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항시민 만 75세 이상 코로나19 백신 접종 첫날 현장 르포<br/>남구체육관 예방접종센터서 어르신들 ‘화이자’ 주사 맞아<br/>총 대상자 3만2천여명…현재까지 확보된 백신 4천95명분
만 75세 이상을 대상으로 한 코로나19 백신 접종 첫날인 1일 오전 9시 30분께 예방접종센터가 설치된 포항시 남구 체육관으로 해도동 주민들이 탄 전세버스 5대가 연이어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린 어르신 100명은 10명씩 접종센터 안으로 들어갔다. 차례대로 체온 측정과 손 소독, 예진표 작성, 예진 등의 절차를 거친 다음 대기석에서 화이자 백신 주사를 기다렸다. 어르신들의 표정은 긴장한 듯 잔뜩 굳어 있었다.
대기석에서 만난 박모(80·여·남구 해도동)씨는 “코로나 종식을 위해서라면 백신 접종은 필수”라면서도 “사실 여기 오기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평소 당뇨를 앓고 있는 데다 간이 좋지 않아 꾸준히 약을 복용 중인 그는 “접종 부작용에 관한 뉴스를 볼 때마다 ‘혹시 나도?’라는 생각에 불안했다”며 “코로나에 걸리면 나만 아픈 게 아니라 온 가족에게 피해를 줄 수 있어 고민 끝에 주사를 맞기로 했다”고 말했다.
현장에 배치된 행정요원들은 백신을 맞은 어르신들을 부축해 이상반응 모니터링 장소로 안내했다.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119구급대원, 경찰 등도 대기하고 있었다.
백신 접종을 마친 포항시민 박천일(77)씨는 “주사는 별로 아프지 않았고, 독감 주사 같은 느낌이었다”며 “코로나가 없어져서 사람들이 제약 없이 자유롭게 활동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고, 올해 추석에는 대구·서울에 있는 식구들이랑 다 함께 모여서 차례를 지내고 싶다”고 말했다.
예방 접종을 무사히 마쳐 안도의 숨을 내쉬던 이우택(75·남구 해도동)씨는 “코로나가 발생한 후에는 마을회관과 복지관이 전부 문을 닫아서 어디 갈 데가 없어서 집에 계속 외롭게 혼자 있었다”며 “최근에 나눔의 집이 문을 열어서 그곳에서 밥도 먹고 마을 사람들도 만나고 있는데, 코로나가 없어지면 예전처럼 자유롭게 사람들과 만나고 함께 어울려 놀고 싶다”고 했다.
이날 센터에서 접종받기로 예정된 대상자 400명 중 5명은 전날 “컨디션이 좋지 않다”고 해 다음 순번이었던 5명이 접종을 받았다.
포항시에 따르면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만 75세 이상 코로나19 백신 접종 대상 어르신은 3만2천여명으로, 현재 예방접종센터에는 4천95명분의 백신이 있다. 화이자 백신은 1차 접종 후 3주 뒤 2차 접종을 받아야 한다. 1일 접종한 어르신들은 오는 22일 2차 백신을 맞는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