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워진 스포츠 예능들과 차별화…팀별 색깔도 확실
연신 땀을 뻘뻘 흘리고 눈물 콧물까지 쏙 빼니 스포츠 예능의 탈을 쓴 토크쇼나 관찰 예능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SBS TV 축구 예능 ‘골 때리는 그녀들’이 제목 그대로 정직하게 골대라도 때려보고자 기를 쓰는 멤버들의 활약에 힘입어 시청률도 화제성도 상승 가도를 달리고 있다.
지난 설 연휴 2부작 특집으로 선보였던 ‘골 때리는 그녀들’은 당시 호평받아 최근 정규 편성됐고, 초반부터 시청률이 두 자릿수를 기록하고 최근에도 7~8%대(닐슨코리아)를 유지하면서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파일럿 방송 때까지만 해도 저 멤버들을 일회성도 아닌 정규 프로그램에 계속 묶어둘 수 있을지 의문이 있었지만 기우였다.파일럿 때 골 때리는 맛을 한 번 봤던그녀들은 본업도 미뤄두고 축구에 ‘올인’하고 있다.
무엇보다 매번 각본을 미리 만들어도 이렇게 흘러가기 어려운 드라마틱한 전개가 몰입감을 더한다.최근 승부차기까지 가서 마지막 주자 남현희가 국대 패밀리에 역전승을 안겨준 장면은 그야말로 드라마였다.FC 개벤져스가 무패행진을 하던 FC 불나방을 꺾은 것도 그랬다.
선수들 면면도 화제다.
특히 눈길을 끄는 팀은 모델들이 모인 FC 구척장신이다.‘톱모델’ 한혜진을 필두로 이현이, 송해나, 아이린, 김진경, 차수민까지 이들은 한자리에서, 그것도 축구를 고리로 만날 수 있다는 게 워낙 특별한 일이기는 하다.
물론 ‘선수’로서만 생각해도 이들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발톱이 빠져도 축구밖에 모르는 리더 한혜진, 파일럿 때와 비교해 장족의 발전을 보여준 이현이, 압박 수비의 정석 송해나, 동체 시력(?)의 소유자 아이린, 막강한 킥의 김진경, 모델 스케줄보다 축구 연습이 더 많다는 차수민까지 모두 프로 선수 못지않게 진지하다.
FC 국대 패밀리도 조명받기 좋은 팀이다.늘 ‘국가대표의 아내’로만 불리며 이따금 관찰 예능에서 볼 수 있었던 이들이 직접 운동선수로 뛰는 것 자체가 신선하다.축구 명문가 차범근 패밀리의 며느리 한채아부터 이천수의 아내 심하은, 정대세의아내 명서현, 이호의 아내 양은지와 스스로 국대 출신인 펜싱의 남현희, 쇼트트랙&스피드스케이팅의 박승희의 합은 기대 이상이다.
이 밖에도 개그우먼들이 뭉친 FC 개벤져스, ‘불타는 청춘’ 멤버들 위주로 구성된 FC 불나방, 몸 잘 쓰는 배우들을 조합한 FC 액셔니스타, 외국인들을 모아놓은 FC월드 클라쓰가 리그전과 토너먼트전에 합류해 활약하고 있어 주목된다.
이처럼 팀 구성이나 대회 방식 등만 보더라도 ‘골 때리는 그녀들’은 ‘진짜 스포츠’를 지향한다.최근 스포츠 예능들이 점점 게스트 토크쇼나 관찰 예능으로 변질해가는 분위기 속에서 ‘골 때리는 그녀들’의 등장은 더욱 반갑다.
거기에 김병지, 황선홍, 이천수, 최진철, 최용수, 이영표 등 2002년 한일 축구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들이 감독으로 나섰으니 명품 트레이닝 과정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11일 ”스포츠는 남성 위주라고 생각하지만 여성과 연결한 점도 인상적이고, 관전하는 대리만족보다 직접 참여를 택한 것도 좋은 수였다고 본다“며 ”최근 스포츠 예능이 가벼워지는 느낌이 있는데 진지함을 추구해 오히려차별화가 됐다. 또 팀별 컬러가 다양한 것도 흥미 포인트“라고 말했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도 ”JTBC ‘뭉치면 쏜다’ 등이 이미 절박함과 진정성이 다소 사라진 상태에서 출연진이 이렇게 헌신적으로 뭉치는 프로그램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진다“며 ”구척장신 팀의 경우 ‘부캐’(부캐릭터·제2의 자아를 뜻하는 신조어)가만들어지듯 멤버들이 돌변한 모습을 보며 자연스럽게 예능적 요소를 갖췄다“고 분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