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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학교에는(下)

등록일 2021-05-19 20:05 게재일 2021-05-2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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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감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감

5월 들어 주말마다 비가 내리고 있다. 지난 주말도 어김없이 비가 왔다. 5월 비는 양면성을 가졌다. 그래서인지 다른 달에 내리는 비와는 에너지 발현 양상이 다르다. 5월 비는 잠자는 생명을 깨우던 들꽃들의 꽃 잔치는 잠시 진정시키고, 농부들에겐 더 큰 활력을 불어넣는다.

최근 들꽃들의 개화 양상이 바뀌었다. 5월 중순 전까지만 해도 들꽃들은 키를 키우는 대신 최대한 땅 가까이서 땅의 숨소리를 들으며, 땅의 이야기를 정성스럽게 피웠다. 그런데 5월 중순이 지나면서 키를 키우기 시작한 개망초를 시작으로 들꽃들은 줄기를 뽑아 올렸다.

바람에 흔들리는 개망초 모습이 마치 출발을 알리는 신호수의 깃발 같다. 무슨 출발인지 처음에는 감을 잡지 못했는데, 모습을 바꾸기 시작한 들판을 보고서야 알았다. 비가 내리는 스승의 날, 필자는 물이 정성스럽게 담긴 들판을 보았다. 그곳에는 비옷을 입은 농부들이 분주하게 논일을 하고 있었다. 그 옆에서 개망초가 응원 춤을 추며, 농사의 시작을 알렸다.

스승의 날 전까지만 하더라도 들판은 일찍 논갈이를 끝낸 일부 논을 제외하고는 거의 마른 상태로 비어 있었다. 그런데 일주일 상간에 마른 논은 무논이 되었다. 써레질을 끝낸 무논은 흙탕물을 가라앉히고, 고요히 하늘의 시간을 기다렸다.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음을 아는 농부는 하늘의 장단인 비 장단에 맞추어 다음 일을 준비하였다. 그 모습은 또 하나의 자연이었다.

철을 거스르는 법이 없는 자연을 마주하면 늘 마음이 환해진다. 5월 들판을 볼 때마다 필자는 옮길 수만 있다면 학교 교실을 5월 들판으로 옮기고 싶다는 생각을 하였다. 교실 혁신을 외치면 외칠수록 이 나라 교실은 자연과 학생,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 희망과 학생을 가로막는 더 단단한 벽이 되었다. 학교 교실에는 엄청난 마법이 있다. 그것은 그곳을 들어갔다 나오기만 하면, 그것이 누구든 상관없이 모두 철을 잃고 만다는 것이다.

교실 본연의 기능을 잃은 교실은 무법천지다. 이미 우리는 언론을 통해 그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상 초월의 사건을 보았다. 걱정되는 것은 그 강도가 점점 세지고 있다는 것과 그 무질서를 바로 잡을 사람과 명분이 없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더 안타까운 것은 코로나 19로 그런 교실에조차 마음대로 들어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교실은 기능뿐만 아니라 주인마저 잃었다. 그런데 너무 다행스럽게도 이제 전면 등교의 길이 열렸다. 준비 기간을 거쳐 5월 24일부터는 전교생 등교가 가능해졌다. 학생들이 매일 등교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그 당연한 일을 두고 우리 사회는 또 걱정과 환영으로 갈렸다. 이번만큼은 걱정보다 환영이 훨씬 더 컸으면 좋겠다. 걱정은 이미 충분히 했다. 아직도 걱정한다는 것은 무책임한 것이다.

5월 학교에는 물을 가득 담고 있는 들판처럼 학생들이 가득하길 바라고 바란다. 그 길이 열렸다. 등교 준비 점검표에 들어갈 필수 항목을 제안한다.

“교과 진도를 핑계로 학생들이 이해도 안 되는 일방적인 교사 중심 수업 절대 하지 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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