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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공고 - 시험 정답 찾기

등록일 2021-06-23 19:26 게재일 2021-06-24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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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감
이주형 산자연중학교 교감

대한민국 모든 교사에게 어느 중학교 2학년 학생의 세상 진지한 질문을 공유한다.

“선생님, 시험은 왜 치는지 꼭 좀 말씀해 주세요?”

과연 학생의 질문에 교사들은 어떤 답을 할까? 학생이 완벽히 이해할 수 있는 답을 아는 교사가 있다면 꼭 산자연중학교로 연락 부탁드린다. 학생들이 고개를 끄덕이는 답을 보낸 교사에게는 특강의 기회는 물론 학생들이 준비한 큰 선물도 드릴 예정이다.

그런데 필자는 학생들이 없어서 학교가 문을 닫고 있는 이 판국에 왜 시험을 치는지 정말 모르겠다. 지금 시험은 분명 구시대의 산물이다. 학생들이 지금보다 몇 곱절이나 많았을 때, 그때 공정한 선발을 핑계로 학생들을 점수로 줄을 세웠던 도구가 시험이다. 또 점수가 곧 학생 능력이라는 정말 몹쓸 국민 최면을 만든 구시대의 부조리한 평가제도가 지금의 시험이다.

그 최면에 걸려 우리는 지금도 학생의 특성도, 개성도 모두 무시하고 학생들을 오로지 시험 치는 기계로 만들고 있다. 시험에 넌덜머리가 날 법도 한데 기성세대는 한풀이하듯 학생을, 자녀를 시험의 사지로 내몰고 있다. 그 모습에는 어떤 죄책감도 없다.

우리 사회를 나타내는 말 중에 시험 만능주의라는 말보다 더 아픈 말은 없다. 정말 이 나라는 시험이면 다 되는 나라이다. 무엇을 하든 반드시 시험을 봐야 한다. 시험이 곧 힘이요, 시험이 곧 생존인 사회가 바로 지금 우리 사회이다.

사람들은 흔히 말한다. 학생이 우리 사회의 희망이요, 그 희망을 키우는 곳이 학교라고! 물론 학교의 순수한 기능만 보면 이 말도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런데 이 말을 한 사람은 지금 학교의 상황을 전혀 모르거나, 아니면 긍정주의에 중독된 사람임이 틀림없다.

학교는 학생의 꿈과 희망을 파괴하는 공작소가 된 지 오래다. 말로만 개개인에게 맞는 교육을 떠들어대지만, 막상은 모든 학생에게 하나의 목표를 주입하고 있다. 그 목표는 시험에서 1등 하기다. 그 과정이 어떻든, 주변이 어떻게 되든 상관하지 말고 오로지 1등만 하면 된다고, 그러면 다른 문제는 모두 자동으로 해결된다고 세뇌를 시키고 있다.

6월 넷째 주! 학교 현장에는 학생을 공부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공부를 포기하게 만드는 시험이 또 시작되었다. 학생의 꿈과 희망을 살리는 곳이 학교여야 하는데, 지금 학교는 오히려 반대다. 학교는 학생을 공부로부터, 아니 아예 학교 밖으로, 나아가서는 삶의 밖으로 내몰고 있다. 언제까지 시험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학생의 가슴 아픈 이야기를 계속 들어야 할까! 그 죗값을 어떻게 다 치르려고 학교는 또 의미 없는 시험판을 벌이는 걸까!

대한민국 학부모의 한 사람으로서 교사들에게 간곡히 부탁드린다.

제발 “닥치고 시험이나 쳐!”가 아니라, 우리 아이들에게 시험이 무엇인지, 시험공부는 어떻게 하는지, 그리고 왜 시험을 봐야 하는지에 대해 단 한 번만이라도 진지하게 말해 줄 것을! 그 전에 교사들부터 시험 본질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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