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공무원들 일많은 부서 기피<br/>승진보다 개인의 삶 우선 목소리<br/>의회 행정사무감사도 문제 지적<br/>성과제 등 맞춤형 대책마련 필요
2030 MZ세대의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중시 문화가 포항시 공직사회에도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젊은 공무원들 사이에서 성과나 승진보다는 개인의 삶을 중요시 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일많은 부서를 기피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포항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개선 방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포항시의회 자치행정위원회(위원장 김민정)는 15일 포항시 행정안전국 전반에 대한 행정사무감사를 실시했다. 박희정 의원은 이날 “(젊은 공무원들이) ‘저녁있는 삶’을 추구하다보니 개인적으로는 삶이 윤택해질지 몰라도 포항시 조직으로 봤을 때는 좋지 않은 측면이 없지 않다”며 “일많은 부서를 기피하고 일을 많이 해야하는 승진을 기피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렇다보니 일하는 사람만 일하게 돼 예전에 비해 본청에 있는 직원이 잠시 구청 또는 읍면동에 갔다가 빠른 속도로 복귀하고 있다”며 “이러한 현상이 포항시 인재풀을 한정시키는 결과를 만들고 있어 개선해야 할 부분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정경원 포항시 행정안전국장은 “능력이 뛰어나거나 조직에 헌신하는 직원의 수가 적다보니 ‘회전문 인사’가 불가피하게 반복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하며 “지금 세태가 포항 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비슷한 현상이라 일부 직원들이 정년이 보장된 점을 이용해 나태한 사고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정 국장은 이어 “업무 능력이 뛰어난 직원에 대해서는 역량을 더욱 계발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음지에서 열심히 일하는 직원을 찾아 승진의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인사제도를 점진적으로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공무원들이 열심히 일하려는 마음가짐을 갖기 위한 ‘동기부여’를 제공하는 포항시의 지원 부족도 아쉬운 점으로 지목됐다.
박 의원은 “직원들이 업무를 열심히 하는 데에는 동기부여 측면도 굉장히 중요한 데 포항시는 승진 이외에는 별다른 인센티브가 없어 아쉽다는 의견이 많다”며 “일부 정부부처에서 제공하는 특별휴가, 휴양소 우선배정 등 우수한 성과를 낸 직원들에게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면 한다”고 요청했다.
정 국장은 이에 “최근 수년간 지진, 코로나19 등으로 어려움을 겪은 바 있어 직원들에게 특별휴가 등을 제공했다”며 “의회에서 지적한 부족한 부분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본청 위주의 인사 승진 시스템도 직원들의 업무의욕을 떨어뜨리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복덕규 의원은 “시중에 회자되는 말에 의하면 ‘포항시는 시청만 있고 구청과 읍면동은 없다’라는 말이 있다”며 “최근 이뤄진 포항시 인사에서 거의 100% 본청에서만 고위직 승진자가 나왔다. 그렇다보니 구청과 읍면동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상당한 소외감을 느끼고 있어 인사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정 국장은 “구청, 읍면동을 가리지 않고 어느 부서든 열심히하고 시민들에게 공감을 얻는 직원들을 찾아서 걸맞는 대우를 해줄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답변했다.
한편, 이날 배상신 의원과 이석윤 의원은 최근 광주에서 발생한 ‘철거건물 붕괴사고’가 포항에서 발생하지 않도록 포항시 차원의 사고예방 대책마련을 요구했고 김만호 의원은 대구·경북 행정통합과 관련 포항시의 준비상황에 대해 질의했다. 백강훈 의원은 내년 1월 시작되는 지방자치 2.0시대에 대비해 포항시가 철저히 준비해 줄 것을 당부했다.
/박동혁기자 phil@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