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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다운 삶이란 무엇인가”

윤희정기자
등록일 2021-05-20 18:49 게재일 2021-05-21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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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덕산 딱새 죽이기

김주영 지음·문학동네 펴냄
장편소설·1만4천500원
열 권에 달하는 대하소설 ‘객주’로 유명한 이 시대의 거장 김주영(82) 작가가 신작 장편소설 ‘광덕산 딱새 죽이기’(문학동네)를 들고 돌아왔다. 2017년 출간한 ‘뜻밖의 생’이후 4년 만에 내놓는 장편소설로, 작품활동 오십 해의 관록과 여든 해가 넘는 삶의 경험을 가진 작가만이 쓸 수 있는 성찰적 시선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타고난 강골인 김주영 작가는 여전히 힘있는 필치로 선 굵은 이야기를 써내려간다. 전통을 지키며 자연과 함께 삶을 일궈나가는 한 마을에 문명과 자본이 밀어닥치며 일어나는 갈등을 다룬 ‘광덕산 딱새 죽이기’는 입체적인 인물들과 해학이 깃든 문장들로 자본에 의해 무너져가는 인간성을 핍진하게 그려내며 인간다운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이것 한 가지는 명심하세요. 이미 저지른 일은 코끼리가 잡아당겨도 되돌릴 수 없어요. 그거 아셔야 합니다.”

작품의 무대가 되는 옷갓마을의 사람들은 전통을 지키며 자연과 조화롭게 살아간다. 원래는 대밭골이라는 이름으로, 농사짓는 사람들이 살던 마을이 이와 같은 전통마을이 된 것은 관점석이라는 인물 때문이었다. 농사일을 하며 살아가던 관점석은 우연히 태조대왕의 영정을 발견하는데 그 일을 계시로 여기고 영당을 지어 영정을 모신 뒤 스스로 양반이 되기로 한 것이다. 이후 관씨 문중 사람들은 외출할 때 의관을 정제했고 이를 계기로 마을의 이름은 옷갓마을이 됐다는 사연이다. 본격적인 이야기는 관점석이 죽은 뒤, 그의 아들인 관대규와 조카인 관복길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광덕산 딱새 죽이기’는 전통과 현대로 대비되는 두 사람의 삶을 통해 빠른 속도로 문명화되고 자본화되는 이 사회의 단면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도시와 시골마을을 오가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종종 배경이 되는 시대를 분간할 수 없게 되곤 하는데, 이는 급속도로 변화해 현재와 과거가 혼재된 현시대에 대한 반영이기도 할 것이다. 이와 같은 세상에서 전혀 상반된 삶을 사는 관대규와 관복길이라는 두 사람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초상일지 모른다. 각자의 방식으로 시대를 받아들이며 갈등하는 두 사람의 모습이 우리 모두의 모습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민중의 시선으로 근대 역사를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대하소설의 새로운 전기를 만든 작품으로 평가받는 ‘객주’ 이후‘활빈도’‘고기잡이는 갈대를 꺾지 않는다’ ‘홍어’ ‘뜻밖의 生’ 등 평생에 가까운 시간 동안 이어진 작품활동을 통해 김주영이 천착한 주제는 이와 같은 시대감각이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를 그리고 있는 ‘광덕산 딱새 죽이기’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윤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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