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란 무엇인가’<br/><br/>바버라 H. 로젠와인 지음<br/>타인의사유 펴냄·인문·1만5천원
사실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가 언제 화를 내는지 안다고 생각하며 다른 이의 분노 역시 알아볼 수 있다고 꽤 확신한다. 그러나 이런 생각들은 진실과는 아주 거리가 멀다. 우리의 분노 안에는 온갖 의미의 영역이 전부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분노란 무엇인가’(타인의사유·원제 ‘Anger’)는 분노를 이야기하는 담론 12가지를 기반으로, 수많은 결의 분노와 이를 대하는 다양한 태도를 소개한다.
감정의 역사를 연구해 온 저자 바버라 H. 로젠와인 미국 시카고 로욜라대학교 명예교수는 이 책에서 방대한 자료를 토대로 분노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가 크게 세 가지 계보 속에서 나눠진다고 설명한다.
분노를 피하거나 없애야 한다고 보는 계보, 때에 따라 악덕과 미덕 사이를 오간다고 보는 계보,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능이라고 보는 계보가 있다.
이런 세 가지 카테고리에서 세네카, 아리스토텔레스, 데카르트, 폴 에크만, 리사 펠드먼 배럿, 마사 누스바움 등 학문을 넘나들며 여러 학자들의 주장을 살펴본다.
미얀마 군부와 불교도에 의한 로힝야족 무슬림 탄압이나 최근 미국 전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반(反)인종차별 캠페인 BLM 운동과 같은 사회적 맥락에서의 분노 개념도 함께 돌아본다.
저자는 현재의 분노 담론이 과거에 뿌리를 두고 있기는 하지만 우리의 명예가 모욕과 비방을 당했다는 느낌이 커다란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말한다. 내쫓기고, 무시되고, 경멸받는 명예, 한마디로 ‘디스’되는 명예에 대한 감각이 널리 퍼져있다는 것이다. 그럴수록 모두가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으며, 자신들이 옳고, 정의롭다고 믿는다. 저마다 자신의 관심사를, 그리고 분노 해소 방식에 관한 생각을 다른 모든 이에게 주입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저자는 이럴수록 분노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분노가 단지 어떤 하나의 ‘것’이 아님을 인정하고 오늘날 존재하는 많은 분노의 가치와 뿌리를 이해할 때 이런 극단적이고 대립적인 사회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고 제안하고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