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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하읍성, 복원돼야 한다

등록일 2021-02-16 20:02 게재일 2021-02-1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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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원<br>수필가
박창원수필가

지난해 12월 11일, 청하읍성이 있는 포항시 북구 청하초등학교 북쪽 도로변에서 포항시 주관으로 회의가 열렸다. 어린이보호구역 내 보행로 개설공사 관련 발굴조사 설명회였다. 여기에는 포항시 관계자, 발굴조사업체 전문가, 문화재위원을 지낸 심정보 박사 등 10여 명이 참석했다.

발굴 현장 설명을 듣고, 청하읍성을 둘러본 심정보 박사는 두 번 놀랐다고 했다. 문헌상으로만 보던 청하읍성이 이렇게 양호한 상태로 남아 있다는 사실에 놀랐고, 이처럼 잘 남아 있는 청하읍성이 국가사적은 물론, 지방기념물로도 지정되지 않은 채 방치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했다. 참석한 포항 사람들은 다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 없었다.

기록에 의하면 청하읍성은 처음 고려 현종 때 토성으로 쌓았고, 조선 세종 9년(1427)에 청하현감 민인이 석성으로 쌓았다고 한다. 2012년 포항시에서 용역기관을 통해 작성한 ‘청하읍성 기본조사 및 복원타당성 조사보고서’에 의하면 청하읍성은 구릉형 자연지형에 남북 180m, 동서 140m의 장방형으로 축조되었으며, 현재 잔존율이 약 53%에 이를 정도로 보존상태가 양호하다고 한다.

그러나 보고서가 나오고 주민설명회를 개최하려다가 인근 주민들의 반발로 무산된 후 9년 간 청하읍성 복원문제는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청하읍성은 잔존율 못지않게 1733년부터 2년 간 청하현감으로 재임했던 겸재 정선이 그린 청하성읍도(淸河城邑圖)로 인해 유명하다. 청하성읍도는 겸재 자신이 근무하던 읍성의 모습을 조감도처럼 세밀하게 그려 남긴 작품이다. 여기에는 읍성의 형태와 건물의 배치, 향교를 비롯한 읍성 주변의 모습이 담겨 있다. 겸재의 이 그림 하나만으로도 청하읍성은 복원되어야 할 충분한 가치가 있다.

겸재는 청하읍성에 근무하는 동안 내연산 폭포를 탐승하면서 내연산 폭포 그림을 여러 점 그렸는가 하면, 한국 회화사에 길이 남을 금강전도 같은 명작을 그려 남겼다. 그래서 혹자는 겸재의 청하현감 시절을 진경산수화의 발현기라 하기도 한다. 청하읍성은 그런 곳이다.

조선시대 포항지역에는 흥해, 청하, 연일, 장기에 읍성이 있었다. 이 중 장기읍성과 청하읍성은 보존상태가 좋은 편이다. 특히 장기읍성은 20여 년 전부터 수백 억 원의 국가예산을 들여 기초조사와 발굴조사, 복원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이미 포항시의 명소가 되었다. 청하읍성도 복원된다면 포항시 북부 지역의 새로운 명소가 될 것이다.

포항시에서는 지금부터라도 장기적 관점에서 청하읍성 보존 및 복원대책을 세워야 한다. 우선 지장물이 없는 부분에 대한 발굴을 서둘러야 하고, 발굴 결과에 따라 문화재 지정 신청을 해야 한다. 읍성 내 관공서 이전도 필요하다. 그런 다음에 복원사업을 벌여야 한다. 물론 이 같은 절차는 인근 주민들의 불이익을 최소화하도록 배려해야 하며, 또한 읍성 복원으로 생기는 이익이 주민들에게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청하읍성도 살고, 청하도 산다. 청하읍성은 반드시 복원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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