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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탐구생활

등록일 2021-08-04 19:53 게재일 2021-08-05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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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형 산자연중학교 교감
이주형​​​​​​​산자연중학교 교감

‘처음’이라는 단어의 유의어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근심, 걱정, 무서움, 두려움과 같은 부정적인 단어가 있는가 하면, 반대로 설렘, 바람, 기대, 희망 등의 긍정적인 어휘들도 있다.

지난주 코로나 백신을 맞았다. 물론 처음이다. 그 처음을 받아들이는 마음은 희망보다는 두려움이었다. 백신 접종 날짜가 정해지고부터는 필자는 거의 모든 시간을 백신과 관련한 정보를 검색하는 데썼다. 검색된 정보 중에서 유독 필자의 마음에 쌓인 것은 백신 부작용과 관련된 기사였다. 특히 백신 접종 사망 기사는 필자의 마음에서 긍정과 관련된 모든 감각을 지워버렸다.

이미 접종을 마친 지인들이 필자를 위로했지만, 필자의 우울은 더 심해졌다. 급기야 우울은 무기력을 불렀고, 그렇게 한동안 필자는 병적인 무기력과 우울 속에서 지냈다.

그때만 생각하면 부끄럽지만, 그때는 세상 모든 머피 법칙이 필자에게만 일어날 것 같았다. 필자는 선택적 지각(知覺)이라는 말의 의미를 그때 확실히 알았다.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그래서 심각한 왜곡(歪曲)을 초래하는 선택적 지각! 곧 마음의 어리석음!

백신 접종 후 일주일이 지난 지금 필자는 너무도 멀쩡하다. 하지만 마음은 그렇지 않다. 마음의 간사함을 이기지 못하고 백신 접종 직전까지 떤 오두방정을 생각하면 아직도 얼굴이 화끈거린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지레짐작(斟酌)과 뜬 소문만으로 모든 것을 단정해 버린 무지함. 그것이 필자의 본모습이라는 생각에 마음은 지금도 계속해서 심하게 무너지고 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코로나 예방 백신 접종 덕분에 필자의 단점과 본모습을 제대로 알았다는 것이다. 아직 2차 접종이 남았지만, 필자의 몸에는 감사하게도 백신 보호막이 쳐졌다.

백신 접종 이후부터 필자에겐 필자가 최우선으로 해야 할 일이 생겼다. 그것은 선택적 지각의 오류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그 방법은 누구나 안다. 그것은 편견과 아집, 독단과 독선, 고정관념을 버리는 것이다. 이 방법 또한 우리는 잘 안다, 나를 내려놓고, 나의 부족함과 어리석음을 인정하는 것!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 때 우리는 그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노력한다.

코로나19 4차 대유행, 돌파 감염 등 세상은 아직 바이러스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백신이라는 단어가 있는 한 이 또한 곧 지나갈 것을 알지만 마음이 불안한 이유는 뭘까!

우리는 많은 것이 넘치는 시대를 살고 있다. 그런데 자세히 속을 보면 우리는 우리 몸 하나 스스로 지키지 못하는 절대 빈곤의 시대를 살고 있다. 그 빈곤을 채워준 것이 백신(vaccine)이다. 백신의 효과를 잘 알지만, 그래도 우리 몸속에 인위적으로 바이러스를 주입하지 않고는 자유롭게 살 수 없는 백신 만능 시대의 백성으로 산다는 것이 어찌 기분이 좋지만은 않다.

그러면서 간사한 마음은 또 생각한다, 성적에 미친 이 나라 어른들로부터 우리 아이들을 구할 교육 백신은 언제 나올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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