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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보지 말고 배부르게만 먹어다오”

이시라기자
등록일 2021-03-22 20:26 게재일 2021-03-23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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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결식아동 돕는 ‘선한 영향력’ 가게 확산
아동급식카드 소지 아이들에 공짜메뉴 제공하는 식당 6곳 달해 
코딩 수업·ITQ 활용법 등 ‘무료강의’ 컴퓨터학원도 있어 ‘훈훈’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어려운 상황 속에서 포항지역의 자영업자들이 ‘선한 영향력 캠페인’에 자발적으로 참여해 주위를 훈훈하게 하고 있다.

22일 오전 10시께 찾은 포항시 북구 덕산동에 위치한 토스트 가게 입구에는 ‘선한 영향력 가게’라는 안내 문구가 커다랗게 붙어 있었다. 가게 벽면에는 ‘매일 와도 괜찮으니, 부담 갖지 말고 웃으며 보자’라는 내용의 따뜻한 글귀가 눈에 띄었다. 이날 이곳에서 만난 토스트 가게 사장 장원철(45) 씨는 지난해 3월부터 ‘선한 영향력’ 캠페인에 동참하고 있다. 그가 이 캠페인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어느 날 TV를 보던 중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이 제때 밥을 먹지 못해 굶고 있다는 내용의 보도를 접하고 나서다. 그는 아동급식카드 소지자에게 매장에서 판매하는 토스트와 커피, 주스, 붕어빵 등 전 메뉴 중 2가지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장 사장은 “지난 1년 동안 캠페인에 참여했지만, 이곳에서 밥을 먹고 간 아이는 겨우 한두 명 정도”라며 “아이들이 부담을 갖지 말고 당당하게 가게로 찾와와 배부르게 밥을 먹고, 행복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관공서와 복지회관에서도 선한 영향력 가게를 알려주는 팸플릿을 만들어 아이들에게 홍보를 많이 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같은 날 오후 포항시 북구 양덕동의 한 일식당에서 만난 노일창(36) 사장은 이달 초부터 ‘선한 영향력’ 캠페인에 참여 중이다. 아동급식카드를 소지한 아이들에게 함박스테이크, 돈가스 등 가게 메뉴를 공짜로 주고 있다.


노일창(36) 사장은 “중·고등학교 시절에 입학금을 제대로 못 낼 정도로 형편이 빠듯한 적이 있어, 결식아동의 심정을 누구보다 잘 이해할 수 있다”며 “불쌍해서가 아니라 삼촌 같은 마음으로 아이들이 맛있는 것을 많이 먹고 튼튼하게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한 것”이라고 밝혔다.


먹을거리를 무료로 제공해 주는 가게뿐 아니라 재능을 기부하는 가게도 선한 영향력에 가세했다. 북구 죽도동에 있는 한 컴퓨터 학원은 아동급식카드를 지닌 아이들을 대상으로 코딩 수업과 ITQ, 컴퓨터 활용 등을 무료로 가르쳐 준다.


다옴컴퓨터학원 김민성(39) 사장은 “얼마 전 뉴스에서 정육점 사장이 급식카드를 보여준 아이들에게 고기를 나눠주는 모습을 보고서 나눔에 동참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내가 잘하는 것을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가르쳐 줄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포항시에 따르면 지역 내 18세 미만 아동급식지원사업 대상자는 2020년 기준으로 3천968명이다. 이는 지난 2019년보다 약 9%(316명) 증가한 수치다.


이중 아동급식 전자카드인 ‘경북참사랑카드’를 이용하는 아동은 2천111명으로 조사됐다. 지자체가 결식 아동들에게 제공하는 하루 식비는 한 끼 당 5천원이다.


하지만, 아이들이 5천원으로 한 끼를 해결하는 것은 그리 녹록지 않다. 현실적으로 이 가격으로 한 끼를 해결하기란 쉽지 않다는 목소리에 자영업자들이 직접 나서 2019년부터 ‘선한 영향력 캠페인’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현재 포항의 선한 영향력 가게는 모두 7곳(식당 6곳, 학원 1곳)이다.


선린대학교 사회복지심리상담과 우종선 교수는 “선한 영향력 캠페인은 인간애에 대한 표현을 잘 보여주는 예시”라며 “앞으로 지자체가 제도적 기반을 다져 준다면 훨씬 더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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