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해 사람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술 소비량이 증가하게 되면서 알콜중독환자도 늘어날 것이다.
어린 시절 우리 집의 뒷집에도 술을 많이 마시는 한 남성이 살았다.
그는 딸기코의 붉은 얼굴, 술 취한 목소리, 건들거리는 발걸음으로 온 동네를 휘젓고 다녔다.
사람들이 알코올중독자라고 하였다. 그의 아내는 결국 도망가 버리고 외동딸은 외롭게 할아버지와 할머니 손에서 자라났다. 그 아이는 우리 집에 와서 내 여동생과 자주 어울리며 놀았다. 결국 딸기코의 붉은 얼굴의 그 남성은 어느 추운 겨울날 젊은 나이에 비명횡사하였다.
내가 기억하는 알코올중독자의 첫 기억이었다.
나는 심리학을 전공하고 정신병원에서 임상심리사로 일하면서 정신병원의 폐쇄병동에 입원해 있는 사람들이 신기하게도 50%이상이 술문제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40∼50대 남성이 주로 많았고, 간혹 20∼30대의 남성과 여성도 입원해 있었다.
그 시절 의료진들은 알코올문제는 완치가 잘 안되며, 재발이 잘 된다는 말을 자주 하였다. ‘심리상담과 약물치료로는 안 된다. 평생 관리해야 한다’라는 말을 하기도 하였다. 자조모임(A.A: 익명의 알코올중독자모임)이 그나마 효과가 있다고 하였다.
퇴원한 날 병원 앞 슈퍼에서 환자들은 다시 술을 마시고 재입원을 하였다. 가족들에게도 철저히 버려져서 정신병원을 전전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가끔 교통사고도 내고 자기 몸에 생채기를 내기도 하고 자살하기도 하였다.
내가 지금도 기억하는 그는 젊은 나이에 온 몸이 성한 데가 없고 자해 이외에도 자살과 같은 온갖 부정적인 생각과 망상도 지니고 있었다. 그는 웬일인지 나와 상담하는 것을 좋아하고 나를 참 많이 따랐다. 그렇지만 나는 그를 위로해주고 희망을 주는 것에 그쳤을 뿐, 그를 완치시키고 새로운 삶으로 나아가게 해주지는 못하였다.
나는 병원을 퇴직하고 상담센터를 개업해서 다양한 심리적 문제를 치유했다. 그렇지만 알코올문제는 자신이 없었다. 알코올중독은 완치가 안 된다는 병원에서의 사고의 도식이 깊게 자리하고 있었던 것 같다.
최근에 알코올문제를 가진 다양한 사람들이 내방하고 있고, 그들은 최면치료로 신기하게도 치유되고 있다.
어렸을 때 우리 집 뒤에 살았던 그 남성도 나와 같은 임상심리전문가를 만났다면 가정이 깨지지도, 비명횡사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 딸은 할머니 품에서 외롭게 홀로 성장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독서를 좋아하던 그 아이는 잠재력이 있어보였다. 어디에서 좋은 일하면서 살고 있을까? 아니면 마음의 상처를 술로 위로하며 외롭게 살고 있을까?
사람들은 술을 마시는 사람을 욕을 한다. 손가락질을 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그런 술 문제는 우리나라의 빠른 경제 성장 과정에서 선택한 하나의 스트레스 관리방법임을 사람들은 알까?
알코올중독자에게 욕하고 손가락질 하지 말라. 위로하고 격려하며 대화를 시작하라. 그리고 마음의 전문가를 만나보라.