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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 디톡스 성공을!

등록일 2021-07-28 18:53 게재일 2021-07-2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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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
이주형 산자연중학교 교감

어설픈 나라는 절망적이고 안타까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공장으로 변해버렸다.

좀처럼 잡히지 않는 코로나 이야기. 국가가 자신들을 버렸다는 청해부대 이야기, 입에 담기도 버거운 청와대의 대통령 찬양 이야기, 생색내기 재난 지원금 이야기, 기록적인 무더위와 열대야 이야기, 순수성을 잃은 올림픽 이야기, 가슴 아픈 제주도 중학교 2학년 이야기 등.

이야기가 많은 사회는 역동적인 사회다. 물론 이때의 이야기란 긍정적인 이야기이다. 이야기는 이야기를 재생산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살아있는 이야기는 스스로 생명력을 가지고 더 많은 희망적인 이야기를 창조한다. 그런 이야기들의 집합이 문화(文化)이다.

문화란 곧 이야기 집이다. 문화가 발전한 나라일수록 생산적인 이야기가 풍성하다. 억지로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국민의 삶 자체가 빛이 나는 이야기가 되는 나라, 그런 나라를 우리는 문화 선진국이라고 한다. 그런 나라치고 국민 행복 지수가 낮은 나라는 없다.

이야기는 전염성이 강하다. 특히 부정적인 이야기의 전염 속도와 파괴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속도도 속도지만 이런 이야기는 사람의 정신세계를 회복 불능 상태로 파괴한다. 부정적인 이야기에 물든 사람들의 공통점은 무기력함과 무모함이다. 그런 사람에게 행복이 있을 리 만무하며, 그런 사람이 다수인 사회에 희망은 단연코 없다.

그럼 지금 우리나라는 어떤가? 이 물음에 가장 쉬운 답은 나라를 구성하고 있는 분야 뒤에 문화라는 말을 붙여보면 된다. 정치 문화, 노사 문화, 종교 문화, 방송 문화, 군대 문화, 사법 문화, 교육 문화 ….! 문화라는 말을 붙이는 것이 부끄럽다.

그런데 부끄러움을 넘어 죄스러운 말이 있다. ‘교육 문화’. 이 말은 세상에서 가장 역설적인 표현이다. 과연 이 나라 교육에 시험을 빼면 이야기가 있기나 할까! 그나마 예전에는 삭막한 교육 여건에서도 학생이 에너지를 얻고, 이야기를 만들어내던 시기가 있었다. 바로 방학이다.

그런데 학생에게 방학은 어떤 의미일까!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도 있지만, 안타깝게도 지금 방학은 학생에게 학교와 사회에 대한 살벌한 독기(毒氣)만 가득 품게 하는 시간이다. 학교는 문을 닫고, 학원은 문을 여는, 그로 인해 학생을 학교로부터 더 멀어지게 만드는 참 괴이한 시간, 방학!

디톡스(Detox)라는 말이 있다. 이것은 사람의 건강을 위해 인체 내에 축적된 독소를 빼는 해독 작용이다. 2학기 전면 등교를 위한 준비가 한창이다.

물론 다른 준비도 필요하다. 하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사교육과 무기력에 갇힌 학생들에게 진짜 방학 이야기를 되돌려주는 것이다. 그와 동시에 교육이 새롭게 태어난다는 마음가짐으로 교사 중심의 상벌점제, 오로지 평가를 위한 수행평가와 같은 교육계에 축적된 독소들을 학교 현장에서 과감히 제거하는 것이다.

그러면 2학기에는 그나마 학생들이 학교에서 우리 모두가 행복한 이야기를 마음껏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정상적인 학교 문화를 앞당기는 방학 디톡스가 성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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