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국내 최대의 음원사이트에 들어가 음원 차트를 확인해보았다. 1위를 달리고 있는 곡은 오랜 음원 강자 아이유의 곡도 아니고, 빌보드차트를 수놓은 BTS의 곡도 아니다. 다소 생소한 걸그룹인 ‘브레이브 걸스’의 ‘롤린’이 가장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발매된 지 4년이나 지난 이 곡이 갑자기 역주행 하여 음원차트 1위까지 차지한 것은 뜬금없는 일처럼 보인다. 그런데 그 과정을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2011년 데뷔한 브레이브 걸스는 지난 10년간 단 한 곡의 히트곡도 내어 놓지 못한 그룹이다. 대중의 주목을 받지 못하면서도 이들이 꾸준히 해 온 것이 있으니 바로 군 위문 공연이다. 4년 전 발매된 롤린이라는 곡으로만 국방TV의 ‘위문열차’ 프로그램에 출연한 영상들이 유튜브에 공개된 것이 33건. 육군, 해군, 공군, 해병대를 가리지 않고 백령도부터 후방부대까지 4년간 무려 33개 부대를 방문하여 공연을 펼친 것이다.
그러다보니 국군장병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게 되었고, 노래와 안무를 따라하는 것이 선임으로부터 후임에게 ‘인수인계’되기를 반복하며 우스갯말로 ‘밀보드(밀리터리+빌보드)’차트 1위곡으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이다. 수많은 위문공연을 반복하면서도 무대 하나 하나를 결코 허투루 하지 않는 것이 브레이브 걸스의 매력이다. 모든 무대에서 진심이라는 것이 느껴질 만큼 활짝 웃으며 국군장병들에게 뛰어난 무대 매너를 보여주곤 했다.
이러한 과거 무대 영상들이 최근 들어 유튜브에서 화제가 되기 시작했다. 힘든 군생활의 활력소가 되어 준 그들에게 이제는 자신들이 보답할 차례라며 수많은 예비역들이 그들의 무대영상을 클릭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유튜브의 알고리즘을 타고 대중들에게 확산되어 어느덧 몇몇 영상들의 조회수는 각각 수백만에 이르게 되었다. 데뷔 후 10년간 이렇다 할 성과가 없었던 탓에 해체를 염두에 두고 있었던 브레이브 걸스는 롤린의 역주행으로 인해 뜻밖의 전성기를 맞게 되고 각종 매체들을 통해 활발한 활동을 전개해 나갈 수 있게 되었다.
브레이브 걸스와 그들의 노래 ‘롤린’의 역주행 소식이 인상적이고, 누군가에게는 감동으로까지 와 닿는 이유는 이것이 오랫동안 자신의 일을 묵묵히, 열심히, 즐겁게 해낸 결과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그것을 최고의 미덕이라 배워왔지만 실제 사회가 어디 그러한가. 성실하게 꾸준히 해온 사람들의 성공담을 들어본지 오래다. 우리에게 들려오는 이야기는 노력보다는 재빠른 판단으로, 주식이나 비트코인으로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또는 부정과 비리로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신도시 개발이 예정되어 있던 시흥과 광명의 땅을 미리 사 두었다는 LH 직원들의 이야기가 우리를 얼마나 허탈하게 만들었던가.
투자와 투기의 가치가 커질수록 노력의 가치는 하락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렇게 부동산 가격이 치솟아서야 성실하게 노력만 해서는 평생 집 한 채 가져보기 어렵게 되는 것이고, 노력의 가치가 하락하는 바람에 하루하루 성실하게 살아가던 사람들이 서툴게 투자시장으로 진입해 쓴 맛을 보고 마는 것이 흔한 이야기이다. 성실함과 꾸준함만으로 성공한다는 것은 동화 속 이야기처럼 멀게만 느껴진다. 그 동화 같은 이야기가 브레이브 걸스를 통해 실현되는 광경은 너무나도 생소하고, 그래서 더 반갑고, “그렇지, 세상이 이래야지.” 하며 무릎을 탁, 치게 만든다. 그 성공의 공정함을 우리는 알기에 더욱 그들을 응원하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