔나

윤희정기자
등록일 2021-10-07 19:56 게재일 2021-10-08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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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는 인간에 대하여’<br/><br/>한동일 지음·흐름출판 펴냄<br/>인문·1만6천원<br/>
“어찌 보면 인간은 각자 남에게 말할 수 없는 아픔과 고통이 있다는 점에서 평등한지도 모릅니다. 인간은 그렇게 아파하고 신음하고, 때로는 자신의 실패와 마주함으로써 성장합니다.”

베스트셀러 ‘라틴어 수업’의 저자 한동일 작가의 신작 에세이 ‘믿는 인간에 대하여’(흐름출판)가 출간됐다. ‘믿는 인간에 대하여’는 한 명의 신앙인이자 오랜 시간 법학을 공부해온 저자가 유럽의 역사 속에서 드러난 인간의 믿음과 종교에 대해 탐구하고 얻어낸 결과물이며, 불완전한 한 인간으로서 성찰하고 얻은 깨달음을 담은 책이다.

저자는 “인간의 유구한 역사에서 종교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부분이다. 법과 정치가 종교와 분리된 것은 불과 몇 세기에 지나지 않았고, 10세기 초반 유럽의 혼란한 시대적 상황에 불안에 떨던 민중은 교회로 몰려와 신의 보호와 자비를 청하기도 했다”고 말하며, 역사 속 종교와 인간이 걸어온 흔적은 오늘날에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분석한다.

저자는 특히 흑사병과 기근 등으로 고통의 시기를 겪었던 중세의 모습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으로 혼란을 겪고 있는 오늘날을 비춰보며, 과거 인류가 중세를 거쳐 어떻게 오늘날에 이르렀고 그것이 우리에게 어떤 질문을 던지고 있는지 생각해보자고 제안한다. 흑사병으로 인해 유럽 인구의 3분의 1이 사라졌으나 그것을 계기로 의학이 어떻게 종교로부터 독립된 학문이 됐고, 역사 속에서 종교가 어떻게 정치적으로 이용돼왔으며 정치로부터 분리될 수 있었는지, 그것이 사회적으로 미친 영향은 무엇인지를 살핀다.

또 그 과정에서 끊임없이 불거졌던 ‘종교의 자유’를 언급하며, 오늘날 팬데믹으로 인해 대면 종교행사나 각종 집회가 금지되는 중에 몇몇 종교 공동체가 내세운 ‘종교의 자유’는 과연 합당한가 하는 문제를 법학자의 시선으로 짚어낸다.

이 책에는 저자가 그리스도교, 이슬람, 유대교의 성지가 모두 모여 있는 종교의 도시 예루살렘에서 한 달 동안 머물렀던 경험도 담겨 있다. 저자는 그곳에서 각자의 종교와 신앙을 지키기 위해 분리장벽을 세우고 전쟁도 불사하는 인간의 모습을 마주하며 신의 존재와 신의 뜻이 어디에 있는지를 고민한다.

베드로 회개성당으로 알려진 ‘닭 울음 성당’을 방문한 저자는 스승 예수를 배반한 베드로와 유다가 한 사람은 살고 한 사람은 자결을 택한 이유에 대해 ‘실패’를 대하는 태도의 차이를 생각하고, 구 시가지에 위치한 ‘십자가의 길’ 초입에 새겨진 “오, 길을 지나는 모든 사람이여, 나의 고통과 같은 아픔이 있다면 주의를 기울여 보십시오”라는 문구를 되새기며 인간으로서 ‘같은 아픔’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 고민한다. 그밖에도 모든 종교가 천국과 지옥을 말하지만, 그 둘을 가르는 차이는 인간 존재의 태도에 있지 않은가라는 물음이나, 인간의 고통은 신이 아닌 인간 사회가 만들어온 구조적인 문제에서 더 크게 비롯된다는 지적도 우리가 한 번쯤 생각해봐야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저자는 이 책의 서문에 “오늘의 아픔과 절망을 바꿀 수 있는 내일이 있다면 인간은 그 아픔과 고통이 아무리 크더라도 그것을 견디고 넘어설 수 있는 힘을 얻게 됩니다”라고 적고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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