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시작했다고 한다. 엄마, 나야. A는 그날 아침부터 컨디션이 좋질 않았다고 했다. 몽롱한 상태로 오전을 써버리고 쳐지는 몸 상태를 흔들어 깨울 요량으로 집 근처 찻집에서 커피 한잔을 시켜놓고 진동벨을 만지작거릴 때 바로 그 때 띠릭, 문자가 한 통 들어왔다고 한다. 엄마, 나야. A가 응. 왜, 라고 문자를 넣자 휴대폰이 고장이 나서 AS센터에 맡겼어. 친구 핸드폰이야. 라고 문자가 들어왔고 A는 딸아이의 문자를 보며 다시 응. 이라고 문자를 보냈다고 한다.
평소 A는 자신의 딸과 이와 비슷한 문자를 주고받은 적이 몇 번 있었기에 아무 의심 없이 문자를 계속했다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AS센터에 맡긴 휴대폰 수리비를 보내야 한다며 A의 계좌번호, 비밀번호를 원격지원을 해서 자기가 처리하겠다고 해서 그렇게 하라고 문자를 넣었다고 한다. 그렇게 한 시간 가량 자신은 전화를 받지도 걸지도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고 그러다 몸이 너무 좋질 않아 한의원 진료를 받았는데 그러고 나서도 휴대폰은 원격지원 상태로 연동되어 있었다고 한다.
조금 이상했지만, 그래도 딸이 아닐 거라는 의심은 1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 때 잠깐 연동이 끊어지면서 친구에게 전화가 걸려 와서 전화를 받았다고 “너, 지금, 보이스피싱이야!” 라는 소리에 당장 핸드폰 전원을 껐다고 그러고서 한동안 팔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고 머릿속이 새하얘져서 A는 어떻게 집으로 왔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휴대폰이 원격지원 된 한 시간 동안 은행에서 수십차례에 걸쳐 30만원, 50만원, 40만원 등 일정하지 않은 금액들이 타 계좌에 송금되는 사이 은행에서 경찰에 신고를 했고 인근 경찰서에서 A의 주소를 알아내 집을 찾아왔지만 연동상태에서 휴대폰은 그저 돈을 송금하는 기계 역할만 할 뿐 전화의 기능은 하지 못했기에 A의 가족들과 친구들은 그야 말로 지옥과 같은 한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거기까지 이야기 하고서 A는 침이 마르는지 물을 한 모금 마셨다. “집에 와서 정말 멍 때리고 앉아 있는데 딸애가 대구에서 온 거야. 문을 열고 들어와서 씩씩하게 웃으며 아무 일 없지? 라고 하고 둘이서 이야길 한참 하다 갑자기 딸애가 펑펑 우는 거야. 엄마 어떻게 된 줄 알았다고. 회사에서 연락받고 포항으로 오는데 정말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고. “그랬어. 처음엔 무서웠지. 그런데 이젠 무섭기도 하지만 내가 너무 바보 등신 같아서 미워 죽겠어.” A는 새로 바꾼 휴대폰을 바라보며 얼마 전 보이스피싱을 당한 20대 젊은 여성이 삶을 비관해 극단적인 선택을 했던 사건을 끄집어냈다.
통장을 다시 만들고 카드를 재발급 받고 휴대폰을 다시 구입해야 하고 그러는 동안 수차례 경찰서와 은행을 오가며 불안과 증오는 점점 커졌고 그 불안을 꺼뜨리고 증오를 가라앉힐 이가 없는 사람이라면 순간 잘못된 생각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A는 그녀의 마음이 이해가 간다고 했다.
보이스피싱은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의 아빠에게 혹은 누군가의 딸에게 그들이 가장 취약한 부분을 건드리며 전화를 연결하고 있다. 교활하고 악랄한 수법으로 말이다. A여, 그리고 착한 우리들이여. 아무 잘못 없는 자신에게 죄를 묻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