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생애’<br/><br/>조해진 지음·창비 펴냄<br/>장편소설·1만4천원
직장에서 참을 수 없는 모욕을 당하고 직장을 그만 둔 윤주, 윤주의 제주 생활 동안 그의 방을 빌리며 한국여행을 하게 된 시징, 꿈을 접고 신념을 작게 쪼개기 위해 제주로 이주한 미정의 이야기가 다정히 주고받는 편지처럼 이어진다.
삶에서 잠깐 스쳐갈 뿐인 타인에게 ‘방’을 내어주고 기꺼이 자리를 마련해주며 “필연적으로, 그렇지만 그림자처럼 은근한 방식으로”(발문 최진영) 연결되는 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불완전하게 흔들리는 세계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살아 있음’의 증인”(작가의 말)이 돼줄 수도 있겠다는 단단하고 따스한 희망을 품게 하는 소설이다. 조해진은 작가의 말에서 “신념을 따르고 사랑에 진심일수록 상처받고 방황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또 “생애는 완벽할 수 없고 완벽할 필요도 없다”면서 “언제 시작되었는지 알 수 없고 어디로 가는지도 확신하지 못하는 이 생애의 한가운데서 우리가 서로에게 ‘살아 있음’의 증인이 되어주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윤희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