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최선의 삶’에서 가출 청소년 ‘강이’ 역 맡은 방민아<br/>“‘너도 그랬었구나’ 하는 공감의 위로가 전해지길”
영화 ‘최선의 삶’(9월 1일 개봉)에서 주인공 강이를 연기한 배우 방민아는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를 “마음이 너무 아파서 실제로 몸이 저릿할 정도였다”고 했다.
“제가 했던 실수와 선택들, 그로 인한 후회 같은 복잡미묘한 감정이 휘몰아치면서 충격이 컸어요. 그래서 강이 역할이 너무 욕심났는데, 하고 싶은 마음에 비례해서 해도 되는지 두려움도 컸죠.”
강이는 별다른 꿈이 없는 평범한 열여덟 살이다. 엉뚱하고 자유분방하지만 아빠의 폭력에 시달리고 있는 아람(심달기), 예쁘고 성적도 상위권인 부잣집 딸 소영(한성민)과 붙어 다닌다.
소영의 가출 선언에 함께 집을 나서고, 거리에서 마주한 냉혹한 현실은 세 사람의 관계에 균열을 만든다. 서로 다른 성격의 세 사람은 각자의 최선을 다하지만, 돌이킬 수 없는 최악으로 치닫는다.
최근 진행한 화상 인터뷰에서 방민아는 “자다가도, 밥 먹다가도 생각날 정도로 후회가 되는 마음 아팠던 기억들이 있었는데 그걸 강이에게 담아 풀어낸다면 내 인생에서도 한 챕터를 넘어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했다.
“강이는 친구들 사이에서 가장 약한 친구인데 저 또한 그랬어요. 소위 잘나가는 친구들 사이에서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나’ 자기 전까지 고민한 적이 있었어요. 강한 친구들한테 잘 보이는 게 살아남는 방법이었고, 체육복이나 교과서를 먼저 빌려다 주곤 했죠. 그땐 같이 화장실 가던 친구가 갑자기 다른 친구랑 화장실을 가면 복잡미묘한 감정이 들잖아요. 그런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르더라고요.”
영화 속 강이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들의 의견을 주로 따른다.
방민아도 “분란을 일으키는 게 너무 싫고 누군가의 의견을 먼저 들어주는 게 편한 게 내 본성인 것 같다”며 “천성은 변하지 않아서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다 해도 똑같을 것 같다”고도 했다.
또 “강이가 누군가를 위해주고 품어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강이는 그럼으로써 그에게 의지하고 보호받았다”며 “관계의 맨 아래에서 그렇게밖에 할 수 없어서, 그게 최선이어서 마음 아팠다”고 했다.
“최악의 실수를 덜 할 수 있을까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후회든 기쁨이든, 좋았든 싫었든 그런 것들이 모두 모여서 지금의 제가 존재한다고 믿기 때문에 그때의 제가 맞았다는 생각도 해요. 절대 돌아가고 싶지는 않아요.”
그렇게 안쓰러운 강이지만 “부모님이 사랑해주지 않는 것도 아니고 견딜 수 없는 압박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강이가 왜 친구들을 따라 집을 나갔는지는 풀리지 않는 숙제였다”고 했다.
“언뜻 알 것 같지만 정확하게 모르고 촬영을 했고 그게 찜찜하게 남아있었어요. 촬영이 끝나고 개인적으로 힘든 시간이 있었는데 문득 강이 생각이 나서 다시 대본을 펼쳐 봤어요. 그때서야 강이가 가진 평범함이 답답했을 거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후시 녹음을 하면서 몰랐던 감정과 생각을 내레이션에 담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죠.”
그는 “시나리오를 읽고 영화를 찍으면서 아픈 과거를 떠올리느라 다시 많이 아팠지만, 위로를 받았다”고 했다.
“우리 모두 서투른 때가 있었고, 내가 실수를 저질러서 후회 속에 살아가는 게 힘들 때가 있는데 ‘너도 그랬구나’ 하는 공감이 위로가 됐던 것 같아요. 비슷한 순간이 있었던 분들이 계신다면 나와 같은 위로를 받지 않을까요.”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