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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일어나도 제대로 몰라요” 복지사각지대의 어둠 ‘원룸촌’

김락현기자
등록일 2021-02-23 20:31 게재일 2021-02-24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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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 친모 여아방치 살인사건 등
슬럼가 된 원룸촌 무방비로 방치
경기 악화로 공실 많아지면서
사건사고 발생해도 대처 등 미흡  
행정당국 “직접 방문 외에는
뾰족한 해결책도 없어” 골머리
최근 구미에서 발생한 친모 3세 여아 방치 살인사건과 관련해 관계 당국에서 아동학대 예방과 위기가정 발굴을 위한 다양한 대책들을 쏟아내고 있지만, 원룸촌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없는 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구미시 상모사곡동에서 발생한 친모 3세 여아 방치 살인사건은 당초 알려진 빌라가 아닌 원룸건물이고, 원룸건물들이 즐비한 일명 원룸촌에 위치해 있다. 3세 여아 시신은 속칭 미니투룸이라고 불리는 방에서 발견됐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원룸촌은 지금은 슬럼가로 전락해 복지 사각지대로 방치되고 있다. 구미지역의 경우 상모사곡동, 인동동, 진미동, 양포동 등이 원룸촌이 가장 많은 지역으로 꼽힌다. 이들 지역은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외지에서 일을 하러 온 사람들이 많아 원룸 임대사업은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지역 경기가 나빠지면서 사람들이 빠져나가기 시작하고 오피스텔이 등장하면서 원룸 임대사업은 사양길을 걸었다. 그러다보니 원룸 건물에 빈방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임대료는 급락했다. 지역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원룸촌이 많은 구미 4개 동의 경우 원룸 빈방 비율이 최소 40%에서 최대 80%에 이른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원룸 건물주들은 울며겨자먹기식으로 최소 임대기간인 행정당국1년을 계약하는게 아니라 한 달씩을 빌려주기도 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여기에 지역 원룸 건물주 대다수가 외지인들로 임차인과 대면을 하지 않고 계약을 하면서 10대 청소년들도 쉽게 방을 구할 수 있다.

지난해 8월 구미에서는 중학생을 원룸에 감금한 뒤 금품을 요구한 10대 5명이 특수상해 및 인질강도미수 등의 혐의로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또 원룸건물에 공실이 많아지면서 폭행 등의 범죄가 일어나더라도 주위에서 눈치채지 못하는 비율도 높아지고 있다.

2018년 7월 구미에서 20대 여성이 원룸에서 함께 살던 여성 4명에게 집단폭행을 당해 숨진 사건도 2개월간 지속적으로 폭행이 이뤄졌음에도 주위에서 아무도 몰랐고, 2019년 2월 20대 2명이 원룸에서 함께 살던 후배를 폭행해 살해한 뒤 차 트렁크에 버린 사건도 마찬가지였다.

더욱이 원룸에 거주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전입신고를 하지 않기 때문에 행정당국에서도 이들에 대한 정보가 없는 실정이다. 구미시 또한 인력부족으로 현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3세 여아 방치 살인사건이 발생한 상모사곡동의 경우 2021년 1월 31일 기준으로 1만2천854세대 3만1천48명이 거주하고 있지만 복지담당 공무원은 7명에 불과하다. 더욱이 대부분 여성 공무원이여서 원룸 현장방문은 공익요원과 함께 방문하고 있는 실정이다.

구미시 관계자는 “원룸촌이 복지 사각지대라는 것을 인지하고 직접 방문을 통한 확인 방법밖에 없어 현재 그 작업을 진행 중에 있다”면서 “부족한 인력이지만 최선을 다해 복지에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원룸촌의 경우 사유재산인데다 대부분 10∼20년 미만의 건물이기 때문에 재개발, 재건축 대상도 되지 않아 현재로선 행정당국이 어찌할 방법이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2019년 12월31일 기준 구미시 가구수는 16만4천348가구, 주택수 20만8천196호로 주택공급률이 126.7%로 나타났으나 원룸을 빼면 주택공급률은 84%까지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택공급 현황에 원룸은 조사대상이 아니여서 정확한 통계는 나오지 않으나 구미시는 지역에 6만5천여 호의 원룸이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구미/김락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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