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은 우리의 생활 전반에 두루 통용되고 적용되는 말이 아닐까 싶다.
이 말은 조선 정조 때의 문인 유한준이 남긴 ‘알아야 참으로 보게 된다(知則爲眞看)’라는 명언을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이 첨삭하여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는 말로 두루 알려지게 됐다.
‘아는 만큼 보이고, 느끼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기업의 현장이 바로 이와 같은 논리와 이치로 일어나는 일들을 알고 나면 새롭게 보이는 것들이 많다고 할 수 있다. 똑같은 현장을 둘러봐도 문제를 전혀 찾지 못하는 사람이 있고, 사소한 문제라도 자세하게 파악해 많은 문제를 찾아내는 사람이 있다. 그 차이가 바로 현장을 보는 시각 즉, 인식의 차이이다.
일반적으로 10년을 넘게 혁신활동을 하는 회사들은 딜레마에 봉착하게 된다. 그들은 대부분 현장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고, 더이상 개선할 것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큰 오산이다. 문제가 없는 것이 아니라 몰라서 못 찾는다는 것이 맞는 표현일 것이다. 많이 학습하고 경험해서 관점을 달리해보면 평상시 보이지 않던 문제들이 뚜렷하게 보인다. 혁신 컨설팅을 하는 필자의 입장에서는 공감백배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일례로, P회사의 화성공장은 지난 10여 년 정도 꾸준히 혁신활동을 추진하여 괄목할만 한 성과를 냈지만, 더 이상의 문제를 발견하지 못하고 혁신의 정체현상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하지만 필자는 이를 변화시키는 무기는 전 직원을 대상으로 ‘설비에 강한 운전원’을 만드는데 있다고 생각하고 이를 위해 컨설팅 총력을 펼쳤었다. 그렇게 1년이 지날 무렵 직원들의 설비 이해도, 점검 능력, 문제 발견 능력은 눈에 띄게 좋아졌고, 매월 인당 1건 이상의 문제 발굴과 개선활동이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이 기업을 컨설팅하면서 느낀 ‘설비에 강한 운전원’을 만드는 학습 노하우는 첫째 ‘섬세함’이 가미된 전문적인 학습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설비를 구동시키는 구동장치, 부드러운 동작을 유도하는 윤활장치 등 기능별로 세세하게 나눠서 각각의 장치에 대해 하나하나 제대로 전문적으로 학습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이론이 아닌 현장의 설비로 실무학습이 돼야 한다. 조업현장에 근무하면서 다루고 있는 설비를 제대로 알아야 문제도 발견할 수 있다. 셋째 신나는 놀이마당 학습이 돼야 한다. 저·고근속 사원이 함께 원팀이 되어 학습과 개선활동을 하고, 활동 중간중간 임원의 격려와 팀원 간의 소통과 단합을 부추기며 우수한 결과를 포상해 준다면 학습과 개선활동의 촉매제가 될 것이다.
아는 것이 힘이듯, 설비에 강한 운전원을 육성하는 것은 혁신의 원천적인 힘이고 강한 기업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그 운전원 스스로 설비에 대한 애정과 주인의식으로 다룰 때, 분명 전과 같지 않은 현장의 변화가 이뤄질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