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길을 지나다 이웃집 아주머니를 만났다. 옷차림이 운동복이라 산책 가셨더냐는 말을 인사삼아 건넸다. 대답이 재미있다. “영웅이 데리고 산에 갔다 오는 길입니다.” 그 분이 강아지와 함께 산책하는 모습을 더러 보았던 터라 “아~ 그 강아지 이름이 영웅이 인가보죠?” 했더니 하얀 이를 드러내며 크게 웃었다. “강아지 아니고 임영웅이요.” 이어폰으로 그의 노래를 들으며 뒷산에 다녀오시는 길이라 한다. 그의 광팬이라 노래 들으며 산길을 걸으면 지루하지도 않고 힘도 덜 들어서 좋다 하셨다. 아마도 맞는 말일 것이다. 좋은 음악은 메마른 영혼조차도 따뜻이 녹여 일깨우는 명약이니까.
종편채널의 가요경연 프로그램인 ‘미스 트롯’, ‘미스터 트롯’의 울림은 대단히 컸다. 특히 ‘미스터 트롯’은 임영웅이란 히어로를 탄생시켰고 결승전 무대에 오른 6명의 가수들은 현재까지도 여러 프로그램에 초대되어 맹활약 중이다. 그러고 보니 요즘 트롯 열풍과 함께 장르가 다른 음악도 경연프로그램이 크게 유행하고 있는 것 같다. ‘보이스 킹’, ‘팬텀싱어’, ‘라우드’ 등 공중파와 종편을 불문하고 다수 편성되어 있으며 수준 또한 놀라울 정도이다. 우리나라 대중음악의 수준이 세계적임을 증명해 보인 방탄소년단의 등장이 결코 우연이 아닌 것이다. 그들의 노래 ‘다이너마이트’가 미국의 빌보드를 장악하여 세계를 놀라게 하더니 최근에는 ‘버터’가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3주 연속 1위에 올랐다. ‘다이너마이트’의 기록을 넘어선 쾌거다. 데뷔 8주년을 맞아 진행한 온라인 콘서트에는 세계 195개국에서 133만 명이 몰려들었다니 놀라운 일 아닌가!
문화의 힘은 대단하다. 특히 농축된 예술문화의 힘은 엄청난 폭발력을 가진다. 대중예술문화도 공들여 준비하면 그만큼의 박수를 받을 것이며 지역 경제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는 가능성 또한 충분하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에 회자되고 있는 우리 지역 출신의 유명 작곡가 가요제는 근본 취지에 맞게, 그리고 항구적인 발전을 위한 안정적인 시스템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분의 명예를 더욱 높이고 지역의 연예예술인들도 자존을 지키며 발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진정한 가치는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운전을 하며 무심히 듣고 있던 FM클래식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세계적인 소프라노 조수미가 특유의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내 노래를 들으면서 조수미가 나를 위해서 노래한다.’라고 생각하라, 그러면 감흥이 또 다를 것이라는 의미의 말을 했다.
가치 있는 일은 잘 가꾸어야하겠지만 억지로 만들기 위하여 강박을 가질 필요는 없다. 순리에 따라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것이 진정한 가치다. 필자는 요즘 보기 드문 음치지만 음악의 가치는 안다. 불러서 행복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들어서 행복한 사람도 있는 법이다. 종종 뵙는 식물원 원장선생님 말씀이 떠오른다. 식물원은 눈으로만 보는 곳이 아니라 귀조경이 먼저라 하셨다. 그래서 ‘이목구비’라 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듣고 보니 그렇다. 지지배배 우는 온갖 새들의 소리가 신이내린 소리인 듯하다.
자주 만나는 뮤지션 후배의 말이다. “얼마나 목소리가 고우면 꾀꼬리 같다고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